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은 철새의 천국

2004철새기행전…철새 해마다 줄어

등록 2004.10.30 23:50수정 2004.11.0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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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고라니안서순
간월호 상류에서 가을볕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철새들 사이로 웬 고라니 한마리가 뛰어들었다. 새들은 기겁을 하며 물을 박차고 급히 하늘로 날아오르고, 고라니는 멋쩍은지 이내 반대편 둑위로 올라서서 드넓은 간척농지 가운데로 달아났다.

천수만 일대는 철새들만의 낙원이 아니다. 고라니, 산토끼, 오소리, 들고양이, 쪽제비, 심지어 두더지까지 다양한 들짐승의 무대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A지구 간월호와 B지구 부남호 등 담수호와 끝이 가물거리는 1000여만평이 넘는 광활한 간척농지가 국내 제일의 철새도래지로 꼽히는 '천수만 철새도래지'다. 그곳에서 지난 달 23일부터 '2004철새기행전'이 벌어지고 있다. 11월 말까지 계속된다.

그곳에 가면 행사장의 볼거리도 흥미가 있으나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철새 투어 버스'를 타고 2시간여 동안 철새가 노니는 서식지를 직접 돌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철새 투어를 하는 동안에는 안내자의 말에 따라주어야 한다. 투어객이 각기 마음대로 행동할 경우 소리와 색깔, 냄새에 민감한 철새들은 이내 멀리 달아나 제대로 볼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동행한 다른 투어객들의 원성을 한 몸에 다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천수만에서 가장 볼만한 풍경은 철새 떼가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낮동안에는 따사한 가을볕 속에 졸기도 하며 쉬고 있던 철새들이 천수만 바다에서 불타오르던 낙조가 지고 하늘과 땅이 단색으로 변하면 적게는 수 천 마리에서 많게는 수 만 마리가 일제히 먹이를 찾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경이롭다 못해 장엄하다.

날아간 새들은 밤새 먹이사냥을 하고 동틀 무렵이면 어김없이 천수만 서식지로 돌아온다. 학계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우리나라의 조류는 모두 382종으로 그중 까치, 참새, 멧비둘기, 등 텃새 57종과 여름철새 64종, 겨울철새 116종, 봄여름에 우리나라를 거쳐가는 나그네 새 103종 등이다.

이 중 이 지역에서 겨울과 여름을 나는 철새는 공주대학교와 철새전문가인 김현태(34.서산여고 교사)씨에 따르면 100여종에 25만 마리에서 40여여만 마리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백로
대백로안서순
겨울철새 중 가장 개체수가 많은 것은 가창오리로 해마다 15만여 마리에서 20여만 마리가 날아오고, 그 다음이 기러기류(큰기러기. 쇠기러기)로 3만에서 5만여 마리, 청둥오리 순이고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항라머리검독수리, 황조롱이, 쇠황조롱이, 말똥가리, 잿빛 개구리매 등 맹금류와 흑두루미, 황새, 저어새 등 90여종이다.

천수만 지역에 날아와 겨울을 나는 철새는 주로 시베리아 아무루강 지역에서 북한지역을 경유해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철새들이 해마다 거의 같은 경로를 이용해 정확히 월동할 지역을 어떻게 찾아오는지에 대해서는 독일의 조류학자인 구스타프 크라머의 태양의 위치로 방향을 잡는다는 설과 자우어의 별자리에 의한 방향설 등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른 설이 있으나 명백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해마다 수십만 마리가 날아드는 천수만 지역이 철새들의 천국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도래하는 철새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한 철새전문가가 기록한 '철새관찰일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철새가 가장 많이 날아들 시기인 11월중순께의 일지를 요약해보면 '현재 서산은 (천수만지역) 가창오리를 빼고나면 그밖의 오리는 그 수가 적다... 과거 가창오리가 현재정도 와 있을 당시에는 전체 개체수가 50만정도를 상회했는데 올해는 가창오리를 포함한다고 해도 30만 이하의 무리가 관찰되고 있다. 날아온 새들에 비해 먹이터의 상황이 극히나쁘다. 노랑부리저어새나 황새가 2000년 이전 먹이를 찾던 해미천, 와룡천 주변에 차량이 증가해 예민한 철새들이 먹이를 찾을 곳이 거의 없다. 서산도 이젠 철새도래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는 것 같다'고 기록하고 있다.

간월호내에 버려진 폐그물 주위에 앉아있는 철새.
간월호내에 버려진 폐그물 주위에 앉아있는 철새.안서순
올해도 철새도래지 주변상황은 지난해에 비해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 철새전문가들은 올해 날아오는 철새의 개체수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적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철새전문가들은 “천수만 담수호의 수질악화와 일반인에게 분양된 이후 분양이전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돼 자연스럽게 서식지가 보호되던 때와는 달리 하루 수백 명이 각종 차량과 농기계를 가지고 드나드는 바람에 서식지가 노출되는 등 갈수록 열악해지는 서식환경에다 과거 현대가 경작할 때와는 달리 농민들이 낟알을 거의 흘리지 안고 거둬들이는 바람에 부족해진 먹이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단의 보호조치 없이 이대로 방치할 경우 서산시가 올해로 3회째 벌이고 있는 '철새 축제'가 앞으로 새없는 축제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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