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우리 지지 안해"-"그래서 복수했나?"

[현장] 충청도민 행정수도이전 좌절 상처에 소금 뿌린 한나라당

등록 2004.11.05 14:56수정 2004.11.2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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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덕룡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신행정수도건설 비상시국회의' 대표단을 면담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신행정수도건설 비상시국회의' 대표단을 면담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사헌

대전·충남북 3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신행정수도건설 비상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 대표자들이 한나라당을 찾았다. 5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찾은 이들은 김덕룡 원내대표에게 신행정수도건설 지속적인 추진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하고 한나라당의 입장과 책임을 따져 물었다.

이도영 공동대표를 비롯한 박연석 집행위원장 등 15명의 시국회의측 인사들은 건의문을 통해 "신행정수도 건설을 지속적인 당론을 채택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충청권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당, 지방의원 전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한나라당이 내놓은 과학기술행정도시 등의 대안에 대해 "여론호도용 대안"이라며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기엔 실효성이 없다"고 수용을 거부했다.

이 자리에는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 최경환 당 행정수도이전특위 간사, 유기준 의원 등이 배석했는데 시국회의측은 주로 한나라당의 행정수도이전건설의 좌절에 따른 책임을 따져 물었고 한나라당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정부여당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이었다.

"복수한 건가, 그럼 한나라당은 영남정당밖에 안된다"

이날 대화는 매우 아슬아슬하게 진행되었다. 시국회의측이 행정수도건설 특별법을 통과시킨 사실과 이의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한 총선 공약 등을 들어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집중 추궁하자 김덕룡 원내대표는 "총선 공약한 사실 맞다, 하지만 그런(행정수도이전) 주장했다가 충청도 지지 못받았고 다수당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해 시국회의측을 자극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에서 홍문표 의원(예산)이 당선되는 것 외에 대전·충청권 24개 선거구에서 완패했다.


이에 시국회의의 박연석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충청도에서 한 자리밖에 못 얻어 서운해서 수도이전 반대했다면 민주당이 영원한 호남정당이듯, 한나라당은 영남정당밖에 안된다"며 "왔다갔다하는 전략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반발했다.

또한 이도영 대표가 "헌재 결정시 어떻게 박수치고 환영할 수 있냐, 국민이 보기엔 과연 한나라당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인가 의구심이 든다"고 따지자, 김 원내대표는 "충청도의 분위기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전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붙쾌감을 내비쳤다.


이어 남경필 수석이 "특별법 통과는 정략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부끄럽다, 반성한다"고 해명했으나 불씨는 잦아들지 않았다. 시국회의측은 "어떻게 정략적 판단이라는 말을 할 수 있냐"며 "열린우리당을 꺾기 위해 수도이전반대를 했을지 몰라도 돌은 국민이 맞는다"고 흥분했다.

최경환 특위 간사가 나서 "더 큰 책임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있다"며 "우리는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며 헌재 결정 전에는 후보지 발표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청와대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시국회의측은 "그럼 지속적으로 훼방을 놓았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이어 시국회의측은 "대통령 선거과정과 국회 입법과정,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입장이 뭐였는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존재가 필요 없다는 국민적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략적이었다니, 충청도를 우롱하는 말이다"

이날 만남은 행정수도이전의 좌절로 가장 큰 상처를 입고 있는 충청도민들을 위로하기는커녕 상처를 자극한 꼴이 되었다. 원내대표실을 나온 시국회의측 인사들은 "우리가 한나라당 안 찍었다고 보복한 건가 뭔가, 끌어안을 생각은 안하고…"라며 혀를 찼다.

이욱 충북연대 사무총장은 "특별법 통과시켜 미안하다고? 그럼 우리는 한나라당 못찍어줘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되는 건가"라며 "찍어주면 도와주고 안 찍어주면 못 도와주겠다는 게 공당의 모습인가"라고 흥분했다.

박연석 집행위원장은 "정략적이었다는 말을 어떻게 대놓고 하나, 우릴 우롱하는 거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한나라당과 시국회의측 간담회 발언록이다.

시국회의: 한나라당의 뚜렷한 입장이 뭔지 모르겠다.

김덕룡: 헌재의 위헌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당의 입장이다. 그리고 행정수도이전을 추진하게된 애초의 취지, 수도권 인구과밀과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대안을 마련해갈 것이다. 의견을 제시하면 참고하겠다.

시국회의: 납득이 안가는 게 있다. 작년 12월 29일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은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되었다. 그런데 1년도 안돼 뒤집나.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 물론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헌재의 위헌판결이 나자 박수치고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이 한나라당을 보는 정서가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인가 의구심이 든다.

