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제대로 굽는 <세븐데이즈>

현장! 조명 받지 못하는 그 속의 땀방울을 포착하다

등록 2004.09.26 08:29수정 2004.09.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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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종실
부조종실최혜민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보는 방송은 정갈하고 깔끔하다. 특히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경우는 MC의 대사와 여러 자료화면 등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 있어서 보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전파를 타고 정돈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 동안 방송국 현장 안에서는 우아한 백조의 물장구가 정신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을 밤 11시 무렵 서울방송 <임성훈의 세븐데이즈> 방송팀은 시청자들에게 더욱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생방송의 긴박감과 생동감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바로 그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녹음실 전경
녹음실 전경최혜민
9월 5일 밤 9시. 방영 2시간을 앞둔 최태환 PD를 만나 <세븐데이즈>의 진행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세븐데이즈>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불빛이 나오는 곳은 부조정실, 편집실, 녹음실, 스튜디오 이렇게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다. 방송 팀의 빠른 발걸음을 따라 제일 먼저 다다른 곳은 부조정실이었다.

이 곳에서는 방송이 될 화면을 조정한다. 자막 처리, 모자이크 처리, 음성 변조가 이루어지고 타이틀 부분에서 전반적인 사전 작업이 행해진다. 실제로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에는 이곳에서 전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이 곳에서 <세븐데이즈> 구성 작가를 맡고 있는 한수경 작가를 만나 짧은 인터뷰를 청했다.

한수경 작가 인터뷰 모습
한수경 작가 인터뷰 모습최혜민
-<세븐데이즈>에서 맡고 계시는 일은 무엇이죠?
“저는 구성작가를 맡고 있어요. 구성작가는 프로그램의 기호에 맡는 아이템을 선정하고, 사전취재를 하죠. 그리고 PD나 다른 팀원들과 회의를 통해 아이템이 선정이 되면 취재의 방향이나 무엇을 취재할 것인지 작업하죠. PD가 취재를 나가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같이 방향을 조정하고, 카메라로 찍어온 화면을 봐서 편집 콘티를 짜요. 인터뷰나 컷 등 세세하게 편집방향을 관리합니다.”

- <세븐데이즈>를 만드는 작가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요?
"보통 한 팀에 5~6명의 작가가 있는데요. 메인작가, 서브작가, 자료조사 이렇게 나뉘어 있답니다. 메인작가는 전체 대본을 총괄하고, 서브작가는 코너에 따라 대본을 씁니다. 자료조사는 대본을 쓰진 않고 작가를 도와 아이템에 맞는 자료를 찾아 주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 <세븐데이즈>는 시사프로그램인데 부담스럽거나 어려운 점이 있나요?
"과거에는 경찰이 수사하는 것을 같이 취재하곤 했었는데요. 여기서 어려움이 있었죠. 지금은 인권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에요.


사회의 부조리한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진실을 알아내고 용기 있게 밝히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런데 여기서 인권보호 문제나 초상권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소송도 자주 들어와요. 그래서 아예 의심스러운 점이 충분한 아이템이 있더라도 충분한 단서가 없으면 빼버리곤 합니다.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왜곡될 수도 있고요. 시사를 고발하면서 어떻게 객관적임을 잃지 않느냐라는 노하우가 중요합니다.“

- 일주일에 한 번씩 방영을 하려면 힘들 텐데 다른 어려움은 없어요?
"2주에 한 번씩 해요. 두 팀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했는데 환경이 조금 나아졌죠. 그래도 요즘도 집에서는 잠만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까지 일하고 또 집에선 잠만 자고 이런 패턴이 계속되는 편이죠.


시사라서 계속해서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끝까지 일을 손에 놓을 수가 없어요. 5일자 방송된 굴비박스 사건도 이미 저희가 취재를 해서 알고 있는 내용도 경찰이 조사를 해서 발표를 해야 낼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경찰이 새롭게 발표하면 또 수정을 해야 하죠.

그리고 사전취재 작업도 힘들어요. 예전에는 한번 건축업에 관련된 자료가 두 상자 가득 담겨있는데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이걸 읽어야 취재는 할 수 있고 암담한 마음으로 있다가 내가 모르면 시청자들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내가 알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이라는 기준으로 자료를 다시 보니 쉽게 일을 끝마칠 수가 있었어요.“

- 토요일에 방영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어요?
"우선 방송을 준비하는 기간부터가 달라요.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한 달 정도 준비를 해서 방영을 하기 때문에 시의성에서 자유로운 편이죠. 그래서 오래 가는 사건이나, 시의성을 덜타는 것이나 충격적인 것을 밝히는 발굴보도 형식이 많죠. 그러나 <세븐데이즈>는 시의성이 아주 중요해요. 2주에 한번씩 팀이 돌아가니까 기동력도 있고, 화면도 빠르고 멘트도 빠르죠. 긴박한 느낌을 넣어 주려고 노력해요."

생방송이라 바쁜 와중에도 한수경 작가는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의 끝을 놓지 않는 작가의 모습은 프로그램의 어머니와 같았다.

