"<파리의 연인> 간접광고는 시청자 주권 침해"

[토론회] 경실련 주최 '간접광고와 협찬문제, 대안은 없나'

등록 2004.09.18 14:36수정 2004.09.18 23:51
0
원고료로 응원
a

ⓒ 정현미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SBS ‘파리의 연인’ 에서는 드라마의 주요한 배경은 ‘GD자동차’였다. 남자주인공인 한기주(박신양 분), 윤수혁(이동건 분)이 다니는 이 회사는 마크까지 드라마 제작 지원사인 ‘GM 대우자동차’와 흡사하게 만들어져 거의 매회 노출되었다."

a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아래 경실련) 미디어워치가 지난 7월부터 9월 초까지 드라마 속 간접광고 유형과 문제점을 지적한 ‘드라마 간접 광고 사례분석 보고서'를 토대로 17일 토론회에서 최성주 미디어워치 기획위원이 간접광고(PPL)의 사례를 발표한 내용의 일부분이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시청자단체 활동가 교육운영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간접광고와 협찬문제, 대안은 없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공중파 3사의 간접광고 확산과 외주 제작사들의 제작비 지원 부족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정연우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리모컨의 확산으로 광고 회피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일반광고보다 간접광고가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적고, 광고 단가가 저렴하며, 유명인의 이미지가 더해져 광고 효과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홍용락 동아방송대학 방송극작과 교수는 간접광고의 확산에 대해 “'파리의 연인' 경우만 해도 제작비가 14억원인데 협찬금이 20억원”이라고 제작비의 과다사용을 지적하며, “받고 싶지 않은 커뮤니케이션(광고)을 받게 하는 것은 시청자 주권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작비 과다 사용 부분에 대해 패널에서는 열악한 제작 현황을 무시하고 간접광고만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제작비 현실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a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정윤경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드라마가 다른 교양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드는데 대부분의 외주 제작사들의 상황은 열악하다”며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더 이상 공영방송의 의미는 없다”고 간접광고 양성화 정책을 주장했다.


최성주 미디어워치 기획위원은 “드라마를 보면서도 ‘광고인가 드라마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속되는 간접 광고 속에서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소비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지적하며 “간접광고의 확산도 외주 제작사들의 현실적인 제작비 지원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방송위원회의 규제가 보다 강력해지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 외에도 정호식 PD연합회 회장, 김운호 독립제작사협회 김종학프로덕션 PD, 김종성 방송위원회 심의운영부장이 참가했다.


관련
기사
- "지상파방송 간접광고 이대로 안된다"


'드라마 간접광고 사례' 발제문 중에서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SBS ‘파리의 연인’ 에서는 드라마의 주요한 배경은 ‘GD자동차’였다. 남자주인공인 한기주(박신양 분), 윤수혁(이동건 분)이 다니는 이 회사는 마크까지 드라마 제작 지원사인 ‘GM 대우자동차’와 흡사하게 만들어져 거의 매회 노출되었다.

여자주인공인 강태영(김정은 분)이 일하는 'CSV'도 실제로 ‘상암CGV' 극장 내에서 촬영한 것으로 그 곳에서는 ‘파리의 연인 촬영지’라는 홍보도 따로 하고 있다.

또 다른 제작지원사인 ‘VOV' 화장품의 경우, 대기업 회장 후계자가 명품이 아닌 중저가 협찬사의 화장품을 선물로 준비하는 에피소드를 삽입해 간접광고 효과를 보았다.

이 외에도 주인공들이 필요이상으로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선물로 주고받은 핸드폰의 기능을 이야기하며 핸드폰 카메라의 사진을 찍는 등 협찬사들의 제품이 자주 등장한다.

MSN 메신저 서비스의 경우 방송 다음날 가입자가 많은 수로 증가되었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큰 광고효과를 유발했다.

MBC ‘황태자의 첫사랑’도 마찬가지로 드라마 속 배경이 되는 ‘Club July'라는 리조트는 협찬사인 ‘Club Med'의 삿포르, 발리, 타히티의 해외리조트의 아름답고 시원한 자연배경을 눈요깃거리로 보여주거나, Club Med의 리조트 자체 공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김유빈(성유리 분)이 꿈꾸던 직업인 G.O은 Club Med 리조트에서 일하는 사원들의 호칭임에도 젊은이들의 선호하는 일반적인 직업인 것처럼 묘사하는 등 협찬사인 리조트의 광고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특히 '황태자의 첫사랑' 2회분 방송에서는 휴대폰 수출 상담하는 장면에서 김유빈이 협찬사 ‘삼성 애니콜’을 연상하게 하는 ‘애니전자’ 휴대폰을 발로 밟으며 튼튼하고 고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삽입됐다.

이 외에도 KBS 주말 연속극 ‘애정의 조건’에서는 ‘도레미피자’를 주인공의 직장으로 설정해 협찬사인 ‘도미노피자’의 유니폼이나 포스터, 배달박스 등을 노출시키고, KBS 일일드라마 ‘금쪽 같은 내새끼’에서는 화장품 가게 개업을 설정해 FACE SHOP 내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등 광고효과를 유발하는 에피소드를 삽입했다.

/ 경실련 미디어워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