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 '국화도'는 어때요?

직원들과 함께 한 1박 2일간의 섬 나들이

등록 2004.11.11 15:52수정 2004.11.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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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정 중 생각의 여유도 갖고 휴식도 취할 겸 주말을 이용해 직원들과 국화도에 다녀왔다. 그곳에서의 작은 기억들이 마음에 여유를 찾아주는 것 같다.

직원 중 한 명이 국화도를 추천했을 때, 왠지 막바지에 다다른 가을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이름에 끌려 다른 곳은 더 알아보지도 않고 1박 2일의 여행 계획을 잡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사이 어느덧 우리의 발길은 국화도로 접어 들었다.


가는 길에 상봉마을에 들러 삼겹살과 이것저것 먹을 거리들을 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장고항에 도착했다. 간조 상태라 뭍에 머물고 있는 배를 보니, 자연의 신비로움에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a 장고항 입구(간조 상태)

장고항 입구(간조 상태) ⓒ 조선희

배를 타기 전, 점심식사를 위해 들렀던 식당 '해뜨는 바다'에서의 바지락 칼국수와 순무김치 또한 일품이었다. 칼국수로 배가 불렀는데도, 국화도에 들어가서 먹을 회를 생각하니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장고항에서 약 10분쯤 배를 타고 들어가는 동안 점점 가까워지는 국화도를 보고 모두들 환성을 질렀다. 아마도 오랜만의 나들이라 더 그랬던 모양이다. 얼마 안 되는 주민들이 사는 마을 뒤로 아기자기하게 보이는 작은 펜션들이 눈에 들어왔다.

국화도라는 이름을 듣고 제일 먼저 기대했던 건, 어디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화였는데…. 막상 국화는 펜션 주변과 해변 주변에 약간 있을 뿐이었다.

98년도 이후 이곳 국화도를 관광지로 활성화하기 위한 작업을 하면서 많은 국화가 소멸되었다고 한다. 많지 않은 국화꽃에 실망했지만 2005년부터 대단위 국화밭을 만들 예정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a 펜션으로 따라 올라가는 길목에 피어 있는 국화들.

펜션으로 따라 올라가는 길목에 피어 있는 국화들. ⓒ 조선희

국화도 입구 안내판에는 32가구가 살고 있다고 표기되어 있었으나, 주민에게 물어보니 예전에는 20세대가 살았고 지금은 약 50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국화도는 행정구역상으로 경기 화성시 우정면에 속하지만(화성시에서는 17km), 지리적으로는 충남 당진에 가깝다(장고항에서는 3.5㎞ 거리).


a 익일 오전 11시경 간조 상태의 토끼섬

익일 오전 11시경 간조 상태의 토끼섬 ⓒ 조선희

과거 섬은 대개가 유배지였는데, 국화도 역시 조선시대에는 유배지로 이용됐었다. 원래는 '꽃이 늦게 핀다'하여 만화도(晩花島)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 때 국화도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배를 수배해 보았지만 미리 예약을 하지 못 한 터라(정보가 미약하여) 포기하고, 대신 사진기를 들고 섬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하였다. 준비해 온 낚싯대도 들고….

a 줄지어 서서 아저씨가 뜨고 있는 회를 기다리는 모습들이 지금 생각하니 너무 재미있네요

줄지어 서서 아저씨가 뜨고 있는 회를 기다리는 모습들이 지금 생각하니 너무 재미있네요 ⓒ 조선희

배를 타고 들어오면서 보았던, 국화도 여행의 숨은 진주라 할 수 있는 토끼섬 쪽으로 갔는데…. 이미 만조가 많이 진행이 된지라 가지는 못하고 그저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감히 속으로 '저렇게 예쁜 섬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면서…. 단 몇 십 분 사이에 완전히 독립된 섬의 자태를 드러낸 토끼섬을 보고 또 한 번 자연의 위대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장에 갈 수 없었던 토끼섬이 더욱 더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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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희

바위에 올라 바다를 둘러보다 약간의 추위를 느껴 여직원들과 먼저 바닷가를 지나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해변가에서 낚싯대를 던지고 있는 3명의 어른과 어린이 일행을 만났다. 그 옆에서는 방금 잡은 놀래미와 우럭 회를 뜨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부러워하는 것을 보고 회를 먹어보라고 권하는데…. 넉살 좋게 우리 일행 4명은 그들이 주는 싱싱한 놀래미 회를 주는 대로 받아 먹었다.

바로 앞 해변에서 낚아올린 놀래미 회 맛은 고급 횟집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싱싱함의 극치였다. 배를 타고 나가지 못해 내내 섭섭했었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는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꼭 배를 타지 않아도 놀래미와 우럭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a 만조 되기 1시간 전의 모습

만조 되기 1시간 전의 모습 ⓒ 조선희

이미 만조가 많이 진행되어 해변이 많이 좁아졌음을 느끼고 우리는 다른 일행들이 바위에 고립될까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다. 이곳에서 고기가 더 잘 잡힌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빨리 그곳을 탈출(?)하라고 말하고는 숙소로 향했다.

밤 12시경 일행 중 한 명이 해변이 현재 간조 상태라서 바위만 뒤집으면 낙지를 잡을 수 있다고 알려왔다. 즉시 우리는 손전등을 들고 낙지를 잡으러 갔으나, 솜씨가 서툴러 소라와 새끼 꼼장어 정도만을 잡을 수 있었다.

아침에 간조가 된 바닷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동과 조개류 그리고 낙지를 잡기 위해 나와 있었다. 그야말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갯벌 체험을 하고 있었다.

a 간조가 된 국화도에 바지락 채취를 위해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나타나고….

간조가 된 국화도에 바지락 채취를 위해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나타나고…. ⓒ 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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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희

우리는 먼저 어제 못 가 본 토끼섬으로 발길을 옮겼다. 물이 완전히 빠져버려 어제와 완전히 달라진 토끼섬까지 걸으며 영화 <모세>를 떠올렸다.

20여분간 토끼섬을 둘러보는 동안 자연의 경이로움에 두근대는 가슴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가끔 TV에서 국화도 아닌 다른 지역의 간조·만조 현상을 본 적 있지만, 실제 조개들로 뒤덮인 해변 바닥을 걸으니 더욱 설렘이 컸나 보다.

a 우리가 채취한 굴…. 참으로 신기했다.

우리가 채취한 굴…. 참으로 신기했다. ⓒ 조선희

좋다는 곳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출입으로 자연이 훼손되어 가는 모습에 마음이 착잡했다.

a 간조가 된 해변에는 깨진 유리병은 물론 많은 쓰레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간조가 된 해변에는 깨진 유리병은 물론 많은 쓰레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 조선희

짐을 챙겨 나오면서 나중에 다시 한 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동네를 유심히 둘러보았다. 국화도로 들어올 때는 무심했었는데, 도착한 장고항에서 한참 뻘의 깊이를 깊게 만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궁금하여 알아보니, 국화도 관광 활성화를 위하여 2005년부터 유람선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국화도를 왕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어 지금과 같은 운치를 느낄 수 없게 될까 하는 염려가 앞섰다.

섬을 나오면서 이곳을 찾은 낚싯꾼들을 만났는데, 이곳 국화도가 낚시 거리가 많은 이유는 많은 돌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조용하고 친근감이 가는 국화도에서 삶의 여유를 만끽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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