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승
지구촌 어디를 가든, 대개는 아는 익숙한 노래들, What'd I say, Unchain my heart, I can't stop loving you, You are my sunshine 등으로 너무 잘 알려진, 레이 찰스(Ray charles)의 새로운 C.D는 2004년 3월에 완성되었다.
음반타이틀은 genius loves company(같은 길 가는 사람들을 사랑한 천재)다. 그리고 이것은 60년 가까운 그의 음악생애를 돌아봤을 때 유일한 듀엣 음반이기도 하다.
음악 열두 곡은 모두 연주자 열 두명과 함께 연주와 노래를 했다. 함께한 사람들, 나이, 장르, 곡목을 보면 이렇다.
노라 존스(Norah jones) 79년생 컨템포러리, 재즈 Here we go again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48년생 팝, 록 Sweet potato pie
다이애나 크랠(Diana Krall) 64년생 재즈 콘템포러리, 재즈 You don't know me
앨튼 존(Elton john) 47년생 록, 팝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나탈리 콜(Natalie cole) 50년생 R&B, 콘템포러리 재즈 Fever
보니 레잇(Bonnie raitt) 49년생 록, 록 블루스
Do I ever cross your mind?
윌리 넬슨(Willie nelson) 33년생 컨추리
It was a very good year
마이클 맥다넬(Michael mcdonald) 52년생, 록, 팝 Hey girl
비 비 킹(B. B. king) 25년생, 블루스 Sinners prayer
글래디스 나잇(Gladys knight) 44년생, R&B, Heaven help us all
자니 마티스(Johnny mathis) 35년생, 팝
Over the rainbow
밴 모리슨(Van Morrison) 45년생, 록, 재즈 Crazy love
80세의 비비킹에서부터 26세의 노라 존스에 이르기까지 나이도 다양하지만 그들의 음악장르 또한 다양하다. 재즈, 록, 팝, 블루스, R&B, 컨츄리 등의 다양한 음악인들과 듀엣으로 노래한다.
앨범 타이틀이 말해주듯이, 레이 찰스는 평소 그가 사랑했던 도반들과 사랑했던 음악들을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는 피아니스트자 가수로, 위에 나온 모든 장르의 음악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리고 그것은 40년대 후반부터 2004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60년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2004년 75세의 나이에 그의 넓은 품을 생각하게 하는 기념비적 걸작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난 6월(2004,6,10) 세상을 떠났다. 이 음반은 유작 음반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애호가들은 먼저 간 한 사람의 위대한 음악가를 생각하며 "돌아가실 때를 알고 그랬는지도 몰라"하고 말하기도 한다.
노래들을 들어 보면 구강구조 또는 치아에 문제가 있었는지, 정확한 발음이 되지 않고 있지만, 나이를 생각해 볼 때 틀니를 착용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건강상태도 썩 좋은 편은 아닌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레이 찰스 특유의 부드럽고 소탈한 가창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는 1930년에 태어나서 6세에 시력을 잃었다. 10대 초반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고 청각 장애아들과 시각 장애아들을 위한 성 어거스틴 학교에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음악을 배웠다. 그리고 그 후 일생을 음악가로 살았다.
장애인 학교와 교회는 그 때부터 레이 찰스라는 작은 씨앗을 키운 아름다운 거름이 된 것으로 짐작된다. 대개의 대중 음악가가 그렇듯이 그는 그런 환경의 퇴비를 먹고 자란 씨앗이었고 미국의 대중음악과 그 숲은 대단히 크고 무성한데 흑인이자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이었으며, 미국의 50~60년대에 흑인들의 인권현실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굳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거기서 자란 그는 자연산에 가깝다. 그리고 그들의 숲에서 그는 거목이다.
유작의 음반도 역시 거목의 면모를 갖고 있다. 레이 찰스는 피아니스트이자 싱어 송 라이터였던 넷 킹 콜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조 카커 등 거물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앨범에서 넷 킹 콜의 딸 나탈리 콜과 노래한 사실은 어쩌면 그에게 새로운 감회를 주었을 것이다.
앨튼 존과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부른 것도 색다른 감동을 전해 주는데 그는 앨튼의 노래 중에서 그 노래를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고수답게 거기에 특정의 색을 덧칠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색의 느낌은 역시 소탈하다.
자니 마티스와의 Over the rainbow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은 어느 나이를 막론하고 꿈을 꾸어야 하는 존재인 것일까?'를 생각하게도 하며 4분 54초의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미처 생각을 길게 할 여유도 주지 않고 노래는 끝나 버리고 만다. 좋은 노래는 짧다. 혹은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긴 것에 감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 찰스는 청각 장애자들을 위한 레이 찰스 로빈슨 재단을 설립했다. 로빈슨이라는 이름은 그가 유명한 권투선수의 이름과 구분 짓기 위해서 젊은 시절 버린 이름이기도 했다.
2002년 그의 고향 조지아, 알바니의 Morehouse College와 Albany State Univ에 장학금을 전달했다. 레이 찰스의 이름으로 장애인을 위한 슬롯머신이 고안되었다. 거목은 그가 속한 숲에 영향을 준다. 레이 찰스는 캘리포니아의 잉글우드(inglewood)묘지에 묻혔다. 그리고 오랫동안 묘지에는 꽃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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