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므라이스도 전문점이 있다고?

맛 작가의 잘 나가는 맛 집 이야기(6)

등록 2004.11.21 00:55수정 2004.11.2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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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오므라이스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사전을 찾아보면 오므라이스는 ‘서양식 요리의 한 가지로 채소와 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케첩을 섞어 볶은 밥을 오믈렛으로 싼 음식’이라고 되어 있다. 생각처럼 간단한 음식이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샌가 오므라이스는 배고플 때 집에서 그것도 찬밥을 이용해 가끔 해먹거나, 어떤 분식집을 가더라도 있는 고정 멤버인 김치볶음밥, 돌솥비빔밥, 돈가스 옆에 구색으로 있는 평범한 한 끼 식사가 되어 있진 않는가?


어찌된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므라이스는 고급 음식은 꿈도 못 꾸고 그냥 부담 없이 때우기 좋은 만만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거의 모든 사람들의 머리에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가격도 비싸봐야 4천원 정도.

a 40여가지의 오므라이스

40여가지의 오므라이스 ⓒ 김영주

그런데 이런 보잘것없는(?) 오므라이스가 강남 코엑스몰에 가면 싸다는 게 7900원이고 심지어는 1만6900원까지 하는 식당을 볼 수 있다.

이 집의 오므라이스 종류는 무려 40여가지에 달하고,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엔 손님들이 줄을 서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2번째 찾아갔을 때인 오후 4시 50분경에도 대략 20여명의 손님들이 줄을 선 채 점원이 나눠준 메뉴판을 들고 메뉴를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므라이스 전문점 <오므토 토마토>가 문제의 현장이다. 고작 올 2월에 생겼고 테이블도 기껏해야 20여개 정도이고 영업시간도 코엑스몰에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열 수도 없고 늦은 시간까지 하기도 어려운데도 이 작은 곳에서 오므라이스만 팔아서 하루 올리는 평균 매출이 자그마치 700만원이라고 한다. 하루 1천 그릇의 오므라이스가 손님들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도대체 누가, 어떤 생각으로 오므라이스 전문점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김재근(39)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국영기업을 다니던 중 자신의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회사를 때려치우고 영국의 남부 휴양지에 있는 국립대학의 요리 학교인 ‘본머스& 풀 퀄리티’에 가서 서양 요리를 배우며 3년만에 국제요리사자격증을 획득하게 된다.


자격증을 딴 그는 호텔에서 일을 하느냐, 외식업체로 진출하느냐를 놓고 고민을 하던 중, 마침 우리나라에 유럽풍의 레스토랑을 도입시키려는 회사와 뜻이 맞게 되어 ㈜아모제에 입사, <마르쉐>라는 유럽풍 패밀리 레스토랑을 오픈하는데 진두지휘를 하게 된다. 그리고 늘 자신이 꿈꿔오던 또 다른 형태의 전문점을 고민하던 끝에 오므라이스 전문점의 길을 개척하게 되는 것이다.

김재근씨가 오므라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백화점 내 식당의 테이크아웃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을 건너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오므라이스 전문점을 보게 된 것이 계기였다. 기존에 알고 있던 가정식 차원의 오므라이스가 전문점이 있다는 점에서 자극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들어가 맛을 보게 되는데 일본의 오므라이스는 느끼한 맛이 강했고, 무엇보다 달걀도 반숙이 많았다는 점에서 한국적 입맛에 맞게 바꿀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어울리기 위해서는 느끼함을 줄이고 달걀도 완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오므라이스 전문점에 대한 화두를 안고 돌아온 김재근씨는, 그렇다 하더라도 과연 오므라이스 전문점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연구에 들어가게 된다.

우선 오므라이스라는 음식은 쌀, 달걀, 야채가 중요한 요소인데 이 세 가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거라는 점에서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므라이스란 음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저평가된 인식을 어떻게 깰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본격적인 메뉴 개발에 들어감과 동시에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코엑스 근처에 사무실 하나를 빌려 주요 타깃으로 삼은 20, 30대 학생과 커리어우먼 10여명을 불러 심층 토론 면접을 해보기로 했다. 면접 과정에 대한 주도는 면접 전문가에게 맡기고, 김재근씨는 그 과정을 옆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통해 관찰하는 설정인 것이다.

첫 번째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오므라이스 전문점을 차리면 되겠는가?’ 초기 30분 정도는 무척이나 썰렁했다. 누가 그런 데 가겠느냐, 오므라이스가 뭐 대단한 거라고 전문점까지 있을 필요가 있느냐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에 ‘그런데 오므라이스 가격을 7, 8천원 받으면 어떨까?’라는 다음 질문을 던졌으니 대번에 미친 짓이라는 반응들이었다고 한다.

a 칠리새우 오므라이스

칠리새우 오므라이스 ⓒ 김영주

물론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만약 기존의 오므라이스가 바뀐다면?’이라는 질문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어떻게 바뀔 수 있느냐에 대한 기대들이 표출되었고, ‘소스와 토핑이 다양해진다면?’이라는 말에 솔깃한 표정이 되었을 때 대기하고 있던 10여가지의 오므라이스를 들여와 면접 여성들에게 맛을 보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김재근씨는 오므라이스 전문점에 대한 강한 확신을 내리고 일을 진행시켰던 것이다.

현재 '오므토 토마토'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므라이스는 모두 40여가지다. 큰 줄기는 소스의 종류에 따라 나뉘는데 토마토소스냐, 크림소스냐, 간장소스냐 등에 따라 나뉘고 세분화로 들어가면 토핑의 변화를 주어 다양함을 주고 있다. 단호박, 베이컨, 게살, 갈비구이, 날치알 등, 오므라이스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토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쌀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쌀을 가져다 밥을 다 지어봤는데, 현재는 여주에서 나는 쌀로 밥을 하고 있다. 달걀은 물론 유정란을 사용한다.

a 돈안심 커틀렛 오므라이스

돈안심 커틀렛 오므라이스 ⓒ 김영주

처음엔 남성을 포기하고 20, 30대 여성만을 타깃으로 하고 메뉴를 개발했는데 여성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게 남성이기에 현재는 남성을 위한 메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컨셉트만이라도 알 수 없냐 물으니 콩나물밥에 고추장 소스를 활용한 오므라이스라는 정도만 얘기한다.

'오므토 토마토'는 어떻게 해서 길지 않은 기간에 잘 나가는 맛 집이 될 수 있었을까? 저평가되어 있던 음식인 오므라이스를 한 차원 높은 인식으로 끌어올린 것, 더 나아가 아예 오므라이스를 전문점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연인이 와서 한 그릇 시켜 먹어도 되는 ‘커플 오므라이스’나 총 중량 1680g짜리 무지막지한 크기의 ‘카리스마 오므라이스’처럼 재미를 도입했다는 것 등에서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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