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82

두 개의 천뢰탄 (10)

등록 2004.10.18 13:16수정 2004.10.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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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는 할말이 없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뜻밖의 장소에 있건만 유대문의 이목을 속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녀가 가지고 온 것은 천뢰탄이에요."
"예에…? 바, 방금 무어라 하시었소?"


아라파는 대경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기껏해야 무적검이거나 혹은 그 정도 위력을 지닌 신병기를 가져왔나 싶었던 때문이다.

대체 천뢰탄이 어떤 병기이던가!

선무곡은 물론 화존궁 등을 강점하고는 온갖 패악을 부리던 왜문으로 하여금 단번에 무릎을 꿇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지닌 지상 최강의 병기이다. 또한 무림천자성이 무림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도록 만든 병기이기도 하다.

무림천자성 이외에 소림사와 점창파, 그리고 화존궁과 일월마교, 마지막으로 화문(火門)과 파기문(波旗門) 이렇게 일곱개 문파만이 공식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이것을 보유했다 추정되는 문파는 넷이 있는데, 왜문과 유대문, 그리고 주석교와 남아문(南阿門)이다.


이것을 보유하였거나 그런 것으로 추정되는 문파들의 공통점은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잘못 건드렸다가 이것에 당하면 자칫 회생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무림천자성에 의하여 철저하게 짓밟힌 아부가문이나 월빙보에 이것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구부시도 그렇게 쉽게 공격 명령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주석교와 대치하고 있는 선무곡에는 천뢰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천뢰탄을 가지고 왔으리라고는 손톱 끝만큼도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것을 가지고 왔다 하니 놀라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본단이 왜 철저한 보안을 요구했는지 이해가 되나요?"
"그, 그게…"

"우리가 왜 땅굴을 뚫어 달라 하였는지 혹시 짐작하세요?"
"……!"

"무림에는 유대문 같이 간악한 문파가 또 있습니다. 본곡 곁에 있는 왜문이지요.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 글쎄…?"

여전히 당황해하는 아라파의 이마에는 진땀이 솟아 있었다.

"둘 다 무림천자성의 밑을 닦으면서 천뢰탄 제조 비법을 빼돌렸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간담교토 고이주가 그토록 당당하게 신총을 드나든 것이며, 사론이 문주님의 목숨을 내놓고 위협할 수 있었던 거지요."
"……!"

"본곡 제자들은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을 기록한 악인록이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그것에 기록된 인물들은…"

일타홍은 제세활빈단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며, 악인록에 어떤 인물들이 기록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설명을 듣는 동안 아라파는 동조한다는 듯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구부시를 비롯한 무림천자성 수뇌부들을 처단하여야 한다는 대목에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놀랐다는 표정을 두번 지었는데 하나는 유대문이 이미 삼백여개나 되는 천뢰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며, 조만간 완전한 멸망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대목에서였다.

이날, 일타홍을 비롯한 제세활빈단원들은 땅굴을 이 잡듯 뒤졌다. 그 결과 유대문 제자 서른일곱의 목을 벨 수 있었다.

곧이어 문주 집무실 인근 오백장에 소개령(疏開令: 어떤 지역을 완전히 비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하여 한바탕 소동이 빚어지고 있는 동안 지저를 이동하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두개의 관(棺)을 이어 붙인 듯한 육중한 상자를 맨 사람들은 금빛 면구를 쓰고 있었다. 제세활빈단의 정예들이었다.

상자에 담긴 것은 무림천자성 지하창고에서 가져온 천뢰탄이다. 가져오는 길에 하나를 더 꺼내 왔던 것이다.

이것은 팔래문에서 시작된 땅굴을 통하여 유대문 깊숙한 곳까지 운반될 것이다. 최종 목적지는 유대문도들조차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금지(禁地)인 통곡의 벽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유대문의 오래 조상이 축조한 옹벽의 일부이다.

원래는 규모가 컸던 석벽의 일부인 이곳은 현재 길이 약 십칠장, 높이 칠장 정도 되는 일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모두 사십삼단의 석축 가운데 상부 십칠단은 후대에 쌓았으나 하부의 이십육단은 테두리가 있는 길이 일장반, 높이 반장 크기의 다듬은 돌로 쌓은 것이다.

유대문이 조상이 남긴 유일한 유산인 이곳을 금지로 정한 것은 훼손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리고는 일년에 한번, 과거 유대문이 멸문지화를 당했던 때의 슬픔을 기억하고 애통해하는 날에만 참배를 허용하였다.

이것이 통곡의 벽이 금지가 된 진짜 이유는 아니다. 그곳 지하에 삼백여개에 달하는 천뢰탄이 보관되어 있는데 이것을 감추고자 금지로 정한 것이다. 실로 성품만큼이나 교활한 조치였다.

어쨌거나 그곳에 보관되어 있는 삼백개에 달하는 천뢰탄이 동시에 터지면 엄청난 폭발력에 의해 유대문은 완전히 공중분해 될 것이다. 그후 양쪽에 위치한 바다에서 엄청난 규모의 해일(海溢)이 발생되어 모든 것을 쓸어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대문은 지상에서 그 흔적이 완전히 말살된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쥐새끼 한 마리, 심지어 창공을 자유롭게 날던 새까지 완벽하게 사라질 것이다.

이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대문이 천뢰탄을 한 곳에 모아둔 것은 보안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교활함을 믿었다. 하지만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 법이다. 무림천자성 비보전에서는 일찌감치 이러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내색하지 않은 것은 유대문에게 자신감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주변 마도문파들이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이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유대문은 무림천자성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위탁받은 바 있다. 이것의 용처(用處)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기에 그들이 사라지면 찾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그들이 멸망할 경우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일타홍은 통곡의 벽 지저에 천뢰탄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곳 바로 아래까지 땅굴을 뚫어놓도록 요구하였던 것이다.

조만간 강호의 모든 분쟁의 배후에 존재하던 암적인 존재인 유대문이 영구히 사라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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