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고통받는 와룡산을 살리자"

와룡산 살리기 운동본부 출범..."매립장 확장 정책 반대"

등록 2004.11.20 21:01수정 2004.11.2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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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일 '와룡산 살리기 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주민들이 '와룡산이 신음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출범식을 지켜보고 있다.

20일 '와룡산 살리기 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주민들이 '와룡산이 신음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출범식을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시의 위생매립장 확장 및 사용기간 연장 추진으로 인근 서재리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와룡산 살리기' 운동으로 매립장 논란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성서학부모회·전교조 초등성서지회·민주노동당 달서지구당 등 성서 지역 15개 시민·사회·환경단체는 20일 오후 2시 30분 성서 와룡공원(달서구 이곡동 소재)에서 단체회원과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와룡산 살리기 운동본부' 출범식을 가졌다.

성서지역 시민·환경단체들, 와룡산 살리기 운동본부 출범

이날 출범식에서 씨알생협 김병혁 사무국장은 "대구시의 쓰레기 정책은 지금까지 아예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정도"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성서지역 주민과 매립장이 들어선 와룡산이 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국장은 또 "대단위 주거지로 아스팔트가 뒤덮은 성서지역에서 유일한 녹색지대는 와룡산 뿐"이라면서 "하지만 위생매립장의 확장으로 이마저도 없애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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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형국

운동본부 공동대표인 정만진 대구시교육위원은 "우리 주변 환경이 위험해질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어린 아이들"이라면서 "어른들이 나서서 매립장의 확장으로 인해 생길 위험요소를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이날 출범식에서 "위생매립장은 15년동안 사용했으면 충분하다"면서 "대구시가 즉각 매립장 확장 및 연장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보다 합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쓰레기 관리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와룡산 살리기 운동본부의 이같은 태도는 그동안 위생매립장 확장 반대에 중심을 뒀던 것을 환경운동으로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즉 매립장 인근 서재리 주민들이 중심이 돼 왔던 반대 운동이 '님비' 현상이라는 오해를 적지 않게 받고 있는 상황에서 와룡산의 파괴와 성서지역의 피해에 대한 인식을 높여 성서지역 주민과 함께 대처하겠다는 것.

"인근 주민만 문제 아니다"...'님비' 현상 오해 불식시킨다


운동본부는 매립장 확장 및 연장이 결국 와룡산 생태계의 파괴를 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발 295미터의 와룡산은 작지만, 부도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성서지역에서 유일한 녹지공간으로 '도심의 허파' 구실을 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매립장으로 가뜩이나 와룡산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마당에 확장 및 연장은 와룡산을 완전히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 파란색 화살표가 매립장이 있는 와룡산 일대의 '바람길'.

파란색 화살표가 매립장이 있는 와룡산 일대의 '바람길'. ⓒ 오마이뉴스

특히 운동본부는 매립장 확장 및 연장 문제가 서재리 주민들의 피해가 아닌 성서지역 주민과 대구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운동본부측은 '바람길'을 통해 쓰레기 매립장 가스와 악취가 고스란히 성서지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기의 흐름을 일컫는 바람길로 인해 매립장 가스와 악취가 매립장 북서쪽(달성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성서지역으로 유입된다는 것.(그림 참조)

이로 인해 매립장 동남쪽의 초·중·고등학교는 더운 여름에도 창문을 열어 둘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악취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 운동본부의 주장이다. 또 운동본부는 매립장의 침출수가 금호강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운동본부 강신우 집행위원장은 "쓰레기 매립장 확장으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인근 주민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성서지역과 대구지역 전반에 걸친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30만 인구가 살고 있는 성서지역에서의 매립장 확장은 주민들의 생활과 주거환경권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a 방천리 위생매립장 내에서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 위로 흙을 덮는 복토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250대의 쓰레기 차가 3차례씩 대구지역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를 쏟아붓고 있다.

방천리 위생매립장 내에서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 위로 흙을 덮는 복토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250대의 쓰레기 차가 3차례씩 대구지역에서 수거되는 쓰레기를 쏟아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매립장 확장 보다 쓰레기 줄이는 정책 우선"

운동본부 관계자들은 쓰레기 매립장이 '필요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매립장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앞서 매립되는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11일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시매립장확장반대 서재지역 비상대책위는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생활쓰레기의 94% 이상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인데도 불구하고 땅 속으로 묻히고 있?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쓰레기 매립장 확장 및 연장 정책 보다는 쓰레기 분리수거 등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 앞으로 운동본부는 성서지역 주민들과 함께 연대해 와룡산 살리기 운동을 확산시키고, 대구시가 매립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a 앞으로 30년동안 쓰레기 매립장 사용기간이 연장되면 쓰레기 매립장 면적은 현재 18만평에서 33만평으로 늘어나고 뒷쪽으로 보이는 와룡산 능선의 2/3까지 쓰레기로 채워진다.

앞으로 30년동안 쓰레기 매립장 사용기간이 연장되면 쓰레기 매립장 면적은 현재 18만평에서 33만평으로 늘어나고 뒷쪽으로 보이는 와룡산 능선의 2/3까지 쓰레기로 채워진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그러나 이러한 운동본부의 주장에 대해 위생매립장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대구시 폐기물관리과 한 관계자는 "매립장에서 나오는 악취가 성서지역으로 전혀 유입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매립장 보다는 인근 공단의 악취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90년부터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방천리 위생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최근 18만평 규모의 현 매립장을 33만평으로 확장하고 사용기간을 30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방안대로라면 앞으로 매립장 쓰레기는 와룡산 7부능선(2/3) 높이까지 채워진다.

"매립장 확장 반대, 지역이기주의 아니다"

▲ 김병혁 씨알생협 사무국장
다음은 와룡산 살리기 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씨알생활협동조합 김병혁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와룡산 살기기 운동본부를 결성한 이유는?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쓰레기를 처리하는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대구시는 '매립'만 고집한다. 매립 일변도의 정책으로 30만명에 달하는 성서지역 주민의 녹색공간인 와룡산이 죽어가고 있다. 시의 매립정책으로 침해받는 성서지역 주민의 생활권과 환경권을 보호하고 와룡산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다."

-쓰레기 매립장으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는?
"쓰레기 매립장 주위에는 29개 학교, 3만5천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특히 경원고는 900m, 선원초교는 1100m나 떨어져 있는데도 더운 날에 창문을 열 수 없다. 냄새 때문이다. 이 두 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국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받고 있다. 학교앞 술집, 러브호텔은 안 된다고 하는데 쓰레기 매립장은 되나?"

-대구시 환경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구시에 제대로된 환경(쓰레기)정책이 있는가 되묻고 싶다. 쓰레기가 발생하면 묻어버리면 된다는 것이 대구시의 사고 수준이다. 어떻게 하면 발생하는 쓰레기량을 줄이고 쓰레기를 재활용·재사용할 것인가라는 정책은 전혀 없다. 현재 쓰레기 매립량의 몇 %가 재활용·재사용 가능한지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고 매립장 확장만 생각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서재·성서 주민들과 함께 와룡산을 지키기 위한 문화행사와 와룡산 인간띠 잇기를 할 계획이다. 또 대구시의 환경정책에 대한 평가와 함께 종합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할 생각이다. 와룡산 지키기는 30여만명 '성서주민'만의 지역이기주의라 아니라 대구시가 올바른 환경정책을 수립하게 함으로써 대구시민 전체의 환경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 권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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