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푸근함을 가지고 돌아온 데프콘

데프콘 2집 <콘이 삼춘 다이어리>

등록 2004.11.30 12:13수정 2004.11.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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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말 발매된 데프콘 1집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늦게 발매된 앨범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지 8년만에 발매된 앨범 데프콘 1집 < Lesson 4 the people >은 늦은 만큼 굉장한 내공을 가진 앨범이었다.

오랜 언더그라운드 생활로 다져온 실력이, 늦은 만큼 더 큰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유려한 라임과 데프콘 특유의 강렬한 목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또한 여러 실력파 뮤지션의 참여로 앨범의 완성도가 더욱 높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데프콘의 1.5집이라 할 수 있는 < 1 1/2 Rawyall Flush >가 발매 된다. 이 앨범은 1집에서 온전하게 들려 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다시 다루고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너무 화끈한 가사로 인해 TV방송에서 들어 볼 수 없었던 1집의 곡 '내겐 너무 화끈한 그녀'의 방송용 곡인 '알쏭달쏭 그녀'와 1집의 타이틀곡인 '길'의 두 번째 이야기라 할 수 있는 'My way'등이 실린 앨범이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곡은 무엇보다 '소멸'이다. 라이브 버전으로 실린 이 곡은 데프콘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곡이다. 서사적으로 쓴 가사는 곡이 진행 될수록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게 만든다.

결국 충격적인 결말을 맞는 이 곡에는 데프콘의 사회참여 의식이 전형적으로 담겨 있다. 직접적인 욕설과 비판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 증오와 분노를 이야기함으로써 비판의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이렇게 유머, 감동, 사회비판이 모두 담긴 앨범을 발매했던 힙합계의 큰 형님 데프콘의 2집 <콘이 삼춘 다이어리>가 지난 23일 발매되었다.


a 데프콘 2집 <콘이 삼춘 다이어리>

데프콘 2집 <콘이 삼춘 다이어리> ⓒ MP프로덕션

이번 앨범은 '삼춘'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작에 비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단순한 디지털 비트의 반복이 아니라 여러 곡에서 들려오는 브라스, 피아노 소리는 곡 전체를 좀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또한 1집에서 그런 것처럼 여러 뮤지션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데프콘의 오랜 조력자 버벌진트는 말할 것도 없고 호주의 힙합 팀인 Nfamas, Dynamic duo, 아날로직, 윤종신, 정인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게다가 1집에서 강렬한 skit을 보여준 구봉숙 트리오 역시 참여하여 화끈한 skit을 들려주며 청자를 즐겁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비판이 빠진 것은 아니다. '힘내세요 뚱'에서는 많은 덩치들에게 당당해지자고 외치며 촌철살인의 유머로 외모지상주의의 사회를 꼬집고 있으며 '저글링 정글'에서는 원썬의 비트를 바탕으로 데프콘이 정신 차리지 못하는 어른들을 향해 특유의 독설을 쏟아낸다.

이번 발매된 데프콘 2집 <콘이 삼춘 다이어리>는 1집과 1.5집에 비해 사회비판과 노골적인 성묘사는 많이 줄었다. 대신 추억과 회상, 고민과 상상 등을 다루며 마치 하나의 회고록, 일기장을 펼쳐 보는 느낌이 강하다.

'동창회'는 누구나 있을 법한 첫사랑의 애절함에 대해 노래한 곡으로 윤종신의 피쳐링이 인상적이다. '두근두근 레이싱' 역시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단상을 담고 있는 곡으로 다이내믹 듀오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전작들의 강한 사회비판과 소위 '떡랩'이라 불리는 노골적인 성묘사로 가득한 곡을 기대한 팬들은 조금은 아쉬운 앨범이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데프콘이 20대를 뒤돌아보며 쏟아내는 가사들을 통해 추억에 잠겨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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