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혼식

존 레논 <이메진>

등록 2004.10.11 18:30수정 2004.10.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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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존레넌 Legend 음반 자켓

존레넌 Legend 음반 자켓 ⓒ 나의승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천국이 없다고 생각해봐요/ 쉬운 일이죠/ 발밑에 지옥도 없고/ 위에는 하늘만 있어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상상해 봐요/ 나라가 없고/ 어려운 일은 아니죠/ 죽고 죽이지도 않으며/ 종교도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평화롭게 사는/ 세상 사람들을 생각해 봐요/ 소유도 없고/ 할 수 있을 까요?/ 사람들은 형제애를 갖고/ 탐욕도 굶주림도 필요치 않으며/ 모든 세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상상해 봐요/ 당신은 나를 몽상가라고 하겠지요/ 나는 그런사람만은 아닙니다/ 언젠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래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되겠죠.



존 레논(john lennon)의 너무도 유명한 이 노래는, 70년대부터 지금까지, 평화와 인권을 생각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음악이다. 그러나 80년 어느날, 그는 정신나간 사람의 총알에 죽임을 당했다.

그런 정황의 사건에 대해서, 우디 앨런(woody allen)은 탁월한 유머감각과 상상력으로“믿거나 말거나”T.V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 같은 세상>이라는 제목의 책(원제목: side effects)이 그것이다.

책의 첫 마디를 옮겨보자.

그래, 고백하겠다. 나, 빌라드 포그레빈이라는 인간은 미국 대통령한테 총을 한방 쏘긴 했지만, 한때는 유순하고 잘 나가는 놈이었다. 관계자들에게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겠지만, 구경꾼 중에 한 명이 내 손의 총을 툭 치는 바람에 그만 총알은 대통령을 빗나가 맥도날드 간판을 스쳐 힘멜슈타인 소시지 가게의 소시지에 박히고 말았다. 한바탕 우왕자왕 드잡이가 있은 후 FBI 수사관 몇 명이 내 멱살을 잡아 오랏줄에 묶고 어디론가 싣고가 버렸다.

멀쩡한 사람을 정신나간 사람으로 만들고, 그를 정치적 저격범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라 할지라도, 음모론적인 이야기를 보통 사람들은 농담 삼아 비꼬기, 흉보기, 풍자하기의 수단으로 즐기는 편이다. 우디 앨런은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썼던 것 같다.


존 레논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70년대부터 존 레논은 정치적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한 사람이 그의 정치적 생각을 음악에 담아 사람들의 생각을 이끌어가려 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게다가 당시 상황은 미국이 세상의 여러 지역에서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야 했는데(사실 그렇지 않은 적이 별로 없었지만) 그의 무정부주의 생각을 담은 음악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상당 부분 갖기 시작했다면, 전쟁의 필연성을 강조해 온 정치가들에게, 존 레논은 정신나간 사람을 시켜서 죽여야 할 대상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상상에 불과하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인도의 어느 선각자는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긴 역사 속에서, 인간의 순수한 노동과 땀으로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며, 곡식을 자라게 해서, 수확하는 거기에는 어떤 잘못도 없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것을 관리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인간의 사회에 죄악은 시작되었다.

아나키스트들의 역사는 어쩌면 그것을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존 레논의 노래는 세상의 모든 아나키스트들이 사랑하는 곡이다. 그리고 때로 그들은 저항의 몸짓을 한다. 사람들의 자유와 평화와 인권에 압력을 가하는 모든 권력에 맞서서. 그리고 그들의 몸짓 중에 가장 아름답고도 힘 있는 표현은 음악이다.

나의 고향 전라도에는 '처사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거기에도 그런 몸짓은 담겨 있을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내 알바 아니며, 나의 작은 일에 잠겨서 그 안의 평화를 즐기고 살지만, 옳지 않은 일에 나서야 할 때에는 목숨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다.

멀리는 임진왜란에서부터, 가까이는 광주학생운동과 5·18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그런 정신과 인물의 맥락은 지금도 살아있다.

a 신은정과 죠지의 결혼 사진

신은정과 죠지의 결혼 사진 ⓒ 나의승

지난 8월 12일 미국 시카고 웬트워스 대학의 사회학자이자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5·18을 연구해 왔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데 힘썼으며, 반제국주의와 반세계화 실천에 앞장 서 왔던 '조지'와, 광주에서 인권영화제 기획과 프로그래머로 활동했고, 방송작가로 활동해 왔던 '신은정' 그들 두 사람이 결혼했다.

결혼식장 정문 앞에는 '미국은 범죄국가다. 은정&조지The U.S Government is Criminal'라고 쓰인 펼침막을 내걸고 식장 출입구를 들어서면 정면에는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휘장을 보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왜 이런 희한한 결혼식을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모든 결혼식이 그렇듯이 축하와 적당한 흥분의 분위기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고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물론 하객들은 과거에 옳지 못한 일에 외침을 거듭했으며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애국지사(?) 들이 절반, 양가의 가족과 친척 그리고 우인들이 절반이었다.

사실 '물반, 고기반'이라는 표현을 빌어서 속되지만, 평소에 만나보기 무척 어려운 인물들이 와글와글 했던 결혼식이었다.

a 결혼식장 입구의 펼침막과 풍물패

결혼식장 입구의 펼침막과 풍물패 ⓒ 나의승

결혼식 사회는 주변인들이 아나키(아나키스트의 줄임말)라고 부르는 김대성군이, 축가는 노래패 '꼬두메'가 불러준 '이메진'(IMAGINE)이었다. 예전 레논, 요코 부부와 친구였던 사연도 있는 조지는 축가를 그 노래로 정하는 일에 신부와 합의를 보았던 듯하다. 그리고 그들은 노래가 말하듯, 몽상가라 불려질지 몰라도 결코 몽상가가 아닌 사람들이었다. 삶속에 실천이 있는 지식인들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풍물패들의 한마당도 있었다. 전남대학 국문학과 전통 극문화 연구회 '삶과 마당'의 축하 공연, 마이크도 앰프도 필요 없이 마당을 쩌렁쩌렁 울릴 수 있는 최고 한국 음악 문화다.

그리고 그들은 하객들을 위해 'No War'라고 적힌 작고 둥근, 결혼기념 배지도 선물했다. 조지는 미국사람, 신은정은 한국여자지만 그들은 모두 광주의 당찬 남녀라 할 수 있다. 그들이 해 오던 대로 변함없이 살고, 행복한 미래를 살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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