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공개' 운동을 아십니까?

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 20일 부정부패 특별감시단 발대식

등록 2004.09.20 10:01수정 2004.09.20 14:57
0
원고료로 응원
추석을 앞두고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도 '전국공무원노조대구경북본부'가 떡값과 선물, 금품 수수 등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해 대대적인 감시활동에 들어간다.

'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는 9월 20일 '추석 부정부패 특별감시단' 발대식을 갖고 20일 부터 이달 말까지 공무원과 관련업체 사이의 선물, 금품 수수 등을 감시하기로 했다.

특히 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는 '잠. 자리. 공개 운동'을 통해 추석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잠. 자리. 공개' 운동이란 "선물을 받은 뒤 '잠'을 잘 때 편하게 잘 수 있는가, 현재의 '자리'를 물러나도 그 선물을 받을 수 있는가, 외부에 '공개'됐을 때 비난받을 소지가 없는가"라는 내용을 담아 공무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 최윤환(48) 본부장을 만나 이번 감시활동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a '공무원노조대구경북본부' 최윤환(48) 본부장.

'공무원노조대구경북본부' 최윤환(48) 본부장. ⓒ 평화뉴스

- 감시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관급공사 수주업체와 자재 납품업체 등 대구경북의 구군청 관련업체는 400개 정도 되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우선 '선물 안 주고 안 받자'는 권고 서한문을 보냈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정노력과 함께 17개 지부에서 각각 2명의 노조원이 감시에 나서고 상황실과 비리접수 창구도 개설해 운영한다. 특히, 선물이 옮겨지는 주차장 감시와 평소 의심되는 사람의 집 근처에서는 밀착감시에 들어간다. 또, 언론 홍보와 현수막을 설치 등으로 계속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밖에 '잠. 자리. 공개' 운동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하고 있는데, "선물을 받은 뒤 '잠'을 잘 때 편하게 잘 수 있는가, 현재의 '자리'를 물러나도 그 선물을 받을 수 있는가, 외부에 '공개'됐을 때 비난받을 소지가 없는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이런 활동이 최근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구경북에서는 지난 2002년 안동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당시 전국적으로 공무원 내부에서 정화활동이 일어났는데 그때 공무원노조 안동지부장으로 있으면서 대구경북에서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지하철 사고때문에 공무원 사회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컸고, 안 그래도 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 난 상태에서 더 이상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반발로 안동지부만 실시하게 됐다. 그뒤 지난 2003년에는 대구도 시범적으로 실시했고, 올해는 대구경북에서 대대적인 정화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 어떤 효과가 있었나?
"우선 관청 안에서 선물이 사라졌다. 공직사회의 선물 관행은 몇 십 년 동안 계속된 것이라 죄의식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3만원의 작은 선물이든 10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선물이든 대가가 없을 수 없다. 이러한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올해는 대구에서 먼저 나설 정도로 의식이 바뀌었다.

선물은 받는 것이 기분 좋지만 나보다 못한 이웃들이나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선물이 돼야지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바치는' 선물은 없어야 한다."


- 활동의 한계도 있는 걸로 아는데.
"수사권이나 조사권이 없어 선물을 주고받는 현장을 포착하고도 못잡는 경우도 많다. 또 고위 간부의 징계는 각서정도로 끝나거나 거의 묵인된다. 내부고발자의 신변이 보호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언제 어디서 누가 봤는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려면 고발자의 신상정보가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든 정보가 빠져나가게 된다. 한편, 내부고발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마음보다는 업체와 공무원간의 보복심리가 작용하기도 해 안타까울 때도 있다."

- 그 외에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굉장히 많다. 우선 일에 성과가 큰 사람에게 주기위해 성과상여금이 내려오는데, 대부분 다같이 나눠가지는 공돈으로 전락해 버린다. 공무원의 일은 결과가 크게 드러나거나 양으로 결정되지도 않아 일의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 나눠가지는 것이 공평하다는 것이다.

승진과 관련된 비리와 관행도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까지만 해도 승진하는데 3000만원이 든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도 읍면동에서 구로, 구에서 시로, 시에서 본청으로 올라가는 전출과 전입에 많은 비리가 숨어있다. 공직사회의 관행은 퇴직 후에도 이어지는데 의정동우회, 행정동우회, 경찰모임인 경우회 등 퇴직 공무원에 대해 선심성 지원도 하고 있어 혈세가 낭비된다.

내부의 비리 뿐 아니라 업무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 민간 자본지원의 경우 상급자의 연줄로 대부분 지원되는데, 그렇게라도 지원된 사업이 잘되면 괜찮지만 대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담당공무원은 윗사람에게 잘못 보여 승진이 어려울까봐 이런 관행을 묵인할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우선 공무원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철저하게 단계로 구분돼 있어 6급을 달면 바로 관리직으로 굳어진다. 반면 그 이하 공무원이 대부분의 일을 담당하며 실질적인 책임까지도 지게 된다. 이들 사이의 상하관계 때문에 자정의 노력도 효과를 잘 볼 수 없고, 우수 인력이 들어와도 경직된 구조로 답습행정이 계속된다.

공무원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흔히 공무원을 보고 '철밥통'이라고 한다. 아무 일 안하고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공무원도 그 전에 시민의 한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민의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더 이상은 '철밥통', '정치적 공무원' 등의 오명을 들을 것이 아니라 전문직업인, 프로공무원으로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4. 4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5. 5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