김덕룡: 충청도의 분위기 모르는 것 아니지만 국민 전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남경필: 당시 판단 잘못한 것 인정한다. 상당 부분 정략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계속 우기고 가느냐, 과거를 반성하고 겸허하게 나가느냐, 후자의 길이 맞다고 본다. 우리는 반성하고 옳은 길로 가자는 것이다.

시국회의: 정략적 판단이라는 것은 남 의원 개인의 입장인가.

남경필: 나도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 부끄럽다. 반성한다.

시국회의(유재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나. 정략 때문에 피해 본 사람들에 대한 보상 대책을 강구해라.

김덕룡: 그래서 우리가 여당에 국회 내 수도이전특위를 만들자고 요구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그 사이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피해자 보상되어야 한다. 밀어붙였던 정부가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시국회의: 우리가 수도이전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출마하면서 내세웠고 공감대가 이뤄지고 충청도민은 마음이 들떴다. 그로 인해 노 대통령은 당선의 이익을 보았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책임도 있지만 특별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의 책임도 크다.

과거 충청도는 한나라당의 근간이 되는 텃밭이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싹쓸이했다. 열린우리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못해서 그렇다. 충청도에서 한나라당의 재건을 생각해 달라. 미안하다고 끝날 얘기가 아니다.

시국회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꺾기 위해 정쟁차원에서 수도이전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의 그런 시집살이에 국민이 죽는다. 국민 생각해서 돌을 던져라. 그 돌이 엉뚱하게 국민에게 온다. 지금도 박근혜 대표는 충청도에 내려와 수도이전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서울 올라가면 또 달라진다.

김덕룡: 토론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헌재 결과 승복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정부여당이 책임져야 한다. 입법추진과정에서의 잘못은 이해해달라. 국회가 입법한 것도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추진해야 한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참고하겠다.

시국회의: 책임을 져라.

김덕룡: 원천적인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그리고 우리도 피해자 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최경환: 더 큰 책임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있다. 우리는 국민적 합의를 강조해왔다. 헌재 결정 전에는 후보지 발표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청와대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시국회의: 지속적으로 훼방을 놓았다는 뜻 아닌가. 정략적으로 비춰진다. 실정법 만들어 놓고 그걸 집행하는 정부에게 중단하라고 하는 게 맞는 일인가.

최경환: 충청도 발전이 유독 행정수도 이전만 있는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좋은 안을 고민하고 있다. 과천도 실패했다. 밥장사 밖에 안된다.

시국회의: 지금 의원들이 하는 말은 토론회에서 많이 들은 말이다. 김덕룡 원내대표에게 서운하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근간을 이룬 분이 요즘 정치활동을 보면 과거 이미지와 다른 방향이다. 우리가 보상해달라고 온 게 아니다. 행정수도이전은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이 균형있는 발전을 하자고 나온 안이다. 충청 주민뿐 아니라 전국 모두가 행복해 보자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이 문제로 정책대결을 벌였고 그 결과 노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리고 민의의 전당이라는 의회에서 야당의 절대다수로 통과되었다. 국민의 합의를 얻은 것이다. 최근 보기 드문 합리적 정책결정과정이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지방에 내려가서 한 달이라도 살아 봤나. 그러고 나서 말해라.

대통령 선거과정과 국회 입법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입장이 뭐였는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존재가 필요 없다는 국민적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본다.

김덕룡: 수도권 과밀화, 지방분권, 전국균형발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상처받은 민심 잘 알고 있다. 책임감 느끼고 있다. 획기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시국회의: 대안을 빨리 발표해라.

유기준: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그 점을 지적하며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자고 정책제안을 했는데 그러던 차 헌재 결정이 났다. 추진과정에서 우리가 미리 예상하기도 했지만 충청도민들의 마음의 상처와 물질적 피해가 클 것이라고 본다.

시국회의: 한나라당은 자꾸 입법과정에 동참한 것에 대한 사과만 하는데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행정수도이전의 차질 없는 추진을 우리에게 약속했다. 그런데 대안도 없이 반대로 돌아섰다. 정부여당의 책임만 따지지 마라.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유감이다.

김덕룡: 시대 상황이 맞지 않으면 법은 개정할 수 있고, 헌법의 틀에서 잘못되면 수정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행정수도이전 약속한 것 맞다. 하지만 그러고 다수당 자리 내놨다. 충청권 지지 못받았다. 총선 때 그런 주장했다가 다수당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시국회의: 한나라당이 충청도에서 한 자리밖에 못 얻어 서운해서 그랬다면 민주당이 호남정당이듯, 한나라당은 영남정당밖에 안된다. 왔다갔다하는 전략 굉장히 실망했다. 한나라당 충청도당에 궐기대회 참석 말라는 압력이나 넣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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