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이 있습니다. 다양한 음식 문화의 차이를 통해서 종교적인 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가치 체계까지 명쾌하게 서술하고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겉으로는 비합리으로 보이는 문화 행위일지라도 인간의 생태적 적응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숨어 있는 합리성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으로 다른 문화의 식습관이나 관념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봄에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산나물을 많이 보게 되는데 취나물도 심심찮게 많습니다. 육지에서는 취나물을 보고도 뜯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길 텐데 제주에서는 고사리를 꺾다 말고 취나물을 뜯으니, 그것도 먹는 것이냐며 육지 것들은 별걸 다 먹는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제주에서도 취나물을 많이 먹고,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농가도 생겼지만 옛날 제주에서는 취나물을 많이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 맛난 나물을 왜 먹지 않았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한겨울에도 푸른 채소들이 밭에 있으니 애써 묵나물 같은 것을 만들었을 필요도 없을 테고 자연스럽게 나물 문화가 육지보다 발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