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복음을 전할 준비 돼있는가"

[인터뷰] 한 대학생, 종로5가 한기총 본부 앞 1인 시위

등록 2004.10.03 17:53수정 2004.10.0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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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주형(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휴학)씨가 3일 오후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한기총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주형(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휴학)씨가 3일 오후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한기총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종교가 권력이 돼서는 안되는데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기독교의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종교관으로 우리 사회 가치가 저해되고 있다고 봅니다. 기독교는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로써 약자나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18살 강의석군의 모습을 통해 봤습니다. 이는 종교인으로서의 직무유기입니다. 과연 기독교가 진정으로 복음을 전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입니까? 이제는 교회가 제대로 답할 차례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 길자연)의 KBS 규탄 집회를 지켜본 한 대학생은 3일 서울 종로5가 한기총 본부가 입주한 한국기독교연합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기독교는 회개하고 각성하라"라고 적힌 피켓 한개만을 들고 한기총 본부 앞에 선 조주형(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휴학)씨의 모습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을 보는 것 같았다.

조씨는 "현재 사회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금역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종교도 이제는 더이상 성역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2일) 저녁 8시에 방송된 KBS 시사프로그램 <한국 사회를 말한다> '선교 120주년, 한국 교회는 위기인가'를 본 소감에 대해 "이미 교회가 권력화된 증거가 나타났으며 더이상 교회가 하나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했다"며 "18살 학생(강의석)의 호소도 듣지 못하고 타종교에 대한 자유도 인정하지 않는, 그 정도의 관용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인 관용을 이야기하는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도 되지 않고 예고만 된 것에 대해 난리를 치는 모습은 종교인으로서 할 짓이 아니지 않는가"라며 "한국의 대형 기독교가 진정 복음을 전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낮 12시40분경부터 한기총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지만, 그의 앞을 지나는 한기총 본관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4일 서울 시청앞에서 한기총과 '반핵반김국권수호국민협의회'가 함께 개최 예정인 기도회 및 집회에서도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다음은 조주형군과의 일문일답.

4일 시청앞 대규모 집회에서도 1인 시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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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유창재

- 1인 시위를 나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얼마 전 대광고등학교의 강의석군의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지켜보면서 기독교가 정말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말씀에 따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설사 다른 종교를 갖고있거나 기독교를 거부할지언정 이들이 원수인가? 학생들이 다른 종교를 선택하더라도, 또 종교가 없는 학생들에게, 무슨 이유로 자유를 구속할 권리가 있는지 묻고 싶었다."

- 기독교의 문제점을 잘 드러낸 사례라고 보는 것은?
"얼마전 이명박 서울시장이 수도를 하늘에 봉헌한다는 망발을 했다. 이 시장은 서울시장이다. 그러면서도 교회의 위치에서 볼 때는 강남 대형교회의 장로다. 잘 집어봐야 할 점은 기독교인이고 장로라는 것은 이 시장의 개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자신의 개인적인 지위와 사회적인 지위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사(公私)' 구분이 안된다는 것이다.

성경 말씀을 보면 '로마왕의 것은 로마왕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라는 구절이 있다. 사회적 세상의 것과 종교적 세상의 것을 구별해야할 의무와 기본을 하나님께서는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그 경계를 망각한 발언을 했다. 사회적인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적인 종교적 관념을 사회적으로 표출하게 되면, 다른 종교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 어제(2일) 방영된 KBS 시사프로그램 <한국 사회를 말한다>를 봤는가.
"봤다. 자취를 하고 있는 집에 TV가 없어서 인터넷을 통해 봤다. 감히 기독교에 대한 충고를 하자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현대사회에서, 비폭력적인 종교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을 용인하지 못하고 억압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납득할 수 없다. 종교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가치 및 규범으로 비판한 것을 언제나 수용할 수 있는 각오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나, 나아가 이 시대의 대형 종교로서의 사명 아닌가. 더구나 방송되지도 않고 예고된 것에 대해 난리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이상 우리나라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 아니다"

- 방송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목사의 세습문제다. 한 교회에서 목사의 세습을 둘러싸고 1·2층에서 서로 나눠 집회(예배)를 보는 사례가 있었다. 이것은 이미 교회가 권력화된 증거를 나타내는 것이고, 나아가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을 버린 것이다.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것이 종교인의 덕목이자 관용정신이다. 그런데 교회가 개인의 소유물인 것처럼 세습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교회의 부조리에 대한 반증이다."

- 교회가 갖고있는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더 이상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약 성경에 나와 있는 대로 본다면 기독교는 분명히 유대인들의 민족 종교이다. 그 종교가 한국에 와서 한국사회에 맞추려고 하다보니 심각한 부자연스러움과 불편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억지로 끼워맞추려는 듯한 모습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제는 교회가 갖고있는 모든 권력 구도를 버리고, 헌금은 합리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를 조절할 수 있는 공통된 규범, 즉 정관을 만들고 규율에 맞게 교회가 운영되어야 한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회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청교도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교회는 유럽식이 아니라 미국식이다. 초기에 만들어진 이념으로 다시 돌아가 청빈한 삶이 회복되어야 한다. 나아가 다른 종교와의 화합이 필요하다. 다원적 종교사회에서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들에 대한 극단적 배제를 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기독교는 메이저 교단이다. 그런 대형 교단이 기독교내에서도 일파인 여호와의 증인이나 마이너리티한 교단 등에 대해 이단이라고 보고 탄압하고 있다. 이러한 타종교에 대한 가치 저하나 억압하는 행동은 멈춰야 한다. 같이 포용하고 안고 가는 것이 기독교의 정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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