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브랜드도 '괴담'에 낄 수 있다

매트 헤이그의 <브랜드 괴담)>

등록 2004.11.05 15:15수정 2004.11.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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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브랜드 괴담>

책 <브랜드 괴담> ⓒ gigo

어떤 브랜드는 오랜 기간 존속하는 반면 어떤 브랜드는 몇 년 내에 쉽게 망하기도 한다. 마케팅 전략에 따라 살고 죽는 한 회사의 운명은 그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운명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브랜드의 경영 방법과 마케팅 전략은 회사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획이다.

브랜드가 어떤 방침에 의해 운영되고 광고되는가에 따라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현실. 이 현실에서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려면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할까? 책 <브랜드 괴담>은 실패한 브랜드의 사례를 들어 살아남는 브랜드가 어떤 것인지를 밝힌다.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했고, 소비자는 실제 제품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구매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브랜드가 제품의 사용 가치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하룻밤 사이에 잃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인식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디어 스캔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건, 또는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소문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진다면, 그 회사는 깊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기업들은 이런 좋지 않은 상황을 돌이킬 수가 없다. 더구나 브랜드를 통해 이전 어느 때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하기도, 망하기도 하는 지금의 기업 생황에서는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


이처럼 브랜드의 이미지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에는 제품이 곧 회사의 운명이었으나 이제는 그 회사나 상품의 이미지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책의 저자는 기업들이 생각하는 '브랜드에 대한 잘못된 믿음' 몇 가지를 전한다. 그 첫째는 상품이 좋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허상이다. 상품이 좋더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는 상품의 브랜드 네임이나 전략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오랜 기간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단수의 전략이 필요하다. 대기업이기 때문에, 혹은 광고가 좋기 때문에, 혹은 새롭고 강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가 성공할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냉철한 이성과 판단만이 자신의 브랜드를 긴 생명력으로 이끌 수가 있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 차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차를 구매하는 대중이다. 회사는 제품을 과장하거나, 소비자에게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차라면, 그 차는 어떠한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수많은 대중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 현대 사회의 대중들이란 까다롭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예측하기 어렵고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소비를 주도하고 결정짓는다. 이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기란 기업 입장에선 진땀 흘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만은 없는 법. 이 책에서 전하는 실패한 브랜드들의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까다로운 대중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감이 잡힌다. 물론 그 방법이란 것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저자는 맥도날드처럼 '패스트푸드'의 이미지가 강한 기업에서 괜히 '웰빙 푸드'를 출시해봤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전한다. 사람들은 맥도날드에 가서 간편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길 원하지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펩시사에서 개발한 '투명한 콜라' 또한 어설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좋은 사례이다. 사람들은 에비앙이나 페리에 같은 투명한 생수 브랜드를 이미 선호하고 있다. 이런 기존 시장에 갈색 액체로 인식되었던 펩시가 뛰어들어봤자 이득을 볼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구식 자동차를 원하지 않을 것이며, 여성 취향을 반영한 자동차를 원할 것이다. 아마도 여성은 꽃과 소녀적 취향의 이름과 장식물을 원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핑크빛일 것이다."

새로운 자동차의 구매 고객으로 여성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자동차 회사들은 이와 같은 예측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대표적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는 어설픈 변화를 시도하여 핑크 및 자동차 '라 팜므'를 출시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여성들의 심리를 제대로 읽지 못해 일어난 실수인 것이다. 어떠한 여성도 '내가 여성 운전자이다'라고 써붙인 차를 운전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많은 여성들은 이미 운전을 하면서 남성 위주의 지배적 질서를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여자들은 굳이 자신이 여성 운전자임을 드러냄으로써 그 질서에 이바지하고 싶지 않았다.

이와 같은 실패에 반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면서 점차적인 변화에 성공하여 다국적 기업이 된 회사들도 있다. 바로 '버진'이라는 회사가 그것이다. 현재 항공, 음반, 교통, 유통 사업 등에 뛰어들어 다양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이 회사의 CEO는 "브랜드는 제품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어떤 브랜드의 성공에는 대중들의 평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 잭 트라우트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하나의 브랜드만 있다'고 하여 기업의 이미지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한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의 희생이 따를 정도로 대중들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특정 브랜드를 선택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인터넷이 지닌 영향력이 또한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들의 공통적인 불만과 희망 사항을 제대로 읽을 수만 있다면 그 브랜드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던킨 도너츠의 경우 소비자의 불만 사항을 게시하는 인터넷 사이트 운영을 통해 오히려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매출을 증대시켰다고 한다.

이처럼 대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변신시킨다거나 혹은 확고히 할 때에 그 브랜드는 생존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기업들이 긍정적인 정보만을 드러내는 데에 너무 치중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가끔은 솔직한 자기 인정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진화할수록, 인터넷 화면을 '응시하는 것'에서 '관계에 집중하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e-비즈니스를 선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빨리 더 많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가보다는 어떤 방법으로 기존 고객의 재방문율을 높이는가에 따라 브랜드의 발전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얻으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분명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이 왕이다'라는 흔한 말 한 마디.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동향을 분석하며, 불만을 이해하고 요구를 수용해 줄 때에 그 브랜드는 틀림없이 성공한다. 이것은 사실 쉬운 듯하면서도 복잡한 일이다. 어린애처럼 솔직하고 투덜거리며 변덕스러운 고객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읽어야 하는 아주 치밀한 기획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현명한 브랜드들의 경우 이와 같은 복잡다단한 고객의 심리를 읽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지 못하고 '브랜드 괴담'의 한 에피소드로 남은 많은 브랜드들의 실패 사례는 미래의 기업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책은 마지막에 전한다.

"이 책의 개정판에 당신의 브랜드가 괴담으로 실리고 싶지 않다면, 지금 이 책을 읽어라!"

브랜드 괴담

매트 헤이그 지음, (주)지아이지오 커뮤니케이션즈 엮음,
지아이지오(gigo),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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