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칼로리가 아닌 식품첨가물이 문제"

[인터뷰]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찍는 환경정의 간사 윤광용씨

등록 2004.10.29 15:20수정 2004.10.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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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만날만날 이렇게 햄버거만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

어쩌다 한번 엄마가 햄버거를 사 주면 또 먹고 싶은 마음에 꼬마 아이들이 한번씩 했을 법한 말이다.

여기에 정말로 30일 동안 패스트푸드만 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공동대표 김일중·박은경·이정전·지홍, 이하 환경정의) 시민참여국 간사 윤광용(31)씨가 그 주인공. 지난 27일 신경정신과에서 검진을 받고 왔다는 그의 손에는 이날도 역시 패스트푸드 한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그러나 윤씨는 패스트푸드 마니아가 결코 아니었다. 마침 점심 시간이 되어 패스트푸드를 먹는 그의 얼굴에는 고역스러운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윤씨는 "패스트푸드의 유해성을 알리기 위해 환경정의가 제작비를 들여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한국판 수퍼사이즈 미'의 주인공으로 생체 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유정우 감독)'는 미국에서 관심을 모았던 모건 스폴록 감독의 영화 <슈퍼 사이즈 미>의 한국판으로서 4주간 패스트푸드 전 메뉴를 골고루 먹으면서 몸 상태의 변화와 회복 과정, 패스트푸드 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큐멘터리다.

10일만에 간 수치 2배 이상 상승 정상 범위 넘어서...

a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생체 실험 중인 윤광용씨가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다.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생체 실험 중인 윤광용씨가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다.

"햄버거는 밥이고 콜라는 된장찌개, 프렌치 프라이(감자 튀김)는 김치라고 억지로 생각하며 먹어요."


4주간 생체 실험의 '희생'을 감수한 윤씨는 푸석푸석한 햄버거를 꿀꺽 넘기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루 3끼 여러 종류의 패스트푸드를 골고루 먹는 윤씨는 하루 3100kcal 정도의 식사와 만보 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며 카페(http://cafe.daum.net/antifastfood)에 기록 일기를 쓰고 있다. 윤씨는 상승 작용을 없애기 위해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으며 일주일에 한번씩 한방병원과 양방병원, 신경정신과에서 건강 상태를 체크 받는다.


그러나 실험 12일째인 27일 윤씨는 벌써 몸에 여러 증상이 나타났다고 호소했다. 26일 두번째 건강검진과 27일 신경정신과 검사를 받은 윤씨는 "실험 전 23이었던 간 수치가 정상 범위(43)를 넘어선 50이 되었다"며 "게다가 근육량은 줄고 체지방은 3kg 이상 증가해 보기에도 살이 쪘다"고 밝혔다.

윤씨는 몸의 이상이 그뿐 아니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무겁고 스트레스로 짜증도 많이 늘었어요. 대변도 거의 하루 3번씩 보게 되고, 점점 묽어지기까지 해서 걱정이에요."

실험 9일째인 지난 24일 윤씨는 카페의 기록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건강도 걱정되고 음식이 질리지만 참겠습니다. 제가 한 달간 고통 받음으로 인해 다음 세대를 책임질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이 지켜지고 그 안에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다면 말이죠."

"햄버거 안 고기의 46%인 지방은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이 더 많죠"

a 윤광용씨가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윤광용씨가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 정현미

윤씨는 패스트푸드의 문제가 단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점은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법망을 교묘히 피해 색소 같은 첨가물을 넣고 성분과 원산지는 공개하지 않아요. 이건 삼성전자가 동네 전파상 수준의 법적 규제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죠."

무엇보다 윤씨는 "장난감을 미끼로 성분표시도 안한 채 '맛있다'고만 강조하는 패스트푸드 광고는 끊임없이 이미지에 약한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정의는 지난 16일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제작발표회에서 "어린이 비만은 곧 소아당뇨, 고지혈증, 고요산증뿐 아니라 우울증, 대인 기피증, 자신감 결여 등 정신 문제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정의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월부터 어린이 시청 시간대 패스트푸드 광고 금지 및 어른 대상 패스트푸드 광고에 어린이 등장 금지 서명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상대로 한 국정 감사에서는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을 포함해 몇몇 의원이 어린이 시간대에 제한 없이 방송되는 패스트푸드 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환경정의는 "이에 힘을 얻어 앞으로 '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국회 시사회를 열고 서명을 토대로 관련 규정 제정을 위한 운동을 꾸준히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스웨덴, 영국, 오스트리아, 그리스에서는 어린이 시간대에 패스트푸드 광고 방송이 금지돼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관련법'에 따라 어린이 대상 텔레비전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정의는 그밖에도 지난 16일부터 오는 11월 10일까지 안티패스트푸드 광고 패러디 시민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업체 "패스트푸드 영양성분, 숨길 이유 없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 패스트푸드 업체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 "어떤 음식이라도 과다하게 먹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며 "환경정의가 제작하는 기록 영화가 균형 있게 식사하고 적절한 운동을 한다는 전제를 지키지 않고 과식하는 과정만 담는다면 비만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패스트푸드 업체의 홍보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패스트푸드는 가공식품이 아니라 식당에서 조리하는 음식과 같다"며 "식당에서 음식의 재료를 어디서 사왔고, 소금과 지방이 몇 그램 들어갔다고 공개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미 식품의 영양성분과 칼로리 자료는 홈페이지와 매장 곳곳에 게시했고, 주방 공개 행사까지 벌이며 고객들 질문에 이메일 등으로 성실하게 답해 왔다"며 "공개할 의무는 없지만 식품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숨김없이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정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영양 성분 표시보다 '식품첨가물'을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영양 성분 표시도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곳에 게시돼 있고, 열량도 소스를 뺀 샐러드의 열량을 계산해 놓거나 몸에 안 좋은 지방량 등은 계산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패스트푸드점을 식당과 비교한 것에 대해 환경정의 관계자는 "패스트푸드점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재료를 매뉴얼대로 굽거나 튀기는 등의 조리만 할 뿐"이라며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점의 브랜드를 믿고 먹는 것인데 재료에 대한 성분공개 의무가 없다는 것은 책임회피"라고 비판했다.

이진우 환경정의 환경정의국 간사도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산이 대부분인 열량 높은 음식을 '품질 높은 메뉴'라고 주장하면서 (먹느냐 안 먹느냐는) 개인의 선택문제라고 하는 것은 기껏 때려 놓고 왜 피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것과 같다"며 "포장지에 성분이나 '과다한 패스트푸드 복용은 건강을 해칩니다'는 내용 표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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