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제주에서는 메밀밭이 그리 많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도 간혹 밭 가까운 들녘에 메밀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면 메밀밭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도로변에 관상용으로 심은 메밀꽃들은 종종 볼 수 있습니다만 바람을 타고 자유를 찾아 야생에서 꽃을 피우는 메밀꽃만큼 예쁘게 다가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똑같은 꽃이라도 어떻게 피어났는지, 어디에 피어있는지에 따라서 주는 느낌이 다릅니다.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난 것들을 보면 그들의 천성이 그렇다고 할지라도 고맙고, 추운 겨울에 피어나는 꽃도 그 때 피어날 수밖에 없는 꽃인데도 대견스럽습니다.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일일이 이래라 저래라 말씀하실 수 없으니 자연을 통해서, 꽃을 통해서 우리 삶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 아닐런지요. 누구에게나 들려주는 소리지만 그 세미한 음성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 온유한 사람, 의로운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아픈 이들을 보면 불쌍히 여길 줄 아는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 의를 위하여 핍박받으면서도 기쁨의 비결을 아는 사람들에게만 들리는 천상의 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