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떼죽음, 간척지 개답공사방식 논란 예상

해남 간척지 '친환경 농업 적신호' 우려 목소리

등록 2004.09.20 10:42수정 2004.09.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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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 간척지에서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원인이 보툴리누스 중독증으로 밝혀져 농지조성공사를 둘러싼 당국과 환경단체간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지난 3일부터 전남 해남군 마산면 인근 영암호 간척지에서 백로를 포함한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등 500여 마리가 넘은 야생조류가 집단 폐사했다. 죽은 새들을 수거하는 등 정밀 조사를 해온 국립환경연구원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15일 땅 속에 서식하고 있는 보툴리누스균이 폐사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조류와 포유류의 신경계통 마비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보툴리누스 중독증은 간척지 일대 농지조성 공사(개답공사) 과정에서 포클레인 등으로 인해 땅 속에 있던 균이 노출돼 새들이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

해남 마산면 철새 떼죽음, 땅 속 보툴리누스균 때문

a 농지조성 공사가 한창인 전남 해남군 영암호 주변 간척지

농지조성 공사가 한창인 전남 해남군 영암호 주변 간척지 ⓒ 정거배

특히 경지정리 공사를 하면서 물을 채우자 보툴리누스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조건이 만들어져 수백마리 조류가 집단 폐사하게 됐다고 국립환경연구원은 덧붙였다.

당국은 이에 앞서 폐사된 철새들을 부검하거나 혈액을 채취해 간척지 호수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녹조독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으나 이번 폐사 원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조류인플루엔자 등에 대한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판명됐고, 중금속과 농약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국이 보툴리누스 중독증으로 판명하게 된 이유는 현장을 조사한 결과 새들이 정상적으로 날지 못할 뿐 아니라 서 있거나 걷지 못하는 등 신경계통 이상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어 신경마비를 일으키는 보툴리누스 중독 진단을 위해 피해새들의 혈청을 쥐 8마리에 접종시험 결과 48시간 내에 모두 폐사했고, 폐사직전 심한 호흡불량 등 증세를 보여 보툴리누스 중독증(Botulism)으로 최종 판명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해남간척지 철새 집단폐사 원인이 조류독감이나 농약 등 독극물 때문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농지조성 공사로 노출된 간척지 토양 속의 균을 새들이 먹은 것으로 판명돼, 그동안 개답공사 문제점을 지적 해온 환경단체와 당국간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는 전남 해남군과 영암군 사이 리아스식 해안 3700만평을 농지로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 85년부터 공사에 착수해 96년 완료했다.

그 후 당국이 해남군 마산면 인근 등 1800만평에 달하는 간척지에 대해 개답공사에 착수하자 지역환경단체에서는 친환경 농업차원에서 재검토해 줄 것을 주장해 왔다.


지난해 4월 해남 마산초등학교에 열린 '친환경 농업 토론회'에서 김수일 교수(한국교원대학교)는 "갯고랑을 메워버려 간척호수의 자연정화조 역할을 차단했을 뿐 만 아니라 철새들의 먹이 서식지를 없애고 있다"며 "개답공사가 친환경 농업 가능성을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지 배수로 등 콘크리트 구조물이 야생생물들의 먹이사슬을 만들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하며 개답공사 방법의 재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농업과 환경을 위한 모임'의 이정식 위원장은 "간척지 내에 작은 지류를 없애고 콘크리트로 새로 만든 하천은 결국 수질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며 논 조성 면적을 줄이는 대신 습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개답공사 주무기관인 농업기반공사측은 "철새 보호 차원에서 간척지 내 작은 호수와 되도록 깊은 갯고랑은 매립하지 않았고, 수질정화를 위해 배수로를 흙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개답공사지 주변에 저류지를 설치해 자연 정화된 뒤 호수로 유입되게 하고 도로변에 녹지를 조성해 철새들의 서식처가 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농업기반공사측은 하지만 홍수시에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간척지 내 높은 제방설치를 불가피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역환경단체, '예상된 일' 연대 모색

이번 철새들의 집단폐사와 관련 해남지역 환경단체인 자연사랑메아리 회원 변남주씨는 "간척지 개답공사에 따른 우려했던 일이 빨리 발생했을 뿐"이라며 "논 조성공사를 하면서 물의 순환을 막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변씨는 또 "간척지 내에 높은 제방과 둑을 만드는 공사로 인해 동물들의 이동로를 차단하고 있다"며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마당에 현재 개답공사 방식으로는 친환경 생태농업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간척지 개답공사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위해 지역환경단체가 연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결국 간척지에서 철새들이 집단폐사한 원인이 농지조성 공사 때문인 것으로 판명돼, 환경단체와 관계당국간 앞으로 공사방법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에 해남군 마산면 당두리 영암호 간척지에서 집단폐사한 야생조류의 개체 수는 총 11종 518마리로, 중대백로 282마리, 왜가리 110마리, 중백로 27마리, 쇠백로 20마리, 해오라기 6마리, 오리류는 쇠오리 36마리, 흰뺨검둥오리 31마리와 도요류가 4종 6마리라고 환경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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