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이·통장 7백여명, 국회앞서 '헌재 장례식'

[현장] 버스 16대 대절해 상경집회

등록 2004.11.05 15:53수정 2004.12.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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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5일 상경한 충남지역 이·통장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5일 상경한 충남지역 이·통장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수도권 이기주의와 표를 의식한 대안 없는 한나라당, 서울 거주 수구보수 헌법재판관들은 각성하라!'는 현수막을 씌운 허수아비를 집회 참가자들이 불태우자 경찰이 소화기로 진화하고 있다.

'수도권 이기주의와 표를 의식한 대안 없는 한나라당, 서울 거주 수구보수 헌법재판관들은 각성하라!'는 현수막을 씌운 허수아비를 집회 참가자들이 불태우자 경찰이 소화기로 진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치권 농락으로 충청도민 다 죽는다."
"줏대 없는 정치권에 피멍드는 충청도민."
"'돈'과 '표'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국회의원 자폭하라."


수십 개의 현수막이 바람에 휘날리고 화형식에 처해질 허수아비와 상여, 상복을 입은 대표들…. 국회 앞은 전통적 장례식을 연상케 했다.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규탄하기 위해 이번에는 충남 지역의 이·통장들이 나섰다.

전국 이·통장 연합회 충남지부 회원 700여명은 5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 구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고 충남지역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촉구했다.

충남 지역 각 시에서 1대씩 모두 16대의 버스를 대절해 상경한 이들은 "정치권이 정치적 당리당략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번복해 결국 충청도민만 타격을 입었다"며 "노 대통령의 사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상경집회에 참석한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충청도를 발전시키겠다는 대선 공약으로 인해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않았느냐"며 "이제와 좌초되면 충청도민은 어쩌란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자민련 김학원 대표와 이인제 의원이 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신행정수도 이전 촉구 집회에 참석해 귓속말을 하고 있다.

자민련 김학원 대표와 이인제 의원이 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신행정수도 이전 촉구 집회에 참석해 귓속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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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학원 자유민주연합 대표도 이에 가세해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후 1년 이내에 충청도에 (행정수도 이전) 입지선정을 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그 약속을 총선까지 끌어 국민의 몰표를 받았다"며 "국운을 걸고 추진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 와서 한다는 소리가 '어렵다'는 말뿐이냐"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금 충청도민의 마음은 부풀어진 고무풍선에 바람 빠진 격"이라며 "정치권이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내편', '네편'을 갈라 싸우니, 충청도민만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의 발언 후 회원들이 "충청도민 단결하여 신행정수도 사수하자"는 구호를 외치자 국회 앞 은행나뭇잎이 눈발처럼 떨어져 흩날렸다. 이날 충남 보령에서 올라온 최아무개(62) 협의장은 떨어진 은행나뭇잎을 발로 쓸어내며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지지한 충청도민을 속인 것 밖에 안된다"며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꽃상여와 계란 등 경찰들에게 빼앗겨


'수도권 이기주의와 표를 의식한 대안 없는 한나라당, 서울 거주 수구보수 헌법재판관들은 각성하라!'는 현수막을 건 이들은 허수아비 화형식과 꽃상여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은 꽃상여 상단과 계란 등을 압수했다.

이들은 상단이 없는 꽃상여라도 매고 행진했다. 꽃상여 앞 상주 역할을 하는 회원은 '근조 충청권, 대통령, 국회의원'라는 피켓을 들었고, '축 출생 헌법재판관'이라고 쓴 피켓을 든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꽃상여의 행진과 함께 구슬픈 곡소리도 국회 앞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시대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헌법재판관은 자폭하라'는 등의 문구가 쓰여진 허수아비 3개에 남은 계란을 던지고, 허수아비에 불을 붙이려고 했으나 소화기를 든 수십 명의 전경들이 달려들어 진화했다.

이·통장들은 오후 1시경 규탄시위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충청도로 되돌아갔다.

a 5일 상경한 충남 지역 이·통장들이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번복해 결국 충청도민만 타격을 입었다"며 항의하고 있다.

5일 상경한 충남 지역 이·통장들이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번복해 결국 충청도민만 타격을 입었다"며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5일 상경한 충남지역 이·통장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5일 상경한 충남지역 이·통장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수도 이전, 충청권만의 문제 아니다"
[인터뷰] 전국이·통장연합회 한송현 충남지회장

▲ 전국이·통장연합회 한송현 충남지회장
ⓒ신문웅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 이후 첫 상경 투쟁에 나선 전국이·통장연합회 한송현 충남지회장을 만나보았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집회를 하다가 서울에서 집회를 갖게 된 이유는?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 이후 연일 계속되고 있는 충청인의 항의 집회에 대해 서울 시민들이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이를 알리기 위해 집회를 준비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홍보전의 의미가 강하다.”

-오늘 집회에 어려움이 많았다는데
“당초 평화 집회 이후, 충청권에서는 일반화된 집회 방식인 화형식과 꽃상여를 들고 거리 행진을 벌일 예정이었는데, 이들 용품을 경찰에서 반입도 안 시키고 압수해 갔다. 경찰이 너무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사실상 준 공무원들이 첫 상경 집회를 개최한 이유는?
“실제로 우리들은 주민들과 행정을 잇는 행정의 말초 신경과도 같다. 충청권 주민들의 분노와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하기를 위해 과감히 서울로 달려왔다. 이 문제는 충청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가 잘 살자는 애기인데 이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헌법재판관들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 이 분노를 서울 시민들과 정치권에 전하기 위해 여의도에서 집회를 연 것이다.”

-회원들이 중앙 언론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는?
“수구 기득권 층을 대변해 온 중앙 언론이 신행정수도문제를 충청도만의 문제로 국한하기 위해 연일 계속되는 충청권의 분노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행정 수도 이전이 충청권만 살자는 애기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중앙지와 중앙 TV가 사실을 호도하고, 수도이전의 문제점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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