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관심이 큰 나눔의 씨앗으로..."

[미담] 대구 북구 사회복지직 공무원 '다사랑회'

등록 2004.10.07 14:07수정 2004.10.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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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매달 [성보재활원]을 찾아 장애아동들에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북구 공무원 모임 [다사랑회]. (사진은 지난해 12월 성탄절 파티 때 모습)(사진제공.[다사랑회])

매달 [성보재활원]을 찾아 장애아동들에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북구 공무원 모임 [다사랑회]. (사진은 지난해 12월 성탄절 파티 때 모습)(사진제공.[다사랑회]) ⓒ 평화뉴스

최근 대구시 북구청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남몰래 봉사하는 공무원 모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말 동안 가족 나들이나 친목 모임을 가기보다 장애아동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북구 사회복지직 공무원 모임 ‘다사랑회’. 자랑할 만큼 큰 활동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동안 남몰래 활동했지만 1년이 넘으면서 공무원 사회에 하나둘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 6일 북구청 주민자치과 자원봉사계에서 근무하는 ‘다사랑회’ 회장 김명숙(39. 북구 복현동)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다사랑회’는 어떤 모임인가?
“대구시 북구청을 비롯한 북구의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작게나마 남을 돕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북구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오래 전부터 ‘북사회’라는 모임이 있어 지속적으로 만나왔는데, 그 가운데 자원봉사에 뜻이 있는 30여명이 지난해 5월 ‘다사랑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지금까지 매달 셋째 토요일마다 북구 복현2동에 있는 성보재활원을 방문해 정신지체 장애아동들을 돕고 있다.”

a [다사랑회] 회장 김명숙(39)씨.(북구청 주민자치과)

[다사랑회] 회장 김명숙(39)씨.(북구청 주민자치과) ⓒ 평화뉴스

- 기존의 봉사활동과 다른 점이 있는가?
“빨래나 목욕을 도와주는 노력봉사도 의미가 크지만 장애아동들에게는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참여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록 한 달에 한번이지만 매달 주제를 정해서 행사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설에는 민속놀이를 했고, 봄철에는 봄맞이 대청소와 봄나들이를, 여름에는 팥빙수 파티, 최근 추석에는 송편 만들기 등을 마련해 어떻게든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고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짝수 달마다 생일잔치도 열었는데, 아이들의 춤과 노래, 율동 등 장기자랑도 빠지지 않는다.”


- 그동안 남몰래 활동했다던데 이유가 있었나?
“우리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남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많다. 또 몇 년 동안 생각에만 그쳤던 봉사팀을 처음 꾸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안 보이는 곳에서 고민하고 노력하며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소년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 장애인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때문에 일 자체에서 얻는 보람도 크다. 하지만 일을 떠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사람들에게 쉽게 말하지 않았다. 지금도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부담스럽지만 앞으로 공무원 사회 곳곳에서 이런 활동이 많이 이뤄졌으면 한다.”


- 그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보다 재활원의 장애아동들이 밝고 적극적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사람을 경계하고 프로그램 자체를 낯설어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말이 안 되면 몸짓으로라도 자신을 표현하려고 한다.

또 요즘은 대부분의 회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특히, 아이들을 많이 데라고 오는데 처음에는 재활원을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 문턱도 넘지 않으려던 아이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보살펴주는 모습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서로를 경계하거나 이상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거리낌 없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고 보람된다.”

- 힘든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가?
“매달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인터넷이나 주변에 물어보는 정도가 전부라서 앞으로 다른 단체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또 봉사단체 내부의 역량을 개발하고 구성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과제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이 편중되거나 참여가 저조할 경우에는 봉사활동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구성원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와 각자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그밖에도 운영이 잘되고 있는 시설에서 손쉽게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 더 환경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자원봉사'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로 인식돼야 한다. 내 시간을 할애해야하기 때문에 마음만큼 쉽지는 아니지만 남에게 뭔가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내 속에 보람과 사랑을 얻어오게 된다. 한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은 그 가치를 알기 때문에 활동을 계속하게 되고, 이것이 시민문화로 자리 잡힐 때 우리사회는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두 세명으로 시작되는 모임이라도 주변에 대한 작은 관심만 가진다면 얼마든지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고, 특히 공무원 사회에서 더욱 그 모범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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