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를 깨끗이 씻어서 천일염에 불려 이틀만 두면 됩니다. 유자랑 청각, 생강도 같이 넣고 배도 잊지 않겠습니다.김규환
싱건지가 빠지면 단팥빵에 팥소 빠진 거나 진배없다. 국 없는 밥상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싱건지는 식구끼리 해도 되었다. 칼로 대충 수염뿌리와 흙을 털어내고 이틀간 소금에 불렸다가 배 두 개, 쪽파 한 무더기, 유자 한 개, 말린 고추 서너 개를 항아리에 넣고 맑은 물 적당히 붓고 마름으로 둘둘 말아 보온을 하고 날이 추워지길 기다린다.
"싱건지 익었을랑가?"
"벌써라우? 사나흘은 더 지달려야 헐 것인디라우. 글도 한 번 맛을 봐봐야 쓰겄네요."
시래깃국에 물린 탓일까 아버지 채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큼한 싱건지에 살얼음이 동동 뜨면 소화제 싱건지가 먹고 싶다. 널찍한 그릇 하나 챙겨가서 칼 끝으로 얼음을 푹푹 깨서 뿌리와 속잎을 꺼내고 물을 떠서 후딱 정지로 들어가 깍두기마냥 사각으로 또각또각 썰고 조금은 밥 비벼먹게 채를 썬다. 썰면서 몇 개를 입에 넣고 색다른 맛에 취한다.
이제 국에 반찬을 차리고 가족이 오순도순 앉아 있다.
"아부지! 진지 잡숫쇼."
"오냐."