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전문매장전희식
지난 16일 전라북도 장수군 '의제21 환경농업분과'에서 주선한 행사였는데 다 좋았습니다만 한 가지 반성하게 된 것이 있다면 우리 말을 환경농업을 하겠다는 사람들만이라도 바로 쓰고 잘 살려 나가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동안 30여명이 버스로 대구까지 가고 오면서, 강의시간과 대화시간, 뒤풀이시간에 제가 하나 하나 적어 봤는데 일본에서 온 말이 많았고 한자어의 문어체도 많았습니다. 그보다 심각한 것은 지배층의 이데올로기가 노골적으로 침투해 있는 말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친환경농사를 하겠다는 말은 죽음의 농사를 그만두고 살림의 농사, 생명의 농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말을 엉터리로 사용하는 것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다 싶었습니다.
관행농법 : '화학농법'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화공농법'이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관행이라는 것은 적어도 몇 십 년이 아니라, 몇 백 년 동안 계속 해 온 것을 말하는 것인데 지금처럼 땅을 죽이고 물과 공기와 먹을거리를 죽이는 이런 농법은 고작 30년밖에 안 된 것입니다.
우리 농사의 수천년 관행은 온전한 환경농법이었습니다. 이것이 진짜 관행농법인 것입니다.
농약 : '농독'이라 부르자. 독이지 절대 약이 아닙니다. 약은 좋은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농사에 '약'이라 하면 꼭 필요한 것처럼 들립니다. 더 이상 '독'을 '약'이라 할 수 없습니다.
농약이라는 말은 제가 짐작하건대 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미국의 다국적 곡물기업들의 지원과 후원 아래 동남아에 대규모 농업시험장을 운영하면서 통일벼를 만들고 화공약품을 개발하면서 '약'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수도작 : '벼농사' 또는 '논농사' 라고 하면 됩니다. 30년이 넘는 유기농역사를 간직한 '정농회' 모임에서도 그렇지만 귀농운동본부 교육 때도 보면 '수도작'이라고 합니다.
옛날처럼 산비탈까지 깎아서 밭벼를 많이 심을 때는 논벼라는 구별되는 명칭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관개시설이 좋아서 논벼만 심는 때는 그냥 '벼농사'라고 해도 되는 것입니다.
무슨 전문용어나 되는 듯이 '수도작'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반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습니다. 한 달쯤 전에 젊은 귀농자들이 많았던 어떤 모임에 갔는데 설문조사지에 '수도작'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두 사람이나 내게 물어 왔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