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부도는 왜 방향이 다르게 세워졌을까

19개의 부도군 중 유일하게 서남향을 향하고 있는 상월대사비

등록 2004.11.11 18:10수정 2004.11.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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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는 승려의 사리를 안치한 곳이며 묘탑(墓塔), 부두(浮頭), 포도(砲圖), 불도(佛圖)라고도 한다. 사찰에서 부도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부도가 위치한 장소는 신성시 되기도 한다.

이곳 선암사에도 수많은 부도가 있다. 위치한 곳은 달라도 모두 큰 의미를 담고 서 있다. 그중 관광객들에게 가장 많이 보여지는 부도군이 승선교 약 30여 미터 전에 있는 총 19개의 부도군이다.


a 앞쪽에서 바라본 선암사 부도

앞쪽에서 바라본 선암사 부도 ⓒ 서정일

아마도 선암사를 방문했던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보면서 감회에 젖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선암사를 방문하기 위해 매표소를 통과해서 처음 보게 되는 사찰과 관련된 물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하나의 볼거리로 여기면서 지나쳤음이 틀림없다. 이 부도가 누구의 부도인지, 연대가 언제인지는 아니어도 모양, 형태, 크기, 방향 등은 한 번쯤 관심을 가질 법도 한데 말이다.

사진에서 보듯 이 부도군엔 부도 11기와 비석 8기가 줄지어 있는데, 부도는 대부분 팔각원당형이다. 그 중에는 사사자가 삼층석탑을 지고 있는 이형부도가 있다.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눈썰미 있게 관찰한 사람이라면 8개의 비석 중 유독 하나만이 그 방향을 달리하고 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상월대사의 비다. 선암사 박물관 입구에 서남향으로 틀어진 상월대사의 비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나 그 연유에 관해선 언급없이 그저 구전으로만 전해질 뿐이다.

a 뒤쪽에서 바라 본 선암사 부도탑

뒤쪽에서 바라 본 선암사 부도탑 ⓒ 서정일

상월대사는 일생의 대부분을 선암사에서 기거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긴 스님이다. 그러나 그가 입적한 곳은 선암사가 아닌 묘향산에 있는 보현사. 이 부도비가 바로 보현사 방향을 보고 세워졌다는 하나의 설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가 입적하자 3개의 사리가 나왔다고 전해지는데 보현사를 비롯한 세 곳에 부도탑을 만들었고 그 중 하나가 선암사다. 즉, 입적한 보현사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 그것이 첫 번째 설이다.


상월대사의 어머님이 계신 고향을 향하고 있다는 설이 그 두 번째인데, 이것은 조금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물론 지극한 효성을 간직하고 있는 상월대사이기에 인간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출가한 스님이 부모를 그리워했다는 것은 불교라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부도비의 방향을 틀어서 세울 만큼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상월대사의 부도가 세워진 방향이 원래 맞는 방향이었는데 다른 부도탑들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설이다. 하지만 이 또한 약간의 의문이 가는 건 사실이다. 절 터가 넓은데 굳이 부도의 방향을 거슬러 가면서까지 다른 부도를 틀어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 때문이다.


사실 위에서 말한 세가지 설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따지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관심의 초점은 '왜 저 부도만이 방향이 틀어졌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 게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a 애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 박용환 부부

애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 박용환 부부 ⓒ 서정일

이곳을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저 부도만 왜 방향이 틀어졌지? 내 눈이 이상한가?'라고 반문했던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것을 알아보려고 종무소나 박물관을 방문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것이다.

이 부도와 관련한 연유를 알아보기 위해 선암사 박물관을 들러 내려오는 길에 부도탑을 바라보고 있는 부부를 발견하고 설명을 해줬다.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얘기를 들으니 여행의 맛이 새롭군요"

여천산단에서 근무한다는 박용환씨는 연신 사진을 찍었다. 애들에게 가서 꼭 일러 준다면서…. 우리가 방문하는 관광지엔 이렇듯 많은 숨은 얘기들이 있다. 그걸 그냥 지나쳐 온다면 여행의 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온 것과 같다. 관광지 구석 구석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올바른 관광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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