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행복한 장례식'

[현장] 국가보안법 수배학생들의 농성 7일차 소식

등록 2004.09.29 18:38수정 2004.09.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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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행복한 장례식 후 연세대학교 정문 앞으로 나서는 농성단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행복한 장례식 후 연세대학교 정문 앞으로 나서는 농성단 ⓒ 정옥재

29일 오후 3시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민주광장에서 한총련수배자농성단 주최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행복한 장례식'(후원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이 열렸다.

연세대를 비롯한 45명의 대학생들과 김선분(80), 박정숙(88), 변숙현(81)씨 등 범민련 소속 할머니들과 민가협 권오헌 공동의장(양심수 후원회 대표)과 수배자 이희철(8기 한총련 의장·수배 5년차)씨의 가족도 참석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권오헌 양심수 후원회 대표는 격려사에서 “98년에 이미 여의도에서 국가보안법 장례식을 지낸 적이 있다. 지금 국보법 논의는 열린우리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야당들도 국보법 폐지를 지지하고 있지만, 정작 열린우리당은 대체 입법이니 형법 보완이니 하면서 시늉만 내는 것 같다. 국가보안법 개페 논의의 핵심은 제2조 반국가단체 조항폐지이다”라며,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폐지하여 통일 논의의 물꼬를 트자"고 수배 학생들을 격려했다.

해방 이전부터 통일과 민족해방운동에 투신했다는 박정숙 할머니는 “국가보안법 때문에 감옥에 3번 갔다 왔다. 일제 때 핍박을 받았고 해방 이후 계속하여 통일 운동에 참여했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수배 2년차 허환희(2003년 한총련 학원자주화투쟁위원장)씨는 경과보고에서 "오늘은 농성 7일차다. 23일에는 합동차례, 24~26일엔 국가보안법폐지청원서명운동, 중앙도서관 앞 천막농성, 28일 추석 차례를 지냈으며, 오늘 국가보안법 장례식을 지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후 국가보안법 장례식단은 풍물패와 함께 연세대학교 정문 앞으로 행진했다. 장례식을 지켜보던 시민과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모환경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김종성(44·당산동)씨는 "국가보안법은 완전 폐지되어야 한다. 국보법 폐지 후 수배 학생들도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밝혔다.


등산객 윤명남(45·연남동)씨도 완전폐지 의견을 내면서 "대체입법도 문제다. 국가안보에는 형법으로 충분하다"고 국보법 완전폐지 의견에 동참했다.

a 수배 학생들을 격려하는 범민련 박정숙(88), 김선분(80), 변숙현(81세) 할머니.

수배 학생들을 격려하는 범민련 박정숙(88), 김선분(80), 변숙현(81세) 할머니. ⓒ 정옥재

오세철 전 연세대교수는 "정치권에서 지금 대체 입법 정도로 절충할 것 같아 보이지만, 완전 폐지로 가야 한다. 나도 지금까지 여러 형태로 수배학생들을 위해 탄원했다"며 "사상의 자유를 위해 국가보안법은 완전 폐지되어야 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하지만 20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존치나 개정 의견이 많았으며 대부분 익명을 요구하거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천아무개(37)씨는 "애매한 문구는 삭제하고, 구체적으로 문구를 개정하는 방향으로 국가보안법 논의가 흘러야 한다"고 개정 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행복한 장례식은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막걸리 뒤풀이를 끝으로 오후 5시경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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