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마음으로 만나 생산공동체로 거듭나다

<남양주 자활 후견기관> 사람들

등록 2004.10.16 14:36수정 2004.10.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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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벼랑 끝에 몰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과 마음으로 만나 함께 손잡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남양주 새순자활후견기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새순자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병학 관장을 비롯해 박찬규 실장, 박성근·윤봉환·엄재영· 허기영 팀장 이렇게 여섯이다. 3년 전 남양주YMCA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아 시작한 자활사업은 기술이나 자금부족 등으로 일할 기회를 찾기 어려운 저소득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안정된 경제활동을 지원해 자립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이들이 하는 일은 간병, 재활용, 청소, 집수리 그리고 영농사업이다. 이름만 들으면 거창할 거 없고 큰돈이 생기지는 않는 일처럼 보인다. 이는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작 다른 것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사람이다. 박성근 팀장은 “교육 못 받고 사회 뒷골목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살던 사람들,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우리 일이다”고 말한다.

a 수동면 지둔리 영농사업단이 운영하는 양계사업장, 박찬규 실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사업장 식구들과 얘기하고 있다

수동면 지둔리 영농사업단이 운영하는 양계사업장, 박찬규 실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사업장 식구들과 얘기하고 있다 ⓒ 방춘배

자활 사람들이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40대를 넘어서 50~60대가 주를 이룬다. 삶을 자포자기하고 희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가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가장 어려운 건 이들이 자기 방어적이고 마음을 닫고 있다는 것. 윤봉환 팀장은 만난 지 1년 6개월 만에 마음을 열더라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누구보다 사람을 많이 만났을 3년차인 박찬규 실장은 최근 들어 젊은 수급자가 늘었다고 말한다. “IMF 때보다 더 많이 생겼는데 이들은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거나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의 사고방식이 옛 수급자들과 일정한 차이가 있어 가끔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자활사업을 벌이는 이들의 고충은 뭘까. 마찬가지로 이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정책과 경제적 뒷받침이다. 박성근 팀장은 “남양주는 복지부분에서 매우 낙후돼 있는데 자활관련예산만 보더라도 인구 40만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으로 인근 인구 20만의 포천이나 구리보다도 적은 형편”이라고 말한다.

또 “운영비는 2001년부터 3년째 동결된 상태인데, 모기관인 YMCA도 재정사정이 좋지 않아 지원금이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윤봉환 팀장은 무엇보다 실무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1~2년 된 실무자들이 태반인데 이는 타사회복지기관보다 열악한 처우와 과중한 업무량이 원인이다”고 지적한다.

a <반디마을 유정란> 반디불이가 살고 있는 지둔리에서 8명의 자활수급자들이 성장촉진제 등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양계방식으로 키우고 있다

<반디마을 유정란> 반디불이가 살고 있는 지둔리에서 8명의 자활수급자들이 성장촉진제 등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양계방식으로 키우고 있다 ⓒ 방춘배

여기에 지역에 밀착해서 진행되는 자활사업의 성격상 지자체와 읍·면·동에 소속된 사회복지사와의 연계가 중요한데 이들 사회복지사의 인력이 부족하고 현장중심의 활동보다 행정적인 일처리에 치중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더불어 박성근 팀장은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때론 압력도 필요하고 단체간에 지지·지원을 해야 하는데 남양주는 시민운동영역이 열악해 운신의 폭이 좁다”며 지역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남양주자활은 활기차 보인다. 수동면 지둔리에 있는 영농사업단의 양계사업이 자리를 잡아 나가고 간병, 재활용, 청소 등 다른 사업단도 점차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데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자활은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자활사업은 노동의 가치, 사람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박찬규 실장의 말처럼 오늘도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는 남양주새순자활 그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남양주새순자활에서는 소외된 계층을 위한 사업들은 벌이고 있고 뜻을 함께하는 이들의 소중한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후원금 계좌 : 594-01-009208(농협, 예금주:남양주자활후견)
-물품후원(사용하던 것도 가능) : 전화 031-595-9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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