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경 KT 사장이 붕어빵을 '쏜' 이유

직원들, 사장이 나눠준 붕어빵 놓고 사내게시판서 2주간 난상토론

등록 2004.12.02 12:56수정 2004.12.02 14:43
0
원고료로 응원
이용경 KT 사장
이용경 KT 사장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11월 10일 경기도 분당 KT사옥 지하식당에 붕어빵이 새 메뉴로 등장했다.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임직원들이 이용하는 지하식당 앞에서 붕어빵을 구워서 나줘주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가격도 공짜였다.

붕어빵을 '쏜' 사람은 바로 이용경 KT 사장. 그런데 이 사장은 붕어빵을 구워 직원들에게 나눠주라고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직원들은 붕어빵을 먹으면서 붕어빵을 나눠주는 사장의 의도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이 사장은 또다시 아무런 언급도 없이 일주일 뒤에 한 번 더 붕어빵을 나눠주라고 해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때문에 지난 2주간 KT 사내 게시판에서는 붕어빵에 담긴 의도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는 뜨거운 '붕어빵 논쟁'이 벌어졌다. 한 직원은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 가면 줄서지 않고 쉽게 붕어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글을 올리고 서너개씩 집어 주위 동료에게 가져다주기도 했다.

또 '혼자 드시기 미안해서…'와 같은 장난스런 의견에서부터 최근에 강조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변화와 혁신의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와 게시판을 달궜다.

사장이 나눠준 붕어빵을 둘러싼 난상토론

한 직원은 "붕어빵은 갓 구워내서 먹어야 제 맛인데 KT도 갓 구워낸 붕어빵만 판매하는 정신으로 고객을 사로잡는다면 고객만족! 문제없지 않을까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다른 직원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구워나오는 붕어빵처럼 그냥 습관적으로 남하는 대로 행동하는 모방과 안주를 질타한 것이 아닐까요? 붕어빵을 먹을 때나 구울 때도 맛, 모양에 대해서 연구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는 "만일 어떤 주제를 두고 논하라 했으면 얼마나 딱딱한 분위기가 되겠습니까, 아이나 어른이 먹어도 그 격이 결코 흠이 가지 않는 붕어빵을 통해 사원들의 다양한 반응을 읽기 원하셨을 것이며, 사물을 보고 느끼는 생각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고 싶으신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러한 논의 자체가 신선한 변화라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처럼 2주간 계속됐던 임직원들의 난상토론은 이 사장의 '커밍아웃'으로 일단락됐다. 이 사장은 붕어빵을 나눠준 이유에 대해 "붕어빵이 제일 맛있는 때가 언제인가, 갓 구워내 따끈따끈 할 때 먹어야 가장 맛있고 제 맛이 난다, 변화와 혁신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시도했을 초기 단시일내에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바짝 이루어 내야한다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이용경 사장이 가지고 있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이를 임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붕어빵이었던 셈이다.

이 사장은 "사원들과 대화의 방법으로 시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법에 대한 임직원들의 반응도 좋고 사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임직원들과 대화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