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유명 마술사들의 매직쇼

국내 최초로 방송된 한국 마술사의 매직쇼 - 이은결의 매직 콘서트

등록 2004.10.01 12:08수정 2004.10.0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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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설, 추석 같은 명절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유인 즉 쉽게 접하기 힘든 데이빗 카퍼필드의 마술쇼를 종종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마술' 하면 데이빗 카퍼필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또한 '마술은 폭포에서 탈출하고 몸을 잘랐다 붙이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마술사가 명절 우리의 안방을 찾아오고 있다. 바로 데이빗 블레인이다.

데이빗 블레인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마술은 4살 때부터 시작했지만 직업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마술사 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배우로서 성공하기 위해 무작정 뉴욕에 온 데이빗 블레인은 재미삼아 길거리에서 일반 시민을 상대로 마술을 하기 시작한다. 그 장면을 가감 없이 찍어 방송국으로 보냈다. 상업적 성공의 가능성을 발견한 방송국에서는 정식으로 그가 출연하는 마술쇼를 기획했고 예상처럼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마술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줘 왔다. 예를 들면 방송 중에 자신의 심장을 꺼내 보인다든지 입으로 먹어버린 여자 머리카락을 자신의 배나 팔에서 뽑아내는 등의 엽기적인 마술을 선보인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Levitation(공중부양)은 사람을 띄우는 공중부양 마술은 무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다.

a 이은결

이은결 ⓒ 비즈매직

하지만 올해 가장 큰 수확은 지난 29일 KBS2를 통해 방영된 이은결의 매직 콘서트다. 이은결은 몇 해 전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신세대 마술사다. 여러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특히 마술 올림픽이라 불리는 2003 FISM(Federation of International SocietyMagicians)대회 매니퓰레이션 부분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그 실력을 입증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개인의 이름을 건 마술 공연을 해 오고 있다.

속임수, 사기라는 마술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많은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이 성황리에 막을 내린다는 것은 마술이 하나의 공연문화로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런 인식의 변화와 마술의 대중화의 선두에 이은결이 있다.


이런 점에서 TV를 통해 방영된 '이은결의 매직 콘서트'는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마술사로서는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건 마술쇼가 TV에 방영된 것이다. 물론 재작년 추석 때 iTV에서 이은결, 최현우의 마술쇼가 방영되긴 했지만 조그만 스튜디오에서 클로즈업 위주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 공연에서는 소수의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들을 웃기고 놀라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대형 홀에서 소수의 사람을 상대로 행해지는 클로즈업 매직보다는 수많은 사람을 앞에 두고 행해지는 스테이지 매직 위주의 공연이 펼쳐졌다. TV라는 매체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게 마술이 단순히 눈앞의 사람을 웃기고 놀라게 하는 놀이가 아니라 연극, 오페라, 뮤지컬처럼 다양한 장르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공연문화, 공연예술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게다가 공연의 수준도 외국 유수의 마술사 못지 않았다. 각종 세계 대회를 휩쓴 이은결의 매니퓰레이션 공연과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지닌 ‘일루전’ 매직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매료시켰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매니퓰레이션을 제외한 일루전 매직이 올해 초 있었던 이은결의 매직 콘서트 전국 투어 때의 그것과 같았다는 점이다. 매니퓰레이션의 경우는 새로운 내용으로 신선함을 주었지만 일루전은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다. 공연장에서 그의 공연을 본 사람에게는 신선함이 떨어진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마술이란 그 매력과 놀라움이 덜 할 수밖에 없다.

최초로 방송된 국내 마술사의 매직쇼. 이번 방송을 통해 아직도 남아 있는 마술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오해가 바로 잡아지길 기대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마술이 여가생활, 취미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처럼 다양한 공연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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