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에 나타난 '복제 휴대폰'

[국감-과기정위] 김희정 의원 "휴대폰 복제, 정통부·이통사 모두 공범"

등록 2004.10.07 14:06수정 2004.10.07 16:01
0
원고료로 응원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이 7일 오전 정통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정통부 국정감사에서 불법복제로 번호가 같아진 2대의 휴대폰에 동시에 같은 수신 번호가 표시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이 7일 오전 정통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정통부 국정감사에서 불법복제로 번호가 같아진 2대의 휴대폰에 동시에 같은 수신 번호가 표시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정통부 국정감사장에 난데없이 복제 휴대폰이 등장했다.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이 휴대폰 복제문제를 지적하면서 직접 준비한 복제 휴대폰으로 동시에 통화되는 모습을 연출해 보인 것.

김 의원은 "너무 쉽게 보좌관의 핸드폰을 복제할 수 있었다"며 진대제 장관에게 휴대폰 복제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것을 요구했다.

또 김 의원은 휴대폰 복제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도 정통부와 이동통신사들이 외면해 복제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수출용엔 있는데 내수용에는 왜 없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김 의원은 수출용 단말기에는 인증키가 있지만 내수용 단말기에는 인증키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 현 시점에서 단말기에 인증키를 부여하더라도 인증키를 넣을 수 없는 단말기를 가진 고객들의 휴대폰은 복제를 막을 수 없고, 여전히 인증키를 원하는 고객에만 적용하여 인증제도를 모르는 고객들은 여전히 휴대폰 복제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의원은 질의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규격에 휴대폰 인증규격이 포함돼 있는데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진 장관은 "인증규격은 옵션규격이어서 사업자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가 CDMA 시스템을 최초로 만들 때에는 음성통화를 구현하는 시스템만 만들기도 대단히 어려워 인증규격은 신경쓰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진 장관은 또 "98년 LG텔레콤이 인증기능을 개발해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이 없어 이용자가 1000명도 안됐다"며 "지금까지는 휴대폰에 인증기능이 없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무선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불법복제 단말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진 장관의 답변이 나오자 김희정 의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 의원은 "소비자들이 관심이 없었던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자리에서 해결방안을 말해야지 (인증제도를) 국민들이 원하지 않고 회피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장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정 의원, 진대제 장관과 설전

그는 또 "무선인터넷의 활성화로 휴대폰 복제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릴지 예상 못한 것은 무선 인터넷 정책을 관장하는 정통부 장관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답변"이라고 추궁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통3사의 휴대폰 인증센터의 용량이 모든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의원은 "SK텔레콤 250만명, KTF 250만명, LG텔레콤 30만명 등 3사 합쳐서 단 530만명만 수용할 수 있는 인증센터가 현재 도입돼 있다"며 "3600만명에 달하는 이동통신 가입자를 고려할 경우 턱없이 부족한 용량"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신규 가입자의 경우 필수적으로 인증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진대제 장관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진 장관은 "무선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불법복제 단말기로 인한 심각한 금융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적절한 지적이라고 본다"며 "관련 소프트웨어를 순차적으로 개발해 이미 팔린 휴대폰도 단말기 업그레이드를 통해 인증키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