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표지sony
해묵은 노래를 새삼스럽게 꺼내는 까닭은 최근 쥬제페 토르나토레(씨네마 천국을 만든 감독)의 <피아니스트의 전설(Legend of 1900)>을 말하기 위해서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객선의 볼룸에 놓여있는 그랜드 피아노, 장미목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피아노가 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새로운 음악에 대한 확신으로 기대했다던 질버만의 ‘피아노 포르테’에서부터 지금까지 몇 백년 동안, 피아노는 모든 악기의 왕자와도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쥬제페 토르나토레는 이탈리아 사람이다. 최초의 ‘피아노 포르테’는 이탈리아의 바르톨로모 크리스토포리가 만들었다. 어쩌면 감독은 이탈리아의 명품 ‘파지올리(Fazioli)’ 피아노를 거기에 장치했고, 그것으로부터 피아노의 역사를 잠시 생각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에서 피아노는 조연에 불과하다.
주인공은 그 피아노 위에서 강보에 싸인 채로 발견된다. 그는 대서양을 횡단하는 거대한 배에서 1900년에 태어났으므로 ‘1900’이라는 희한한 이름을 갖고, 피아니스트로 성장한다.
작은새의 노랫말에서 그렇듯이 그는 거기서 태어났으며 그곳에서 살고, 잠든다. 영화적 매력이란 그런 줄거리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게다가 '당신'과 '작은새'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 세 단어는 '동의어'가 될 수 있다.
영화의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맡았다. 인상 깊은 음악을 하나 고른다면 나는 주저함 없이 ‘달도 없는 야상곡(Nocturn with no moon)’을 꼽는다. 왜! 이 곡인가? 궁금하다. 베토벤의 월광(月光), 드뷔시의 달밤(Moonlight)을 생각하게 하는 이 곡목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려 했을까?
우리에게는 민족의 대명절‘추석’과 ‘대보름’ 같은 날들이 있어서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울, 향수, 낙원의 희망과 꿈 등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1900’의 야상곡은 슬픔과 절망의 야상곡이라 해도 될 것이다. 달이 없으므로…. 그 음악이 당신과 나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는 배를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떠나지 않는다. 죽음마저도 그가 원하는 곳에서 맞는다. 작은새가 추락할 때와 비교되는 그의 죽음,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지는 못한다. 뱃속 깊은 곳에 숨어서 그의 우주, 그의 세상과 함께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