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학교 황선진 교장전희식
이 학교 황선진(53) 교장은 이날 행사를 “지역화폐 운동과 전통의 호혜시장을 결합”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한다. 호혜시장이란 사회적 모금에 응한 보시행위를 기억해 두었다가 훗날 품앗이 형태로 다른 쪽에 보답하는 방식이다. 이런 시장을 황 교장은 “베풀어 준 은덕을 절대 잊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자본주의적 시장”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행사의 준비과정도 좀 특이하다.
저녁시간에 ‘만민의 밥’을 행사참석자들이 먹게 되는데 이 밥은 백 가정에서 조금씩 해 오는 것이라고 한다. 밥도 밥이지만 나물류, 볶음류, 떡류, 무침류 등도 백 가정에서 해 온다. ‘백인주’는 백 명의 사람들이 가져 온 술들이다. 백이란 숫자는 ‘백 가지가 넘는다’, ‘백약이 무효’라는 속담처럼 끝이 없는 무한대의 숫자를 의미한다.
현금과 소장품들을 보시한 사람들도 있다.
소장품에는 1억 년 전 화석도 있고, 책도 있고, 그림도 있다. 유기농 농산물도 있고, 진품 레닌동상도 있다. 이 기증품들은 행사장의 탁발호혜시장에서 거래되어 마리학교에 전달된다.
오후 8시까지 진행하는 탁발호혜시장에서는 여성농악단의 판굿과 김운태 선생의 채상소고춤이 공연된다. 또한 모든 보시자들에게 사회적 공덕을 기억하는 ‘보은화폐’가 전달되며 이 보시자들은 ‘계첩(戒牒)내림’이라는 순서에서 마리학교의 교육사업에 대한 격려나 충고를 계첩에 담아 전달하게 된다.
행사의 관계자들이 탁발호혜시장을 인류가 잃어버린 참 시장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