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는 우리말글을 다룬 책을

[책소개] <나는 상식이 불편하다> 외 10월의 주요 신간

등록 2004.11.18 16:42수정 2004.11.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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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 보리

10월, 문학 분야 출판의 성격을 한 낱말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한글날'이 될 것이다. 10월을 전후로 우리말글에 대한 책이 쏟아졌다. 그만큼 우리말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우리말글에 관한 책은 여전히 한글날이 있는 10월의 전후를 중심으로 출간될 뿐이다. 평소에도 우리말글에 관한 양질의 책이 꾸준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말글에 관한 책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글쓰기 기술에 과한 책, 다른 하나는 글쓰기에 대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책, 나머지는 단어나 상용구들의 어원이나 풀이에 관한 책들이다.


글쓰기 교육이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명문에 대한 지나친 강조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는 <문장기술>(랜덤하우스중앙)은 명문에 대한 강박 관념을 없애고 문장은 간단명료하게 쓰라고 말한다.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라' '중복을 피하라' '호응이 중요하다' '피동형으로 만들지 마라' '단어의 위치에 신경 써라' '적확한 단어를 선택하라' '단어와 구절을 대등하게 나열하라' '띄어쓰기를 철저히 하라'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라' '외래어 표기의 일반원칙을 알라' 등 문장의 십계명을 통해 쉽고 정확한 문장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a 우리 말 살려쓰기 둘

우리 말 살려쓰기 둘 ⓒ 아리랑나라

글을 쓸 때의 마음자세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이오덕 선생님의 책은 빼놓을 수 없다. 재출간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보리)은 글쓰기 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믿음과 가르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잘 보여준다.

선생님에게 글쓰기 교육은 단순히 문장을 꾸미는 기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는 바로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일이다. 글쓰기 교육은 단순한 교육 과정의 하나가 아니라, 아이들을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는 으뜸이 되는 교육이다. "글을 쓰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인간 교육이 있는지를 나는 모른다. 글쓰기보다 더 나은, 아이들을 지키고 가꾸는 교육이 있는지를 나는 모른다"라는 말씀에는 선생님의 확고한 마음이 들어있다.

한편 선생님께서 살아 계실 때 미처 내지 못한 원고들을 책으로 펴낸 <우리 말 살려쓰기>(아리랑나라) 역시 우리말글을 제대로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봐두어야 할 책이다. 외국어를 쓰는 것이 더 품위 있고 멋있다고 여기는 사람, 사자성어가 순 우리 속담보다 더 깊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 여기저기 화려한 수사가 곁들어져 잔뜩 힘이 들어간 문장을 좋은 문장으로 알아왔던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책이다. '글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쓰는 것'이다.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1, 2>(예담)는 늘 우리가 쓰는 단어나 구절들 가운데서 네티즌이 가장 궁금해 하는 우리말 100가지를 풀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선정된 말 100개의 어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시치미를 떼다'에서 '시치미'가 무엇이었고, 외상은 왜 '하는' 것이 아니고 '긋는' 것이 되었는지 등을 어원을 통해 풀어줌으로써 우리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하늘연못)는 외래어와 국적불명의 말, 이모티콘 등에 밀려 잘 쓰이지 않는 토박이말을 모아 재미있게 풀이했다. 이 책은 홀대 받고 사라져 가는 토박이말들을 갈무리해서 다시금 우리 앞에 펼쳐 놓아 우리로 하여금 관심과 반성을 불러일으킨다.

a 측천무후

측천무후 ⓒ 현대문학

조국 알바니아의 역사적 기억과 구전 전통에 뿌리박은 작품들을 통해, 독재정권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운 카다레의 소설 <꿈의 궁전>(문학동네)은 소설 쪽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다. 19세기 말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우화풍의 작품으로 전제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조지 오웰과 비견될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당나라 고종(高宗)의 황후인 측천무후의 일대기를 풀어낸 소설 <측천무후>(현대문학)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의 아들까지도 죽여 가며 권력을 유지했던 철의 여인, 성적으로 방탕한 요부의 모습만이 부각된 것은 지금까지 그녀가 남성의 시각으로 조명되었기 때문이었다.

