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도 따고 추억도 한아름 안고 갑니다"

사과따기를 통해 살펴본 농촌체험행사의 의미

등록 2004.11.12 00:31수정 2004.11.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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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름사과농장에서 열린 사과따기 체험행사에서는 국악과 춤판이 벌어졌다.
해오름사과농장에서 열린 사과따기 체험행사에서는 국악과 춤판이 벌어졌다.윤형권
사과농장, 딸기농장, 토마토농장 등이 농촌체험의 장과 교육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논산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사과농사를 짓는 ipmfarm(50세·김하권)과 해오름사과농장(40세·정태하)은 요즈음 사과 수확기를 맞아 일반인들과 유치원생들에게 농장을 개방하고 있다. 이들 농장은 주말이면 300~400명씩 찾아와 사과를 직접 따서 가져가는 등 농촌체험 행사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들 농장이 일반인들에게 농촌체험 행사로 개방하게 된 것은 2~3년 전부터 논산시의 ‘그린투어’ 행사로 딸기농장을 개방했는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것에 착안해 사과 농장에도 적용한 것이다.

논산의 ‘그린투어’는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서 봄과 여름, 가을철이면 딸기밭, 토마토농장, 사과, 배 농장 등에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농장주들의 철저한 안전농산물 생산원칙과 우수한 농산물의 개발의지와 논산시의 홍보가 한몫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인터넷이다. 친환경농산물농가들은 홈페이지를 구축해 농장에서 생산하는 상품을 소개하기도 하고 딸기나 사과 등이 자라는 과정을 홈페이지에 올려 회원들과 홈페이지 방문객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아이를 업고 사과를 따고 있는 분도 있다.
아이를 업고 사과를 따고 있는 분도 있다.윤형권
이런 소비자와 생산자의 만남은 단순한 농촌체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농장체험’행사는 농민에게는 소득창출과 상품홍보를, 참여자들에게는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생활상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생산현장을 방문하여 체험함으로써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얻고 간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생산자인 농민은 소비자들에게 생산현장을 개방하려면 상품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친환경농법’을 실시해야만 한다. 실제로 농촌체험의 장으로 농장을 개방하는 곳은 대부분 친환경농법을 실시하고 있는 농장들이다.

소비자들은 농장을 방문해 농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도 알게 된다. 체험의 맛과 추억을 얻는다.


왼쪽이 정태하 해오름사과농장 농원지기 오른쪽은 ipmfarm 사과농장 김하권 씨
왼쪽이 정태하 해오름사과농장 농원지기 오른쪽은 ipmfarm 사과농장 김하권 씨윤형권
지난 7일 논산시 가야곡면 해오름사과농장에서는 ‘껍질째 먹는 친환경 해오름 사과 따기 문화체험’행사를 가졌다. 정태하 농원지기(대표)는 대전에서 문학평론 활동을 하다가 4년 전에 부모님이 경영하던 사과농장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정씨는 WTO 등 시장개방에 대비해 양보다는 고품질 안전한 농산물로 승부할 것을 목표로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하고 한약재를 발효한 거름인 유기질 비료와 무제초제, 무독성농약의 최저살포 등을 실시하였다. 홈페이지도 구축하여 친환경농법의 사과농사를 홍보하면서 회원확보에 나섰다. 주변에서는 농사를 잘 모르는 젊은이의 무모한 짓이라고 만류하기도 했으나 정씨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정씨의 고집이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농사에 뛰어든 지 3년째인 지난 해부터다.

정씨는 작년 가을에 해오름사과농장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보한 회원들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였다. 성과는 기대보다 좋았다. 좁은 시골에 주말이면 사과따기 체험행사에 참여하는 차량들로 북적거렸다. 사과 따기 체험에서는 1kg에 4000원을 받는다. 사과를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먹고 사고 싶으면 직접 사과를 따게 하는데 대개는 한가족당 10~20kg씩 따서 가져간다. 동네 사람들은 이러한 ‘사건’을 보고서야 정씨의 고집을 인정한 것이다.

사과만 따는게 아니다 어느 부부는 사랑도 따고 있다.
사과만 따는게 아니다 어느 부부는 사랑도 따고 있다.윤형권
정씨는 올해도 사과 따기 체험행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참여자들에게 좀더 색다른 서비스를 했다. 점심으로 국수를 대접했고 국악과 탈춤놀이 등으로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졌으며 아이들에게는 마당 한쪽에서 마음껏 고구마를 구워먹도록 해주었다. 사과밭에서 잔치를 벌인 셈이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양손에 사과상자를 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농장을 나선다.

사과를 따기도 하지만 고구마도 구워먹는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한다.
사과를 따기도 하지만 고구마도 구워먹는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한다.윤형권
이웃 계룡시에 사는 김영실(48세)씨는 남편과 함께 이 행사에 참여했는데, “그냥 사과농장을 방문해 사과만 따려니 했는데 탈춤놀이도 하고 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오늘 맛있는 사과도 따가고 추억도 한 아름 따 갑니다. 내년 가을에도 꼭 올 겁니다. 그때는 가족들과 이웃들도 함께 오고 싶습니다”며 사과보다 붉게 상기한 얼굴로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이날 사과 따기 체험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족들이 많고 동호회, 유치원생, 관광객 등 다양하다. 해오름사과농장은 약 4000평으로 대부분 체험행사와 전자상거래로 판매하는데 연간 1억5천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농촌체험의 장으로 개방한 농장이 일반인들에게만 호응이 좋은 게 아니다.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논산시 광석면의 김하권씨 농장인 ‘ipmfarm’은 친환경농법으로 딸기와 사과농사를 짓는데 김씨는 친환경농법으로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하다(오마이뉴스 7월 29일자 보도 등). 김씨는 딸기농장에 이어 올해부터는 사과농장도 체험행사로 개방하고 있다.

사과 두개 씩을 따고 흐뭇해 하는 아이들
사과 두개 씩을 따고 흐뭇해 하는 아이들윤형권
지난 10일 논산의 한 유치원에서는 어린이 30명이 김씨네 사과 농장인 ipmfarm의 사과 따기 체험행사에 참여했다. 사과 한 개에 800원을 받는데, 유치원 선생님인 신해안씨는 “가을과일 학습의 일환으로 사과농장을 방문하여 ‘사과나무는 어떤가? 사과를 딸 때 느낌은 어떤가?’ 등을 사과를 따면서 직접 체득하도록 하려고 왔다”며 사과 따기 체험을 통한 교육에 대해 말한다.

이처럼 해오름사과농장과 ipmfarm 사과농장의 체험행사는 농가소득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홍보와 신뢰구축을 통한 고객의 확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위기에 처한 농민과 농촌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친환경농법연구회 회장인 박상구(논산시 농업기술센터) 박사는 “농촌체험행사는 정부차원에서 세밀한 계획과 지원이 있다면 농가소득과 함께 농촌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 강국과 도로교통망이 잘 되어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 상품과 가족단위 여행상품으로 개발한다든지 하면 상상한 것보다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하며 농촌체험 행사의 필요성과 사업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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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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