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은 부시의 아성에만 온다?

'이반' 지나가니 이번엔 '진'이... 피해지역에 '괴담' 나돌아

등록 2004.09.26 08:58수정 2004.09.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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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5일 올랜도 지역에 몰아친 허리케인 프랜시스로 '세븐 일레븐' 주요소 건물의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5일 올랜도 지역에 몰아친 허리케인 프랜시스로 '세븐 일레븐' 주요소 건물의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 김명곤

플로리다에 또 허리케인이 닥칠 찰나입니다. '설마 네번째 허리케인까지 올까' 라며 세번째 허리케인 '이반'때 유리 창문을 막은 널빤지를 떼어낸 지가 엊그제였던 플로리다 주민들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허리케인이 지난후 자동차 뒷창문 또는 집 담벼락에 "노 모어 허리케인!"(허리케인 더이상 사절!) "고우 어웨이 허리케인!"(물러가라 허리케인!)이라고 부적 붙이듯 써붙여 놓은 것도 헛일인것 같습니다.

이번처럼 한 시즌에 4개의 허리케인이 몰아친 것은 1886년 텍사스 지역에 닥친 허리케인 이후로 처음이라고 합니다.

플로리다는 지난 8월 '13일의 금요일'에 첫 허리케인 찰리를 맞은 이후로, 3주후인 9월 4일에 두번째 허리케인 프랜시스를, 9월 15일에 세번째 허리케인 이반을 겪어야 했습니다. 세번의 허리케인으로 이미 약 70명의 플로리다 주민들이 사망했고, 최소 50억불의 재산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플로리다 전역 쓸고간 3주전 허리케인보다 더 강력... 3백만명에 대피령

이번 허리케인은 지난주 플로리다 서북부 지역을 치고 지나간 세번째 허리케인 이반(4급)보다는 약하지만, 3주전 플로리다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프랜시스(2급) 보다는 강한 풍속 115마일(185km)에서 135마일에 이르는 3급(216km) 허리케인이라는 소식입니다.

마이애미 기상센터는 경우에 따라 4급(232km이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2급과 3급 허리케인은 아름드리 나무를 쓰러뜨리거나 오래된 집을 무너뜨리는 위력을 갖고 있으며, 4급이나 5급은 웬만한 빌딩이나 강을 연결하는 다리를 무너뜨리는 초강력 허리케인입니다.

이번 허리케인은 '진'(Jeanne)은 이미 남미 아이티 지역을 휩쓸어 1500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플로리다 주정부 당국은 허리케인이 지나칠 지역의 약 3백만명의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진행 속도가 빨라져 미처 피하지 못한 지역 주민들은 호텔이나 대피소에 안전하게 피할 것과, 될수록 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나서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마이애미 기상센터는 허리케인이 한 지역에 상륙해 완전히 지나는데는 최소한 12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5일 자정께 허리케인이 상륙하는 동부해안 포트 피어스 지역은 오후 5시부터 이미 통금이 실시되었습니다. 이 지역은 5백여명의 한인동포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1만여명의 한인들이 몰려 살고 있는 올랜도 지역도 오후 7시부터 26일 오후 5시까지 통금이 실시되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26일(일요일) 새벽 5시경부터 허리케인이 들이닥친다고 합니다. 20여개의 교회들은 이미 '주일예배'를 취소했습니다.


지난 15일 허리케인 이반으로 플로리다 북서부 펜사콜라 지역에 거주하는 3천여명의 한인 동포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당하지 않았으나 여러명의 동포들의 집이 무너지거나 가게가 유실되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동포도 있다고 합니다. (박스 기사 참조)

이에 앞서 지난 9월 4일 플로리다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허리케인 프랜시스로 인해 올랜도 북부 지역 화초단지에서 화초농사를 짓고 있는 50여가구 동포들 중 20여가구가 약 30만불에 이르는 피해를 입은바 있습니다.

a 지난 9월 4일 허리케인 프랜시스로 플로리다 올랜도의 '동양종합식품' 건물 주차장의 시멘트 간판이 기울어져 있다. 간판의 반절 부분도 강풍에 떨어져 나갔다.

