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홍어회. 간도 싱싱합니다. 빛깔만 봐도 맛있겠죠?김규환
손놀림을 빨리하여 무채에 미나리, 배, 대추, 당근을 기본으로 온갖 양념 넣고 둘둘 비벼서 간만 맞춰 한 접시씩 담아내면 일 홍어, 이 돼지고기, 삼 꼬막에 사과나 배가 곁들여지면 잔칫상 걱정할 것 없었다. 더군다나 새우젓을 놓지 않아도 찬 성질의 홍어와 더운 성질의 돼지고기가 서로를 경계하여 녹이고 입맛 돋우니 체할 일 없이 뒤끝이 좋았다.
나는 마을 잔치가 있을 때마다 어른들 손을 잡고 상을 구해다 드리거나 상을 들어 손님 앞에 내놓기도 하고 뒤처리를 하면서 홍어 한 접시 받아들면 무침에서 큼지막하게 썰어 버무린 홍어 골라 먹는 재미에 빠져 지냈다. 다시 접시를 들이밀면 몇 점 더 주니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
무침은 어머니 음식이다. 탕은 아버지와 나를 연결해줬다. 꼬들꼬들 말린 찜은 조상을 생각나게 하는 통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