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이 11일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서울 정동의 경향신문 사옥(사진) 부지의 소유권 문제를 거론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가 정동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11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을 맡고있는 정수장학회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열린우리당이 정수장학회의 <경향신문> 부지(서울 정동) 보유과정에 대한 의혹을 집중 제기하자, 한나라당은 "야당대표를 겨냥한 정략적 공세"라고 반발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날 오후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65년 경향 사장을 간첩사건으로 묶어서 구속시킨 후 금융권을 앞세워 경향을 강제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정수장학회가 <경향> 부지 소유하게 된 과정
이승만 정권시절 대표적인 야당지로 이름을 떨쳤던 경향은 61년 5·16 쿠데타 이후에도 군사정권에 비판적인 논조를 펴 정권 실력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특히 정경유착 실태와 농민과 도시서민들의 곤궁한 삶을 대비시킨 연재기사 '허기진 군상' 등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도 몇차례 불쾌감을 표출했다고 한다.
민 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노한 후 신직수 검찰총장, 이후락 대통령비서실장,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경향을 손보기로 작정했다"고 주장했다.
64년 6·3 계엄을 선포한 뒤 군·경은 이준구 당시 사장과 손충무 기자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이로 인해 경향은 6월 24일자에 "본의 아닌 혐의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사고를 게재해야 했다.
65년 4월 8일에는 중앙정보부가 "이향백 경향 체육부장 등 3명을 언론기관의 배후조종을 기도한 간첩이라고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준구 사장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 뒤 같은 해 5월 8일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두 달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제일·한일 등 3개 시중은행이 경향에 회사의 채무액(총 4727만원)을 일시에 상환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당시 금융권이 이같은 조치를 내리는 과정에서 정권이 개입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민 의원의 생각이다.
경향이 일시상환에 응하지 못하자 3개 은행은 9월 7일 서울민사지법에 경향의 사옥과 대지, 윤전기 등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다. 중앙정보부가 경매에 반발하는 이 사장 부인 등 임직원 10여명을 연행한 가운데 이듬해 1월 25일 실시된 경매에서 경향은 2억1807만원에 단독 응찰한 기아산업에 넘어갔다.
65년 11월 반공법 및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사장은 이듬해 4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66년 4월 28일 이 전 사장은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났고, 공교롭게도 같은 날 김철호 기아산업 사장이 경향의 새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전 사장은 김대중 정부시절에 신문사 반환을 꾀했으나 이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현재 심한 중풍으로 와병중이다.)
경향은 69년 1월 신진자동차로 소유주가 바뀐 뒤 74년 11월 MBC와 통합됐다. 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MBC와 경향의 통합을 직접 지시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80년 경향이 MBC와 분리된 뒤에도 경향 건물이 들어선 정동부지(728평)는 정수장학회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