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카메라와 경찰관은 30m 까지 갔는데도 도대체 알아챌 수 없었다. 소나무와 수국으로 보이는 꽃나무 그리고 짙은 파랑색의 경찰관 복장이 잘 어울려 시력이 좋은 필자도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윤형권
경찰의 자동차 과속 단속건수가 많은 게 교통사고를 줄이는 일일까? 함정단속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단속에서 단속을 위한 단속인지, 사고 예방을 단속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문제에 직접 부딪혀 보았다. 충남 논산에서 서대전 네거리에 있는 사무실에 가자면 신도안을 지나는데, 왼쪽으로 보이는 계룡산과 눈을 맞추며 가곤 한다. 이렇게 계룡산과 눈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새로운 힘’이 솟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늘 지나는 곳이지만 새삼스럽다.
신도안 입구에서 계룡산이 보이는 이곳은 논산방향에서 대전으로 오가는 차와 계룡대 방향에서 오는 차들이 합류하는 지역이라서 다른 곳에 비해 차량통행이 아주 많다. 이곳 국도 오른쪽으로는 잘 꾸며진 화단이 있다. 왼쪽의 계룡산과 잘 어울리는 경치를 연출하고 있다.
신도안에서 대전으로 가는 국도로 들어서면서 약 500m쯤 지날 무렵이다. 가을이 절정에 달하는 10월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하는 계획을 세우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약간 휘어진 곳을 막 지나는 순간 70여 미터 정도 앞에서 내차를 향해 무엇인가 겨누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저격수(?)가 내 머리를 겨누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점점 다가갈수록 어렴풋한 윤곽이 나타나는데, 검은 물체로 보였다. 화단 속 소나무와 꽃나무에 가려져 70여 미터 앞까지 왔는데도 금방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약 50여 미터 앞까지 다가갔다. 아뿔싸! 경찰 한명이 속도측정기로 내차를 향해 쏘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반사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뒤에 따라 오고 있는 차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우선 급브레이크를 밟아 단속을 피하자는 생각이었다.
이곳은 제한 속도가 80km이지만 도로 상태와 도로 좌우로 사람들 통행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차량들이 90km 내외로 달리는 곳이다. 측정기를 내차를 향해 계속 쏘아대고 있는 가운데 30여 미터 앞을 지날 때 겨우 90km 이내로 줄일 수 있었다.
왠지 찝찝하다. 과속차량을 단속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사고로부터 미리 방지하자는 것인데, 결국 나를 위한 일인데,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처럼 속도측정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마치 함정에 걸린 듯한 상황이라면 사정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