샨사는 이 소설에서 측천무후를 남성 작가들의 시각이 아닌 여성의 시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신흥귀족으로 부상한 무사확의 둘째 딸 무조(武照)가 황후가 되면서 권력을 획득해 가는 과정을 통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측천무후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보물선>으로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김영하 외에 작품들을 모은 <2004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중앙일보)에서는 다양한 작가의 양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김영하는 <검은 꽃>(문학동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요즘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다. 김훈과 더불어 2000년대 남성 소설가들의 양대 산맥이라는 평가를 내려도 좋을 듯싶다.

한편, <아더왕 이야기>(뮈토스)도 3, 4권이 나왔다. 이미 1, 2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 책은 그 인기를 점점 더하고 있다. 3권에서는 영웅 중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란슬롯이 등장해 읽는 사람을 더 설레게 만들어준다.

a 아더왕 이야기 3

아더왕 이야기 3 ⓒ 뮈토스

허물어져 가는 조국 아프가니스탄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사이라 샤의 자전적 이야기 <파그만의 정원>(한겨레신문사), 3살 때 나타난 근육병으로 인해 온몸이 마비되어 가고 있는, 어쩌면 30살을 넘기지 못할지도 모르는 청년이 무려 6년여에 걸쳐 쓴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황매), 피천득, 법정 스님, 최인훈, 김재순 등 이름만으로 충분한 이 시대의 지성인 네 사람이 소중한 만남의 과정에서 오고갔던 대화를 채록한 <대화>(샘터)도 눈에 띄었다.

'출판평론가'라는 직업은 이제 낯익다. 거창하게 '출판평론가'까지는 아니더라도 풍부한 독서량과 해박한 지식을 선보이는 이른바 '책 전문가'들이 많이 눈에 띈다. <탐서주의자의 책>(마음산책)을 낸 표정훈이나 <책>(야간비행)을 낸 강유원,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 등을 낸 최종규 등은 개성 있는 문체로 적지 않은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다. 책 전문가들이 쓴 '책을 말하는 책'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충실한 안내서가 되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a 나는 상식이 불편하다

나는 상식이 불편하다 ⓒ 소나무

김보일의 <나는 상식이 불편하다>(소나무)는 '책을 말하는 책'이 가진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책이다. 에릭 호퍼, 전시륜, 수잔 올린, 에드워드 홀, 김화영, 롤랑 바르트, 미셸 투르니에, 사르트르, 노자 등의 다독을 뛰어넘어 남독에 이르는 그의 화려한 독서 편력을 따라가다 보면 남다른 독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러나 단지 '책을 말하는 책'만은 아니다. 기존의 책들이 독서일기나 책 소개에 그치는데 비해, 이 책은 지은이가 읽은 책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단순히 책 소개를 뛰어 넘는 전혀 새로운 글을 선보이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독서 일기'라기보다 '책을 매개체로 한 세상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에게 독서란 세상을 탈주하는 방식이며 세상의 불합리에 대항하고, 질서 속에 감추어진 폭력에 대항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책에 대한 정보는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지도 교사는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케네스 데이비스의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책과함께)는 우리가 바라보는 미국(의 역사)가 혹시 미국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입장에서 씌어진 것들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에게 어느 정도 해답을 던져주는 책이다. "미국인으로서 미국 역사에 대한 변명이나 미화 없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썼다"는 지은이의 말에서 잘 드러나듯, 이 책은 미국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잘 유지하고 있다. 기존의 역사서가 특정한 사건을 감추거나 지나치게 미화해 왜곡했다면 이 책은 잘못된 것은 비판하고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비판 일변도의 시각에서 벗어나 시각의 균형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저자는 흑인 해방이라는 업적을 세운 링컨이 사실은 지독한 인종주의자라고 밝히며, 미국(사람들)들은 모순적인 존재였으며, 지금까지의 역사는 그런 모순적인 모습을 감추고 어느 한 면만을 강조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미국의 주요한 역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a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 ⓒ 책과함께

