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왼편)와 꼭두서니(오른편)로 염색한 명주박도
이제는 무공해, 친환경 제품이 사랑받는 시대다
나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자라면서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방학 때면 부산에 사시는 부모님 곁에 가서 지냈는데,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 내려갔더니 어머니가 나일론 남방셔츠를 사 주셨다. 방학이 끝난 후 다시 시골로 와서 그 옷을 입고 다니자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서 아이들이 나일론 옷감을 한번이라도 만져 본다고 법석을 떨었다.
그 무렵 나일론 옷감은 최신 옷감으로 사람들에게는 꿈의 옷감이었다. 곧 나일론 바람은 태풍처럼 몰아쳐서 온 나라에 유행했다. 지금은 거지들도 입지 않을 나일론 치마저고리가 그 무렵 여인들에게는 최상의 나들이옷으로, 온통 나일론 옷감이 전국을 뒤덮었다.
이 나일론 옷감이 의류계에 일대 돌풍을 몰고온 이유는 옷감이 질기고 손이 덜 가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 재래의 무명이나 명주 삼베 모시는 잘 해지고 손이 많이 갔다.
그런데 나일론 옷감은 질길 뿐 아니라, 세탁도 간단해서 세탁 후 물을 뺀 다음 한두 시간이면 다림질하지 않고는 입을 수 있었기에 한복 손질에 시달렸던 주부들에게는 일대 혁명으로 꿈의 옷감이었다. 그래서 나일론은 쓰이지 않는 데가 없을 만큼 온통 나일론이 판을 쳤다. 나일론 양말, 나일론 스타킹, 나일론 팬티….
그 당시에는 '나일론'이라는 말도 유행어였다. 쉽고 편리한 것에도 '나일론'이라는 말이 붙었고, 가짜, 얌체, 요령꾼을 이르는 말에도 '나일론'이라는 말이 붙었다. 한 예로 군에서 '나일론' 환자는 교육받기 싫어 일부러 아픈 척하는 이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