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학생들의 특별한 가을 나들이

등록 2004.11.27 20:26수정 2004.11.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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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해운대 아쿠아리움-물고기 체험

해운대 아쿠아리움-물고기 체험 ⓒ 정일관

경남 합천의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 학생들이 가을이 이제 겨우 한 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간 특별한 가을 나들이인 '주제별 현장학습'을 다녀왔습니다. 방학을 한 달 남겨놓은 터라 한 학년을 돌아보고 정리하면서 꾸렸던 학교의 중요한 체험학습인 현장학습인데 '주제별'이란 말이 붙어 있습니다.

a 서울 코엑스 대한민국 게임대전 전시장에서

서울 코엑스 대한민국 게임대전 전시장에서 ⓒ 정일관

올해 2학기 원경고등학교는 종래에 학년별로 1학년은 수련 활동, 2학년은 견학 활동, 3학년은 진로체험활동을 위주로 했던 현장학습을 변경하여 학년별 현장학습이 아닌 주제별 현장학습으로 추진하였습니다.

a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 정일관

한 달 전부터 14명의 교사들은 각각 주제와 현장학습 장소를 선정하여 공고하고 학년과 학반에 상관없이 원하는 주제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현장학습 코스와 프로그램을 면밀히 살펴보고는 삼삼오오 신청하였습니다. 학생들도 처음 시행해 보는 현장학습이라 어리둥절해 하기도 하였고, 주제와 상관없이 친한 동료들끼리만 뭉쳐서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긴 하였지만, 마음에 드는 주제를 자신들이 직접 선택하여 갈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a 마로니에 공원에서

마로니에 공원에서 ⓒ 정일관

최대한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 14명의 교사들은 12개의 주제를 선정하였습니다. '지리산 주변의 문화권 탐방'에서부터 '컴퓨터와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직업정보 탐색', 김해를 중심으로 '가야의 얼을 찾아서', '제2의 도시 부산 기행', 천문대을 찾아가는 '신나는 과학 체험', 연극반 아이들이 중심이 된 '연극 살피기와 대학로 주변 문화 맛보기', 계룡산 주변을 기행하는 '명산·명사찰을 찾아서', '무술 당랑권 체험과 팔공산 산행', 안동 하회 마을을 중심으로 한 '안동 문화권 기행', 사진반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인사동 주변을 촬영하기 위한 '렌즈를 통하여 우리 세상 바라보기' 그리고 뮤지컬과 연극 등 무대 공연 관람을 위주로 한 '서울 지역 무대 공연 체험'에 이르기까지 전국 단위의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에게 제공하였죠.

a 연극을 보기 전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기 전 소극장에서 ⓒ 정일관

특별히 신청 학생들의 숫자에 신경쓰지 않고 약간의 조정을 거쳐, 적게는 3명, 많게는 9명까지 탄력 있게 학습 조를 구성하여 어떤 교사는 자신의 승용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가기도 하고, 차를 렌트한 교사도 있었으며,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잠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관에서 잠을 잔 학습 조도 있고, 찜질방에서 지낸 학습 조도 있으며, 어떤 한 지역에 집이 있는 학생들만 신청 받아 프로그램이 끝나면 집으로 보내고, 아침에 다시 만나는 방식으로 잠자리를 해결한 학습 조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하였습니다.


a 부산 범어사 대숲 앞에서

부산 범어사 대숲 앞에서 ⓒ 정일관

이번 주제별 현장학습의 또 다른 숨은 주제는 '다양성'입니다. 현장학습 등의 체험학습 그 자체가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추진하는 교육 활동이지만 그러한 체험학습도 자칫 획일성과 형식성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므로 다양성의 바탕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했습니다.

a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 ⓒ 정일관

그 다양성을 바탕으로 원경고등학교 학생들은 해양도시 부산을 찾아가서 을숙도 철새와 만나고, 해운대와 광안리 바닷바람을 마셨으며, 태종대와 금정산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서울권의 무대 공연 중 뮤지컬 '미녀와 야수', '모스키토 2004', 연극 '꼽추 리차드 3세', '내 마음의 푸른 일기장', '너는 특별해' 등과 난타 공연을 관람하였으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전을 견학하였습니다. 안동권 문화 기행을 떠나 하회 마을과 도산서원, 문경새재와 영주 부석사를 다닌 학생들은 공연 관람과는 다른 전통 문화를 맛보았죠.

a 전남 보성 녹차밭에서

전남 보성 녹차밭에서 ⓒ 정일관

또 다른 학생들은 지리산과 계룡산을 오르내리면서 그 주변의 사찰들-갑사, 동학사, 마곡사,운주사, 실상사, 선운사-과 보성 녹차밭, 청학동, 삼성궁을 견학하였고, 또 어떤 학생들은 일산 연세대 천문 관측소와 국립 서울 과학관을 견학하며 과학 체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인사동과 탑골 공원 안의 풍물들과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오는 학생도 있었고, 무술을 잘 하는 선생님을 따라 영남대학교 비문 당랑권 동아리를 방문하여 당랑권 체험을 하고 온 학생도 있었습니다.

a 영남대학교에서 당랑권 체험

영남대학교에서 당랑권 체험 ⓒ 정일관

학생들은 참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현장학습을 수행하였고, 한 동안 서로 자신들이 경험한 내용들을 나누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학생들은 현장학습 보고서에서 하도 걸어다녀서 다리는 아팠지만, 적은 수로 기동성 있게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즐길 수 있었으며 어느 현장학습보다 의미 있고 재미있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a 대구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앞에서

대구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앞에서 ⓒ 정일관

현장학습을 다녀온 다음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고, 바람도 많이 불었습니다. 모두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장학습을 끝으로 원경고등학교는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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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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