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박종훈 군과 신부 이정희 양.
저는 이 두 젊은이에게 벌써 여러 달 전에 결혼 주례를 부탁받았습니다. 아마 이들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 약속을 했을 무렵이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제가 강화 교동이라는 섬에서 살았었는데 지금은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부산에서 열차 편으로 아내와 함께 올라왔습니다. 멀리 있다는 핑계로 올라오지 말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당황해 할 신랑, 신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술렁이는 하객들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막 웃음이 나왔습니다. 긴장해 있는 신랑 신부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웃자고 한 말입니다.
"거친 바다로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라. 그러나 결혼식에 나갈 때는 세 번 기도하라"(에리히 프롬)는 말이 있습니다. 곧 결혼이 인생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두 사람을 의미하는 인간(人間)은 혼자서 살 수 없음은 영원한 진리입니다.
결혼의 조건은 사랑이어야 합니다. 결혼은 같이 살지 않으면 못 견딜 만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결합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낭만적이기보다 현실적이기 때문에 사랑이 비록 충분조건까지는 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필요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한 사람에 대한 진실한 사랑은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생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양가 부모님과 여러 하객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이 두 젊은이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만났습니다. 아마 서로의 짝을 찾다가 이렇게 세월이 조금 늦어진 것 같습니다. 조금 늦게 만난 만큼 더욱 사랑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오늘 이 두 사람의 결혼식의 주례자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