거리의 상점이나 물건의 상표를 보라. 왠지 외국어로 되어 있으면 세련되어 보이고 우리말로 되어있으면 투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점차 뜻모를 외국어로 된 상표, 상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강정인 교수는 이 점을 지적하며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서구중심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정인 교수는 <난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책세상)에서 서구중심주의란 '서구의 문명이 우월하고 더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말하면서, 우월하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결국 지배와 종속의 관계로 귀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 문화는 상대적인 것이지, 어느 한쪽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널리 일고 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스며든 서구중심주의는 아직도 서구의 문화를 동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안에 있는 서구중심주의를 일깨우기 위한 책이다.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 중에 안심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이들 대부분은 지나친 화학물질에 오염이 되어 있거나 지나친 항생제를 포함하고 있다. 기관에서는 이러한 물질이 허용치를 초과하지 않아 아무런 해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이런 조치가 없으면 음식값이 비싸진다고 말하며 농약의 살포나 가축에 항생제 투여 심지어 유전자 조작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한 식탁>(르네상스)의 지은이 존 험프리스는 이러한 조치들이 결코 안전하지도 싼 비용도 아니라고 말한다. 영농 보조금을 대기 위한 세금, 식수에서 화학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데 드는 비용, 항생제를 남용한 덕에 들어가는 의료비, 농약 잔류물 등의 문제는 눈앞에 보이는 음식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결과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집약농업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생산성,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집약농업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 고릴라 이스마엘

고릴라 이스마엘 ⓒ 평사리

'인간이 사라지면 고릴라에게 희망이 있을까? 고릴라가 사라지면 인간에게 희망이 있을까?'라며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고릴라 이스마엘>(평사리)도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책이다. 생태학의 새로운 대안, 생태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를 받은 이 책은 독자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인간이 가져왔던 자연에 대한 선입견을 전면적으로 뒤집어 놓음으로써 새삼 자연과 환경을 고민하게 만든다.

의사들이 선서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유명한 선서는 알면서도 '히포크라테스'가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어느 시기에 태어났는지, 어떻게 '의술의 아버지'가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히포크라테스>(아침이슬)은 히포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이었으며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의술은 어떠했는지를 소개해 준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의 이름이 제목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단순한 평전만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후계자들, 히포크라테스 학파 전체, 다양한 문헌, 사료, 시대 상황과의 영향 등 당시의 시대, 인문학적, 철학적 배경을 알려 주는 문화사라 할 수 있다.

대량생산의 사회에서 대량소비는 하나의 미덕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선전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핸드메이드 라이프>(돌베개)는 그런 자본주의적 삶에 과감히 반기를 드는 책이다. 직접 손을 써서 물건을 만드는 '손으로 만드는 기쁨'이 우리 삶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가, 각자의 손으로 만든 물건을 교류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 '문화혼합'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행복한 일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a 핸드메이드 라이프

핸드메이드 라이프 ⓒ 돌베개

<근대의 국경 역사의 변경>(휴머니스트)은 '변경 연구(border studies)'를 소개하는 책이다. 1980년대 이후 이루어진 변경 연구의 성과와 방법론을 소개하고, 변경의 시각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논쟁을 되짚어보고 있다.

프랑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문학자인 몽테뉴는 우리에게는 <수상록>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수상록>은 많이들 알고 있지만, 정작 읽거나 접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청어람미디어)는 몽테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땅, 명상의 땅 등 신비로움만이 부각되던 티베트의 문화에 좀더 다가가게 하는 <티벳의 문화>(무우수), 공동육아 협동조합의 경험을 통해 이 조합이 지금까지 육아의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육아의 방식이라고 말하는 <공동육아, 이웃이 있는 가족 이야기>(또하나의문화), '과학적 합리주의'를 통해 '인문적 합리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조나단 싱어의 <자연과학자의 인문학적 이성 죽이기>(다른세상)도 관심을 얻었다.

나는 상식이 불편하다 - 어느 국어선생의 쓸모 없는 책읽기

김보일 지음,
소나무,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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