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소액주주의 '3월 반란'을 막아라"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시행 임박... 과거 분식회계 사면 요구

등록 2004.11.26 20:38수정 2004.11.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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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내년 증권집단소송제 시행을 앞두고 재계가 과거 분식회계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내년 증권집단소송제 시행을 앞두고 재계가 과거 분식회계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내년 1월 도입돼 3월 이후 적용되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시행을 앞두고 재계가 고민에 빠져 있다. 재계의 고민은 당장 내년부터 크고 작은 소송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이로 인해 기업활동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재계는 과거 분식회계의 '원죄'를 없애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분식회계가 내년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소액주주들의 소송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현재 관련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재계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시행전 과거 분식회계 사면부터"

지난 23일 전경련과 경총,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 재계 4단체는 함께 성명을 내고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연착륙되기 위해서는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의 주장은 회계 및 감리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경우 주주들의 소송 남용(남소)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회계 특성상 법 시행일 이전에 행하여진 회계처리 위반행위가 재무제표에 계속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과거의 행위까지 소급 적용해 처벌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내년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시행 전 과거의 분식회계를 사면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재계는 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입법 청원을 국회에 내놓은 상황이다.

감독당국도 재계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금감위는 "상장기업의 분식회계 사면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위는 "전경련으로부터 (분식회계 사면) 건의가 왔고, 국회 입법처리 과정에서 금감위의 의견을 물어오면 그 때 입장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혀 재계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감독당국, 집단소송제 제도적 보완에 주력

금감원은 한발 더 나아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의 제도적 보완에 주력하고 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도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현실에 비해 너무 앞서가고 있다"며 직접 보완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집단소송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제조원가 명세서 등 기업 비밀사항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현재는 수시공시 항목이 지나치게 많아 소송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 수시공시 항목수를 줄여가기로 했다. 또 '신속 스크린제'를 내년부터 정식 도입하는 등 심사 업무를 강화해 소송의 원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재계의 요구를 알고 있지만 아직 공론화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계안 열린우리당 제2정조위원장은 "분식회계와 관련한 문제는 회계 특성상 과거의 문제가 연속해서 나타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재계의 요구는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민에 빠진 정치권...시민단체 "재계 주장, 터무니없다"

이 의원은 또 "현재 개별적으로 의원들을 접촉하면서 재계의 요구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의 분식회계를 사면해주자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다만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의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하고 넘어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안을 바꾸는 것은 입법 기술상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고 말해 재계의 요구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문제와 관련해 여당에서 아직까지 포지션을 정하지 못했고, 당내에서 공론화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남소 가능성'을 제기하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손질하려는 재계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김한기 경실련 정책팀장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시행해도 남소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재계가 나서는 것은 경기침체를 빌미로 개혁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면 모든 절차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돼있어 소송이 남발할 가능성이 없다"며 "또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관련 사항들을 모두 따져보지 않으면 법원이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재계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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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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