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새앨범 발표한 '그린데이'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에서 미국 사회 신랄하게 비판

등록 2004.10.04 23:20수정 2004.10.05 11:44
0
원고료로 응원
음악을 좀 듣는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접해 본 음악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록일 것이다.

자유와 혁명, 그 누구의 시선에도 신경쓰지 않는 듯한 말투와 태도, 심장 박동수를 끌어 올리며 숨 넘어 갈 듯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드럼비트와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의 리프 등은 젊은이들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다.


록 음악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하드코어나 전통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헤비메탈, 굉장히 대중적이면서도 조금은 가볍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모던록, 브릿팝 등이 대표적이다.

록 음악의 한 축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장르는 펑크(Punk)다. 1976년 등장한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는 펑크의 시초라 불리는 영국 밴드다. 이들 그룹은 그 전까지의 록을 비웃으며, 특히 그 인기로 인해 상업화되어 가는 하드록 밴드를 철저하게 비난했다.

누가 더 빠르고 어려운 기타 솔로를 연주하는가 경쟁이라도 하듯, 음악을 거부하며 냉소적이고 반상업적인 노래로 일관했다. 제멋대로 노래를 부르고 연주에는 애시당초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배철수씨가 '펑크록은 무엇인가?'에 대해 아주 짤막하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펑크록은 술 취한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의 젊은이들은 섹스 피스톨즈에 열광했다. 제멋대로이면서 단순하지만 신나는 사운드와 기존 문화를 거부하는 반항적인 이미지가 당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영국 사회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열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곧이어 등장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새롭게 나타난 록의 한 사조인 헤비메탈 때문이었다.

헤비메탈과 그런지 록의 근간이 되긴 했지만, 그 수명이 너무나 짧았던 펑크록. 하지만 90년대 들어 '네오 펑크(Neo Punk)'라는 이름으로 펑크가 새롭게 재조명 되기 시작했다. 네오 펑크의 선두에 있는 밴드가 바로 그린데이(Green day)다.


1989년 빌리 조(Billie Joe), 마이크 던트(Mike Dirnt), 빌리의 누나인 애나 암스트롱(Anna Armstrong)이 모여 '스위트 칠드런(Sweet children)'이란 팀을 결성한다.

그 후 몇 명의 팀원이 바뀐 끝에 빌리의 누나가 빠진 자리를 트레 쿨(Tre Cool)이 메우며 '그린데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활동을 시작한다. 그렇게 결성한 그린데이가 발표한 첫 앨범이 1994년에 발매된 문제의 앨범 'Dookie'다.

섹스 피스톨즈처럼 3개의 코드로만 진행되는 단순한 노래지만 듣고 있자면 몸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신나는 멜로디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가사는 섹스 피스톨즈처럼 혁명만을 노래하지 않는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따분한 생활에 대한 불만, 사소한 개인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이러한 코드가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하며 그린데이는 데뷔 앨범인 'Dookie'를 900만장 이상 판매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성공을 바탕으로 'Insomniac', 'Nimrod', 'Warning'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꾸준한 활동을 해 왔다.

a 그린데이의 새 앨범 'American Idiot'

그린데이의 새 앨범 'American Idiot' ⓒ 워너뮤직

'Warning'이 발표된지 4년만에 그린데이의 새로운 정규 앨범이 얼마 전 발매 되었다. 'Dookie' 이후 냉소와 비판은 점점 줄고 'Warning'에서는 밝고 경쾌하다 못해 알맹이 없이 너무나 가벼워 팬들의 걱정을 샀던 그린데이. 그러나 이번 앨범을 통해 팬들은 다시 조금은 진중해진 그린데이를 만날 수 있다.

그런 변화는 앨범 타이틀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정치 노선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팀답게 팀원의 만장일치로 선택된 앨범 타이틀은 '바보같은 미국'이란 의미의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이다.

이 곡은 기존의 단순한 코드 진행과 신나는 연주는 여전히 지니고 있지만 가사는 초창기의 그들처럼 냉소와 비판으로 가득 차 있다.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이란 제목의 곡이 빌보드 모던록 차트 1위에 올라 있는 현재의 모습은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게다가 네오 펑크 밴드답지 않게 9분 이상의 러닝타임을 지닌 'Homecoming'과 기존 그린데이의 곡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곡인 'Boulevard of Broken Dreams'에서 그린데이의 새로운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Holiday', 'She's a rebel' 등에서도 네오 펑크의 참맛인 무작정 머리를 흔들어 대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앞서 말했지만, 이번 그린데이의 앨범은 신나기만 하고 알맹이가 빠진 듯한 그린데이를 걱정하던 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앨범이다. 정식 데뷔 앨범을 발매한지 10여년. 어느덧 중견 밴드에 속한 그린데이지만 악동의 이미지와 신나는 음악은 여전하다.

'Dookie' 시절에 비해 신선함이 줄어버린 3코드 진행은 시간의 탓이리라. 하지만 진중함과 가벼움, 비판 정신, 신선함의 유무를 떠나 'American Idiot'은 가을의 우울함, 조금은 움츠러드는 서늘한 날씨를 한 방에 날려 버릴 앨범인 것만은 분명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3. 3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4. 4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5. 5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