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을 닮은 장승 조각가

[인터뷰]장승퍼포먼스로 장승깎기 대중화 시도하는 김종흥씨

등록 2004.11.12 17:43수정 2004.11.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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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수호진을 흔히 지킴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지킴이라고 하면 바로 '장승'을 빼놓을 수 없다. 장승은 그 생김새만 보면 기가 눌릴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천천히 보면 왕방울 같은 눈과 꽉 다문 입이 슬그머니 풀어지면서 사람 좋은(?) 웃음을 웃을 것 같다. 그만큼 장승은 친근한 존재로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왔다.

a 김종흥씨는 장승을 가장 진실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김종흥씨는 장승을 가장 진실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 권미강

장승 조각가 김종흥(50)씨를 보면 바로 풋풋하게 웃을 듯한 장승이 생각난다. 아니 꼭 그가 장승 같다. 뉘여진 나무를 연장으로 찍어내릴 때의 그 모습은 자칫 험상궂게 보이기도 하지만 세심하게 나무를 다듬고 매만지는 모습은 자식을 만지듯 그렇게 부드러워 보일 수가 없다. 그러니 그는 천상 '장승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승 조각가인 것이다.


안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는 그는 안동인답게 안동하회탈춤 이수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안동하회탈 야외공연장에서 공연하기도 한다.

a 그의 집인 '목석원'에는 그가 깎은 장승이 늘 웃고 서있다. 장승 외에도 그의 집안에는 옛날 물건이 많다. 무엇이든 옛것을 보면 버리지 않고 주워 들고 오는 성미 탓이다. 그는 옛 물건에서 푸근한 사람살이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의 집인 '목석원'에는 그가 깎은 장승이 늘 웃고 서있다. 장승 외에도 그의 집안에는 옛날 물건이 많다. 무엇이든 옛것을 보면 버리지 않고 주워 들고 오는 성미 탓이다. 그는 옛 물건에서 푸근한 사람살이를 느낀다고 말한다. ⓒ 권미강

지난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때는 생일이 여왕과 같은 4월 21일이어서 생일 축배자의 영광도 함께 안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산사음악회와 각종 축제 등에 초청 받는 유명인사가 됐다.

a 그의 집 한켠에 세워 둔 사진 속 기도하는 사람이 김종흥씨 자신이다. 이 사진은 올해 한 사진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그는 외모 탓에 많은 사진작가들로부터 모델로 서달라는 부탁도 자주 받는다.

그의 집 한켠에 세워 둔 사진 속 기도하는 사람이 김종흥씨 자신이다. 이 사진은 올해 한 사진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그는 외모 탓에 많은 사진작가들로부터 모델로 서달라는 부탁도 자주 받는다. ⓒ 권미강

축제야 그렇다 해도 음악회 같은 행사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겠지만 그는 장승 퍼포먼스로 정적인 산사(山寺)를 힘이 넘치는 열정의 무대로 바꿔 놓는다.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장인의 혼을 담아내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다.

"다른 상품은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소모되지만 문화는 계승 발전 시키다보면 그 부가가치는 엄청납니다. 전통을 이어나가되 시대 감각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도 하나의 문화 발전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 전통의 맥은 반드시 지켜내는 것이 전제가 돼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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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미강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인 목아 박찬수 선생으로부터 2000년 '타목(打木)'이라는 호를 받고 머리를 올렸다. 그때 올린 머리는 전통 의상과 함께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비롯해 전국의 행사장과 월드컵 상암경기장 등 전국 곳곳에는 그의 장승들이 서 있다. 또한 미국 애리조나 사도나 마고 가든, 이스라엘 푸림 공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해외에도 그가 만든 장승이 한국의 혼으로 서 있다.

"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혼신의 노력이 그 바탕이 되는 것이지요."


그는 전통 문화가 대중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아는 장인이었다.

a 그는 자주 병산서원을 찾는다. 가는 길도 운치있지만 그곳에 가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한다.

그는 자주 병산서원을 찾는다. 가는 길도 운치있지만 그곳에 가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한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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