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벼슬도 없는 사람이 어디에 앉나"

5선 투입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첫날...구원투수 혹은 봉숭아학당?

등록 2004.11.10 10:26수정 2004.11.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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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와 5선 의원으로 참석한 박희태 의원(가운데)이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와 5선 의원으로 참석한 박희태 의원(가운데)이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최다선 5선급 의원들이 최고위원회의에 배석한 첫날. 당 원로급들의 최고위원회의 배석은 '정국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 진로와 현안에 대해 다선 의원들의 고견을 듣겠다'는 박근혜 대표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조치였다.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박희태, 강재섭 의원을 배석시킨 가운데 박근혜 대표최고위원 주재로 이해찬 총리의 국회 파행 유감표명에 따른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근혜 대표는 "총리의 사과성명서 발표가 있었다, 한나라당은 오늘 확대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짤막한 모두발언을 던진 뒤, 회의를 비공개로 돌렸다.

최근 파행정국과 관련 소장파, 강경보수파를 막론하고 박근혜-김덕룡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조성된 가운데 이들 5선 중진들이 어떤 구원투수역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속내를 겨냥 "중진은 들러리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를 의식해선지 강재섭 의원은 비공개로 시작되는 회의에 앞서 "그런데 왜 우리더러 봉숭아학당이라고 그러는 거냐"고 우스개를 던지기도 했다.

강재섭 "우리가 왜 복숭아학당이냐"

한편 회의시작 전 선출직 최고의원들과 원로들 사이의 첫 화두는 좌석배치였다. 선배 예우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당대회를 통해 뽑힌 최고위원들을 변방으로 밀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강재섭(경부 대구서) 의원이 "벼슬도 없는 사람이 어디로 앉아야 하나"라며 회의 테이블에 앉기 전 잠시 머뭇거리자 김덕룡 원내대표는 "앉으면 주인입니다"라고 자신의 우측 자리를 내주었다.

이어 강 의원은 "총장 자리에 앉아 미안합니다"라고 김형오 사무총장의 자리를 차지한 것에 양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박근혜 대표의 바로 옆은 국회 부의장인 박희태(경남 남해·하동) 의원의 몫이었다. 박 의원은 "일가니까 나는 여기에"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상석을 꿰차고 앉았다. 이로써 박근혜 대표의 우측 좌석서열은 박희태-김덕룡-강재섭-김형오 순.

정작 선출직 최고위원들은 박근혜 대표의 좌측으로 밀려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은 이규택, 김영선 의원. 명색이 최고위원 회의에 객들의 출석률이 더 높은 꼴. 애초 5선급 의원의 배석에 거북한 속내를 비친 최고위원 서열 2위의 원희룡 의원은 중국 출장으로 불참했다.

원희룡 의원은 "최고위원 회의는 박근혜 대표도 최고위원의 한 명으로 참석하는 회의인데 다선 위주로 변형된다면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원희룡 의원은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과 관련 "보수로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거기에 휘둘리거나 스스로 업히면서 고유의 컬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좌파’라는 문제제기와 관련해서도 “확실히 아웃 오브 데이트(구시대적)이다, 박 대표가 한계를 못벗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5선 의원으로 참석한 강재섭 의원(가운데)이 김덕룡 원내대표, 김형오 사무총장 사이에 앉아 웃으며 "벼슬도 없는 사람이 어디로 앉아야 하나"며 얘기하고 있다.
5선 의원으로 참석한 강재섭 의원(가운데)이 김덕룡 원내대표, 김형오 사무총장 사이에 앉아 웃으며 "벼슬도 없는 사람이 어디로 앉아야 하나"며 얘기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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