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보는 작은 어선과 부서지는 바닷물김규환
아차! 상라봉에 올라 홍도가 붉게 물들어 가는 걸 먼저 보아야지. 택시 같지도 않은 바퀴 큰 차를 타고 급히 달렸다. 하루의 마지막 에너지를 소진하려는 듯 바닷물이 쪽빛에서 구릿빛으로 이내 출렁였다. 곧 빨갛게 타오르겠지. 본 섬에서 홍도(紅島)를 바라보면 늘 그런 모습이었다. 흑산도(黑山島)와 홍도(紅島)는 가까이 있지만 이토록 다르다.
불덩이 속으로 작은 배가 오간다. 미끄러져 간다. 귀가다. 오늘 어황은 어땠을까? 더 이글거리는 쇳물이 용광로 밖으로 흩어져 감싼다. 그 뜨거운 기운이 튀어 오를지도 모른다. 주위로 전복 양식장이 유난히 식욕을 돋운다. 오늘은 뭘 먹어볼까. 횟감 두툼하게 잘라 잔치를 해볼까.
섬섬옥(玉)섬 떠 있는 사이로 넓은 바다 밑엔 조기, 멸치, 광어, 우럭이 산다. 전복, 멍게, 해삼, 조개, 새우가 제 영역 넘나들며 쉴 새 없이 입을 놀리겠지. 바위틈에는 김, 파래, 미역, 톳, 메생이가 다닥다닥 붙어 서로 돕고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