감사의 인사를 건넨 후 이번에는 녹음실에서 막 녹음을 끝내고 나오는 송준석 성우를 붙잡았다.

송준석 성우 인터뷰
송준석 성우 인터뷰최혜민
- <세븐데이즈>에서 성우가 하는 일은 무엇이죠?
"MC를 맡고 있는 임성훈씨가 소개해주는 사건에 대한 내레이션을 합니다. 시청자들이 사건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성우면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활동 하실 텐데 <세븐데이즈>에서 차별화 두고 있는 점이 있나요?
"<세븐데이즈>는 신문에서는 단편적으로 다루었던 시사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건의 이면의 진실을 밝히는데 현장감을 더해주고자 노력하죠. 목소리 연기도 사안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합니다. 5일자 방영된 조직폭력배 출신의 학생회장이야기는 과거의 잘못에 현재까지도 고통 받는 내용이라서 시청자들이 예방적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기를 했습니다. 측은하거나 분노한 느낌 등을 잘 살리려 노력하죠."

- 내레이션 연기를 맡으면서 고충은 없으신가요?
"가장 큰 어려움이란 기다리는 일이에요. 보시다시피 생방송이라 대본이 정해진 시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방송을 들어갈 때까지 사안에 대한 현장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계속 현장감 있게 수정을 해나가요. 그러니 방영이 되는 중에도 다 끝나지 못해서 다음 꼭지의 녹음이 녹음실에서는 계속 되고 있죠.

다른 프로그램은 녹음 없이 바로 생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그땐 실수를 하면 바로 돌이킬 수 없죠. 큰 실수는 그다지 없는 편이라 일의 긴장도는 비슷해요. 보통 시청자들이 낮 시간에는 약간의 실수도 용납을 해주는 거 같은데, 밤 시간에는 편안하고 정리되고, 완성된 분위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세븐데이즈>는 녹음을 해서 실수 없이 깔끔한 느낌을 주려고 하죠."

평소 텔레비전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에 <세븐데이즈>는 마무리되어지고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뒤 CF가 들어가는 동안 스튜디오로 달려가 <세븐데이즈>의 꽃인 임성훈 MC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임성훈 엠씨 인터뷰
임성훈 엠씨 인터뷰최혜민
- <세븐 데이즈>에서 하시는 일이 뭐죠?
"보시다시피 MC를 맡고 있습니다. 4가지 꼭지마다의 사건을 소개하고 전체적인 진행을 하죠.“

- MC를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많으신데 <세븐데이즈>를 진행하실 때와는 무엇이 다른가요?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그 프로그램의 특성에 맞게 따뜻한 말도 많이 하고 그러죠. 그렇지만 <세븐데이즈>는 일주일동안 있었던 시사문제를 갖고 바로잡음을 촉구하기 위한 고발 프로그램이라 약간 차갑고 냉철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합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쓰지 않는 안경을 쓰는 이유도 그거죠.“

-<세븐데이즈>에 특별한 애착이 있다면.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올바른 소리를 내야하고 잘못된 것과 부조리한 점에 대한 고발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새 12시를 넘기며 하루를 같이 보낸 <세븐데이즈>에서 마지막으로 담당 최태환 PD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최태환 피디 작업 모습
최태환 피디 작업 모습최혜민
- <세븐데이즈>에서 하시는 일이 무엇이죠?
"프로그램 전체를 통괄하여 관리를 합니다. 작가들과 아이템을 의논하고, 직접 취재를 나섭니다. 편집도 하고, 방송이 이루어 질 때까지 모든 작업을 관리하죠."

- 다른 프로그램을 맡아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 <세븐데이즈>에서 차별성을 두고 있는 것이 있나요?
"전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맡았습니다. <그것이...>도 시사프로그램인데 준비하는데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렇지만 <세븐데이즈>는 준비시간이 2주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주 단위로 시청자들의 관심사를 알아야 하죠. 그래서 그 기간의 핫이슈를 경쾌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와는 달리 소재를 정치, 문화, 사회 등 다양하게 얻으려고 합니다."

- <세븐데이즈>에서는 PD가 취재도 나가시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취재하는데 어려움 보다는 아이템을 찾는 것이 어려워요. 취재할 때의 어려움은 취재원들을 만날 때나 인터뷰하기를 꺼려하는 거죠. 시사프로그램이다 보니까 자신의 인터뷰가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현대인들에게 군말 없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텔레비전. 오늘 밤도 우리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웃고, 울고, 생각한다. 이런 텔레비전이 끊임없이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 마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의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눈망울 하나를 반짝이게 하기 위해서 지금도 정신없이 촌각을 다투며 뛰어다니고 있을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놓치고 가는 것들을 다시 제대로 보게 해주려는 <세븐데이즈> 방송 팀. 비록 텔레비전 속에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지금도 그들은 방송을 위하여 뛰어 다니고 있다.

우리가 그들 덕에 새로운 진실을 보는 만큼 이번에는 텔레비전을 통한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그림자와 땀방울들을 찾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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