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gkar namche에서(히말라야).박인오
우리나라에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는 말이 있다. 영어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천천히 서둘러라"(Make haste slowly)- 급할수록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며 움직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내려오는 격언이다.
어제 아침 우리교회 네 분 장로님들과 동행하여 강화엘 나가기로 했다. 배터에서 8시1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집에서 출발 시간이 늦었다. 하는 수없이 가속 폐달을 힘껏 밟았다. 차가 거의 월선포 배터에 도착할 때쯤 뒤에서 내 머리꽁지를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교동 친구 분에 집에 오셨던 조화순 목사님이 오늘 아침 평창 댁으로 돌아가신다고 해서 내가 강화까지 모셔다 드린다고 약속하고 읍내리 입구에서 기다리시라고 했었다. 그런데 내가 급히 서둘다보니 그냥 지나쳐 왔던 것이다. 다시 읍내리 쪽으로 핸들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일을 이루려면 거기에 합당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씨를 뿌리고 난 후 일정한 시간이 자나야 싹이 트고 성장하고 야무진 열매를 맺는다. 심지어 밥을 짓더라도 충분히 뜸을 들여야 쌀이 맛있게 익는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은 매사에 너무 서두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충분히 꼭꼭 씹으며 음미해야 할 식사시간에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허둥댄다. 교통사고율이 세계 제일인 것만 보더라도 한국인이 얼마나 조급한 성격의 소유자일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서두른다고 잘 되는 일이란 없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고 오히려 시간을 까먹는 수가 많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꿰어 쓰지 못하고,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조상들의 충고는 항상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이다. 어떤 위급한 경우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노라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리는 길을 잘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