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 금연 체육대회가 열렸어요!

교사와 학생들 금연 의지 다져

등록 2004.10.09 09:45수정 2004.10.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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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중·고생들의 흡연률이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학교뿐만 아니라 도교육청 단위로 학생 대상 금연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학교 내에서도 흡연 모습이 당연한 것처럼 여타 학생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정도가 심한 나머지, 대부분 고등학교는 묵시적으로 학생들의 흡연을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교 학생부장들 회의에서는 학생들의 흡연을 강제로 구속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들만의 흡연 구역을 만들어주자는 주장도 제기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여학생들의 흡연률이 남학생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여학생의 흡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조사 결과 관내 고등학생들의 흡연률이 7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남녀나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고등학교가 50% 이상의 흡연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잠재적 흡연률을 고려한다면 이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성인의 흡연률을 능가하는 수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이 점차 수면 위로 부각됨에 따라 도교육청 주관으로 금연시범학교라는 업무가 일부 학교에 주어졌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금연교육 시범학교 행사의 하나로 금연 체육대회가 처음 열렸다.

단순히 심신 단련에 치중하는 체육대회가 아니라 교사나 학생들 모두 금연이라는 명확한 문제 의식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임한 체육대회였다.

체육대회가 열리기 전 학생 대표가 나와 금연에 대한 문구를 선창하고 여타 학생들이 그 문구를 따라하면서 체육대회는 시작되었다. 일부 학생들은 방학 중에 금연과 관련된 연수를 다녀와서 일부는 그곳에서 내준 금연 문구가 실려 있는 옷들을 모두 입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나 보는 학생들이 금연을 의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a 교사와 학생들이 배구하는 모습

교사와 학생들이 배구하는 모습 ⓒ 서종훈

금연이라는 이름으로 씨름, 축구, 배구, 그리고 마라톤 등의 경기를 하면서 뻘뻘 땀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왜 담배에 중독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a 학생들이 씨름하는 모습

학생들이 씨름하는 모습 ⓒ 서종훈

건강하고, 뭔가에 종속되고 억압되지 않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담배라는 것에 매여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서 학교 생활이나 가정 생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들을 왜 모를까 하는 생각이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교내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왜 흡연을 하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응답들이 나왔다. 재미로, 친한 친구들이 담배를 태우니까, 영화나 TV 속의 주인공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져 보여서, 학교 생활이 짜증나고 힘들어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등이었다.

한 가지 눈여겨보아야 될 점은 흡연 문제가 학생들에게 친교의 수단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담배를 태우지 않으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a 마라톤(금연 표어 옆으로 지나갑니다)

마라톤(금연 표어 옆으로 지나갑니다) ⓒ 서종훈

여하튼 이런 문제들이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을 함께 어울릴 수 있게 해 주고, 또한 금연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활동들이었다.

a 금연 표창장을 받고

금연 표창장을 받고 ⓒ 서종훈

금연이라는 주제로 체육행사가 하루동안 재미있고 활기차게 열렸지만 과연 우리 아이들이 금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얼마나 느끼고 알았는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들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금연에 대한 생각과 실천 의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훌륭한 성과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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