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상품권 중 2천원권.
요즘 죽도시장에 가면 '사랑권 가맹점'이란 현수막이 걸린 상가가 눈에 띄고 2천원, 3천원, 5천원권 상품권을 주고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전국 최초로 재래시장에 상품권을 도입해, 매출증대와 시장활성화에 기여한 백남도(54) 죽도시장 상가연합회 회장을 만났다. 최근에 그는 재래시장 살리기운동의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심심찮게 언론을 타기도 하고 사례발표자로 전국의 도시, 단체에 자주 초청되곤 한다. 다른 도시의 시장관계자, 지자체, 국회의원들의 방문ㆍ상담이 쇄도하고 포항의 사회단체 및 기업체와 만남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그러나 그는 아침이 되면 죽도시장의 농수산물거리에 위치한 남진상회에서 '짐실이 자전거'를 타고 채소를 배달하는 일을 30년째 하는 토종상인이다. 동해안 최대의 황금시장이었던 죽도시장이 대형마트의 번창에 따라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주제넘게' 나서게 됐다고 한다.
지난 5월 27일 POSCO건설(대표 한수양)과 자매결연을 계기로 촉발된 죽도시장 살리기 캠페인은 이어 8월 25일 '죽도시장 사랑권'이란 상품권발매를 기점으로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POSCO건설을 필두한 기업체뿐만 아니라 의사회, 여성단체, 공무원단체 등이 실질적인 상품권 구매에 동참하여 현재까지 1억여원의 사랑권 매출이 발생했고 130곳에 출발한 가맹점포는 지금은 220여 개를 훌쩍 뛰어넘는 결실을 맺었다.
'재래시장 상품권'이라는 아이디어는 백 회장의 30년 장사경험에서 나왔다. 대형수퍼와 마트 등이 상품권을 통해 매출을 늘려가는 것을 보면서 '재래시장에도 상품권을 도입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위변조 막기 위해 조폐공사 통해 제작... 관광객에게도 협찬계획
재래시장 상품권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위·변조 문제였다. 시장차원에서 조잡하게 만들 경우 곧바로 위·변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조폐공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방법으로 돌파했다. 대구 조폐창을 통해 수표와 같은 재질의 종이를 사용했고, 문양도 위조가 됐을 경우 바로 식별이 가능하도록 조폐공사에서 직접 만들었다.
조폐공사측은 죽도시장쪽의 3억원어치 상품권 발행을 소액(?)이라는 이유로 꺼려했으나, 이후 전국의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비전'으로 설득했다.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의 결정적인 장애물을 해결한 한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상품권의 금액이었다. 백 회장은 30년 상인답게 '소액권'을 선택했다. 재래시장의 성격상 1만원 이상 단위보다는 2천원, 3천원, 5천원권이 소비자도 편리하고 상인들도 거스름돈에 대한 부담이 없기에 안성맞춤이다.
3만원 묶음 속에 포함된 서비스용 주차권 1매나 다양한 가격별 구성(2천원권:3매, 3천원권:3매, 5천원권:3매)은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한 백 회장의 흔적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보통 3만원권 묶음으로 판매되며 여기에 주차권 1장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