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룡장군의 슬픈 전설이 깃든 맨드라미이종찬
대암산(667m, 창원시 사파동)으로 가는 길목, 탱자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과수원집 들머리에는 빨강 노랑빛의 닭벼슬을 치켜든 맨드라미꽃이 까만 씨앗을 톡톡 터뜨리고 있다. 마치 떠나가는 늦가을을 붙잡고 조금만 더 머물다가 가라고 하소연이라도 하는 듯하다. 이대로 떠나면 일년을 또 어떻게 기다릴 수 있느냐고.
맨드라미는 꽃 모양이 마치 수탉의 벼슬처럼 생겼다 하여 '계관화'(鷄冠花) 혹은 닭 머리 모양의 꽃이라 하여 '계두화'(鷄頭花)라고도 불린다. 맨드라미는 예로부터 떡을 찔 때 같이 넣어 꽃물을 곱게 물들이기도 하고, 말린 꽃을 물에 달여 토혈이나 설사, 변비, 여성의 월경 불순 등에 약으로 이용하기도 한 소중한 꽃이다.
어릴 적 내가 살았던 마을 곳곳에도 맨드라미가 참 많았다. 그 당시 우리 마을 사람들은 맨드라미를 흙담 아래 줄줄이 심거나 장독대 옆에 주로 심었다. 아마도 방패 모양을 한 맨드라미의 꼬부라진 붉은 빛깔이 집안이나 장독대 주변으로 들어오는 각종 잡귀를 막아 준다고 믿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부챗살처럼 펼쳐진 붉은 몸통에 꼬부라진 붉은 댕기를 매단 맨드라미에는 충신 무룡 장군에 얽힌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전쟁터에 나갔던 무룡 장군이 큰 승리를 하고 돌아오자 왕은 무룡 장군을 몹시 총애했다. 그러자 왕을 둘러싼 간신배들이 왕과 장군 사이를 교묘하게 이간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왕은 간신배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그들의 말에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