지난 9월 4일 허리케인 프랜시스로 플로리다 올랜도의 '동양종합식품' 건물 주차장의 시멘트 간판이 기울어져 있다. 간판의 반절 부분도 강풍에 떨어져 나갔다. ⓒ 김명곤

연이은 허리케인에 '이메일 괴담' 나돌아

이렇게 연이어 허리케인이 닥치자 최근 플로리다에서는 흉흉한 괴담이 나돌고 있습니다. 특히 세번째 허리케인 이반(Ivan)이 플로리다 북서부를 친 후 북쪽으로 물러가며 약화되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되돌아와 남부 루이지애나를 친 이후에 괴 이메일이 떠돌고 있습니다. 이메일 내용인즉, 지난 3차례의 허리케인에 의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 모두 지난 대선에서 부시를 지지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첫번째 허리케인 찰리로 쑥대밭이 된 플로리다 남서부 포트 마이어스와 푼타고다 지역은 백인 은퇴자가 많이 살고 있으며, 세번째 허리케인 이반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북서부 펜사콜라 지역은 큰 군부대가 위치해 있어 군인가족이 많은 곳으로 공화당세가 압도적으로 강한 곳입니다.

첫번째와 2번째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입은 올랜도 지역도 잽 부시가 주지사가 된 이후로 공화당세가 강화된 지역입니다. 올랜도 시를 포함하고 있는 오렌지 카운티(군) 의장이던 밥 마티네즈가 부시행정부의 건설장관에 오르는가 하면, 올랜도 시장이던 글렌다 후드가 주 국무장관으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괴 이메일은 이 같은 '공화당 지역'에 허리케인이 집중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거철인 데다 너무 어이없게 계속되는 허리케인 공격에 민심이 흉흉해 지다보니 이 같은 괴담까지 나도는 것 같습니다. 남부 마이애미 지역 주민들은 마이애미 대학의 '허리케인' 이라는 닉네임이 불길한 이름이라며 바꿔치라는 요구도 하고 있습니다.

주유소에는 이미 낮은 급 자동차 가스가 떨어져 가장 비싼 프리미엄 가스만 팔고 있습니다. 지난 세번의 허리케인 경험 때문인지 '홈디포' '로우스' '월마트' 등에는 널빤지와 건전지 등이 동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오후 6시 반 현재 이곳 올랜도 지역에는 벌써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으며 계속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역 라디오 방송과 텔레비전 방송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허리케인 경보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잽 부시 주지사는 기상 전문가들을 대동하고 주기적으로 텔레비젼에 출연해 허리케인 진행상황을 직접 알리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 곳 동포들은 달도 없고 송편도 없는 추석날, 허리케인으로 떨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모두가 숨죽여 지켜볼 뿐입니다.

"왕복 16시간 밤새워 다녀왔습니다"
플로리다지역 평통위원 일행, 허리케인지역 펜사콜라 방문기

▲ 지난 18일 밤새워 배달된 온정의 손길 앞에서 마이애미 민주평통협의회 김풍진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 일행과 펜사콜라 한인회 임원들.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회(이하 평통) 마이애미 지역 협의회는 지난 18일 저녁 7시 올랜도 코리아가든 식당에서 허리케인 이반 피해지역인 플로리다 북서부 펜사콜라시 거주동포돕기 긴급 결의 안건을 가결했다. 이날 결의에 따라 3명의 평통위원들은 당일 밤 400마일 거리의 펜사콜라로 1천불 상당의 구호품을 구해들고 밤새워 달려갔다.

다음은 김풍진 평통협의회장(변호사)이 펜사콜라지역을 방문한 후 평통위원들에게 보낸 서신문이다. 동포들이 이역에서 서로 돕고 사는 생생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귀와 토씨등에 약간의 수정을 가한 전문을 옮겨 싣는다. 이 서신문은 플로리다에서 발행되고 있는 코리아 위클리에도 실렸다... 기자 주)

