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스스로를 사랑하고 계십니까?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 (9) -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등록 2004.10.29 10:51수정 2004.10.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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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표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표지 ⓒ 문학동네

누군가 시인을 일컬어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하였다. 일상적인 단어들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언어의 연금술사가 조제한 색다른 이야기가 있다. 바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소설 <연어>가 그것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지극히 평이하다. 주인공의 등장을 거창하게 포장하거나 놀랄만한 이야기를 툭 내던지지도 않는다. 그저‘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라는 문장에 얽힌 사소한 오해가 수필을 쓰듯 풀어낼 뿐이다.


독수리의 습격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독자는 어느새 은빛연어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연어>의 여행은 '누이의 죽음'을 통해 시작된다.

사실 소설 <연어>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연어의 회귀본능'에 대한 여행기를 연어의 입으로 들려줄 뿐이다. 하지만 그 특별하지 여행에는 특별한 깨달음들이 담겨있다.

스스로를 ‘별종’이라고 생각했던 은빛연어가 ‘스스로의 색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이나 ‘편안한 인공길’ 대신 ‘위험한 폭포길’을 택한 것. 심지어 ‘무지개를 쫓는 자유’ 대신에 ‘알을 낳기 위한 고행길’을 택하는 것도. 결국은 그런 깨달음들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소설 <연어>는 세상 모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은빛연어가 마지막까지 살아남기로 결심을 하게 한 것은 누나 연어의 '희생적 사랑’이었고, 그의 여행길을 끝까지 보호한 것은 동족을 보호하려는 동료들의 조금은 '강압적인 사랑’이었다.

여기에 ‘종족을 잇는다는 것이 삶의 목표’일 수는 없다고 믿는 그에게 ‘눈 맑은 연어’는 한 생명이 다하여 수많은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것의 위대함을 ‘헌신적 사랑’으로 깨닫게 한다.

어쩌면 작가는 <연어>의 입을 빌어 독자들에게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라고 속삭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여러분은 지금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가?

연어 (특별판)

안도현 지음, 데버러 스미스 옮김,
문학동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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