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가지잎 위에 기름방개(섬서구 메뚜기)가 앉아 있습니다. 작고 뭉툭하게 생긴 녀석은 재주가 없습니다. 메뚜기처럼 빠르게 뛰거나 날지도 못하고 방아개비처럼 날씬한 몸도 아니고 사람 손에 잡혀 방아도 찧을 줄 모릅니다. 느린 몸으로 엉금대며 기는 녀석은 걸음마 배우는 아이에게도 쉽게 잡힙니다.
재주 없고 느리기만한 녀석이지만 사람들은 기름방개를 잡지 않습니다. 메뚜기며 방아개비에 비해 맛이 없는지라 사람들은 녀석을 잡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메뚜기 잡으려다 실수로 기름방개가 잡혀도 그냥 놓아주기 일쑤입니다.
높이 뛰거나 날지도 못하는 녀석이라 허공을 가르고 있는 거미줄에 걸릴 일도 없습니다. 그게 바로 녀석이 생존하는 기막힌 재주입니다. 재주도 없고 느리기만 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인간의 기준이 잘못된 것이지요. 어리석은 인간들의 편향된 잣대와 기준만으로 자연의 오묘함을 설명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농촌의 들녘이 정겨운 이유는 다양한 생명체의 숨결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비록 작고 힘은 없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는 생명체의 숨결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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