평통위원님들 안녕하십니까? 지난 18일 2004년도 마이애미 평통 협의회 정기 모임시 (허리케인 아이반 피해지역 동포 돕기) 긴급안이 통과되어 저희 회장단은 즉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플로리다 서북부 지역을 때리고 간 태풍 이반 피해자중 한인들이 상당수라는 정보에 접하자, 우리 평통 협의회원들이 온정의 손을 뻗어 보자는 안에 열정적 지지가 있었습니다. 이하진 위원님은 1992년 마이애미 지역 앤드루 태풍 피해시 한인 구조사업에 적극 나섰던 경험을 되새기면서, 당연히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조언하였습니다. 보조금 전달은 헛일이고 필요한 물품전달이 더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한달 사이로 계속 플로리다 전역을 치고 갔던 태풍 바니, 찰리, 프랜시스등의 후유증으로 플로리다 전역에는 아직도 정전 지역이 많으며, 이로 인하여 가스버너가 절품 상태입니다. 문주석 위원이 즉시 각처에 연락하여 가스버너 42개와 가스캔 164개를 원가로 해서 당일 1시까지 배달받기로 확약 받았습니다. 또 급한 물품은 라면으로, 탬파 교포식품에 연락하여 라면(20 상자)을 야밤에 원가로 넘겨 줄 것을 확약 받았습니다.

또 배달 대형 차량이 필요하여 걱정하던중, 김태성위원이 부친께 연락하여 대형차를 무료임대 허락 받았읍니다. 김 위원이 차를 가져오기 위해 떠난 동안, 이종화 위원님이 일식으로 일행 밤 식사를 준비하여 주셨습니다. 박정환 위원님은 좌석이 부족하여 함께 가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여기며 무사히 다녀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김중호, 문주석, 김태성, 김풍진 네 위원이 올랜도 회의장소를 떠나 탬파까지 오니 밤 12시30 분, 노영근 지역 사업가를 깨워, 약속한 가스버너와 가스캔을 싣고 오시게 하여, 우리 차량에 실었습니다. 웃돈 주고도 살수 없는 구급 물건들을 원가로 한밤중에 배달해 주었으니 고마운 마음이 가득 하였읍니다.

김중호 위원(간사)은 계속 피해지역에 연락하여 물품 전달 받으실 분과 안내해주실 분을 찾았읍니다. 연락관계를 정리하고, 탬파를 떠난 시간이 밤 1시 반이었고 김태성 위원이 운전대를 잡으며 칠흙어둠속 영원한 시간을 달리다 보니 동이 트고 아침이 왔습니다. 지도를 보니 올 곳으로 온 것 같아서, 잠시 내려 아침 커피를 마셨습니다. 이때 (현지의) 신옹인 전 위원 내외분이 황급히 나타나서는 아침 식사를 대접해 주시고 저희들을 안내하여, 팬사콜라 전 한인회장 최켈리씨 사무실로 동행했읍니다.

최켈리씨 역시 먼길온 저희들을 반가히 맞으며, 피해지역의 한인회 회장단 연락에 바뻐했읍니다. 그러나 곧 오봉숙 한인회장이 통행길이 두절된 지역에서 나올 수 없음을 알았고, 대신 오영자 부회장과 공인숙 사무차장이 나와주어 무사히 물품과 함께 위로의 말을 전달했습니다.

받는 분 못지 않게 주는 입장에서 기쁨을 느끼고 흔드는 손들을 보면서 귀가길로 들어섰읍니다. 귀가길에 우리 일행을 염려하여 김희민, 이종화, 노흥우 위원이 전화를 해 주었읍니다. 수면부족으로 졸면서 우리일행은 탬파까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잭슨빌에 사는 김중호 간사는 아직 귀가길이 너댓시간, 김태성위원은 서너시간을 더 가야 했습니다.

신옹인 님의 추후보고로는 저희 방문일이 일요일어서 오봉숙 회장님과 한인 교회로 가시었답니다. 막힌 길을 돌아 돌아가면서, 정전가정에 물품을 분배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유용하게 쓰는 분들로부터 뜨거운 감사의 마음도 전달 받았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물품들을 가지고 왕복 16시간을 주야로 운전하여 직접 전달하고 온 것은, 오로지 수많은 분들이 한마음으로, 또 순수한 목적으로, 크고 작은 협조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었으며, 각자의 마음속에 선하고 헌신적인 면이 다 노출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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